[염우의 환경이야기] 세월이 흘러도…아프다
[염우의 환경이야기] 세월이 흘러도…아프다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4.1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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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살아있는 팽목항.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봄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하지만 여전히 4월은 아프다. 4.19 혁명이나 4.3 항쟁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불과 7년 전의 응어리가 우리들의 가슴에 대못처럼 박혀있다. 세월호 이야기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를 운항 중이던 세월호가 가족과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침몰하였다. 476명의 승객 중 304명이 사망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단원고 2학년 아이들이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 후벼파는 것 같아 사고의 상황을 재론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믿고 따랐는데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했고 배가 침몰한 이후 단 한 사람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때 나는 1년 동안의 휴식년을 마치고 단체업무에 복귀하기 직전이었고 조금 특별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아이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학교, 새로운 교육 기반을 마련하기 위하여 시민후보 캠프에 결합하여 교육감 선거를 돕고 있었다. 입시 위주의 경쟁교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가르치고 배우는 생태환경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행복과 새로운 교육에 관한 관심을 집중하고 있던 중 세월호 사고 속보를 접했다.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국에 생중계가 되고 있었다. 전원 구조라는 오보가 잠시 나왔다 사라진 뒤 절망의 시간이었다. 세월호 모습이 물에 완전히 잠기는 몇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멈추었고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찼다.

며칠 후 나는 가족들을 데리고 진도 팽목항으로 향했다. 특별히 무엇을 하고자 해서가 아니라 그냥 꼭 다녀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때 첫째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둘째아이가 2학년 이었다. 깔깔거리며 뛰어다니기 좋아하던 녀석들인데 진도로 향하는 길에서도, 팽목항에 도착해서도 내내 숙연한 모습을 잃지 않았다. 녀석들의 마음도 무거웠을 것이다. 미울 정도로 맑은 날씨에 바람이 찼다. 수많은 천막들 사이로 사람들은 저마다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둘러보는 일 밖에 없었다. 등대로 이어진 방조제의 펜스를 따라 ‘무사귀환’의 바람을 담고 하염없이 이어져 있는 노란 리본들을 보았다. 돌아오지 않은 아이들을 향해 애타게 부르짖는 부모들의 통곡소리를 들었다.

충북도청 옆 도로변에 게시된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 7주기가 됐지만 기억은 더 또렷해졌다.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충북도청 옆 도로변에 게시된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 7주기가 됐지만 기억은 더 또렷해졌다.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세월호는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현실,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부모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말았다. 침몰을 방치해 버린 것 같은 대한민국의 민낯을 지켜본 국민들은 '잊지 말자'며 노란 리본을 달았고, ‘이게 나라냐?’ 의문을 던지며 촛불을 들었다. 광화문에 모였고 대통령을 탄핵했다. 많은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촛불을 들었다.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가방에 리본을 달고 다녔다. 안전한 나라를 외치며 그렇게 7년이 흘렀다. 2020년 K방역의 위용을 펼치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코로나19에 가장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국민들이 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6주기 추모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그리움으로 몸마저 아픈 4월’은 가족들도 국민들도 여전히 아프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유산’을 남겨준 세월호라 하였는데, 진상규명 조차 명확히 이루어내지 못한 우리 사회가 과연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안전한가? 결론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늘 마스크를 써야하며 학교에는 격주로 나가고 수학여행을 맘 편히 갈 수도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의 미래가 팬데믹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후변화, 기후재난 때문이다. 지구 평균기온이 3도 이상 상승하면 생물의 절반 정도가 멸종할 것이라 한다. 엄청난 국제적 결단으로 보였던 파리협정을 이행해도 21세기 내에 지구의 평균온도는 3.2도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50년 거주 불능한 지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아이들을 마치 ‘침몰하고 있는 지구호’에 태워놓고 있는 꼴이다. 탄소중립 선언은 그것에 대한 수긍에 불과하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절망하지 않으려면 늦기 전에 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초록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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