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치유의 길…천주교 순례길1] 프란치스코 교황이 걸었던 길
[충남 치유의 길…천주교 순례길1] 프란치스코 교황이 걸었던 길
아산 공세리 성당과 당진 솔뫼성지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1.04.18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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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치유와 힐링이 되길 기대하며 충남도내 불교와 천주교 순례길 15구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아산 공세리 성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아산 공세리 성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에 따른 4차 대유행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국민들은 감염 걱정에 마음 놓고 종교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불안감과 신앙에 대한 갈증 사이에서 고민이 된다면 한적한 성지순례지에서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걸어보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기록돼 있다. 서해가 육지 깊숙이 파고들어 해상교통이 발달했고, 땅이 넓고 기름져 곡식이 넘쳐났다는 이유에서다.

아산 공세리 성당 전경과 팽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아산 공세리 성당 전경과 팽나무.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그래서인지 천주교 성지는 유독 내포에 몰려 있다. 이곳은 서양 선교사들의 주요 진입로이자 천주교 전파를 위한 최초의 활동무대였다.

당진 솔뫼성지에서 서산 해미순교성지까지 57km 구간의 순례길이 조성돼 있다. 이중 아산 공세리 성당솔뫼성지를 부활절이 막 지난 8일 찾았다.

순례길의 시작은 공세리 성당이다. 충청도 내포 지방이 시작되는 삽교천과 아산만을 잇는 아산시 인주면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아산 공세리 성당 팽나무와 마리아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아산 공세리 성당 팽나무와 마리아상.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천주교 신자들에게 공세리 성당은 중요한 곳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천주교 탄압으로 신앙을 위해 목숨을 잃은 순교자들의 영혼을 모시고 있는 순교성지다. 1801년 신유박해부터 6·25전쟁까지 32위 순교자를 모시고 있다.

성당 입구의 산책로를 지나면 언덕 입구에 느티나무가 보인다. 수령이 3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현재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치료를 받고 있다.

아산 공세리 성당 내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아산 공세리 성당 내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비탈진 언덕을 오르면 붉은빛 벽돌과 2개의 첨탑으로 이뤄진 본당을 만나게 된다.

화려하지도, 거대하지도 않지만, 한국 천주교의 굵직한 역사와 아픔을 넉넉히 품고 있는 성당답게 기품이 느껴진다.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드러난 본당의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인다.

드비즈 신부가 직접 설계한 본당은 삼랑식 라틴십자가 모양으로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이 어울려있다.

아산 공세리 성당 본당 내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아산 공세리 성당 본당 내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공세리 성당은 충청도 첫 성당이자 천주교 초기 순교성당이라는 종교적 가치도 훌륭하지만, 소박한 정신과 우아한 건축적 미감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단정한 아름다움도 뛰어나다.

성당 제단 벽면에는 ‘슈고하는 쟈와 무거운 짐진쟈는 내게로 오라나! 너희를 도으리라(마태 11,28)’는 복음 말씀이 새겨져 있다.

벽면 상단에는 본당 수호성인인 성 베네딕토 상이 있고 그 아래에 옛 나무 제대가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창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주제로 한 색유리화로 장식돼 있다.

아산 공세리 성당 십자가의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아산 공세리 성당 십자가의 길.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본당 앞에는 ‘문지기 나무’로도 불리는 수령 350년의 국가 보호수 팽나무가 있다.

자연스레 내린 웅장한 뿌리만 봐도 세월의 흐름은 물론 패이고 갈라진 웅장한 나무줄기에서 평탄치 않은 역사와 생명력이 느껴진다. 뿌리는 금방이라도 꿈틀꿈틀 움직일 것 같다.

팽나무와 성당 주변 수백 년 된 나무들이 공세리 성당의 변천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죽은 듯 살아있는 고목도 눈에 들어온다.

130여 평 규모의 본당을 비롯해 공세리 성당에는 사제관, 피정의 집, 화합실 등이 건물이 있다. 병인박해 때 순교한 3인의 묘도 조성돼 있다.

아산 공세리 성당 순교자 묘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아산 공세리 성당 순교자 묘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본당 우측으로는 십자가의 길이 있다.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은 후 십자가를 지고 죽음을 이르는 과정을 동상으로 표현해놓은 것이다.

십자가의 길을 걸으니 적막감과 경건함이 온몸을 감싼 기분이 든다.

이 길을 걸으면서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시련과 고통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방법을 배워보자.

공세리 성당 박물관에서 바라본 본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공세리 성당 박물관에서 바라본 본당.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성당 주위를 빙 둘러 조성된 순례길은 우거진 나무숲 아래를 걷는 코스라 조용히 사색의 시간을 갖기에 적당하다. 길 중간중간 조성된 성서와 관련된 조각품들도 눈길을 끈다.

순교자 32위를 모신 묘지를 지나면 아담한 박물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에는 약 1500여 점의 천주교 전파와 박해 관련 사료와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공세리 성당은 인근 40개 고을의 조세를 한데 모으던 창고가 300년가량 자리하던 곳이다.

공세 곶고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공세 곶고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아산, 서산을 비롯해 충북 청주, 옥천 등 40여 고을로부터 세금으로 걷은 곡식을 보관하던 공세 창고가 있었으며, 현재 창고지(倉庫`址) 주변에 축조한 성벽이 약 680m 정도 남아있다.

공세리 성당에서는 아산만과 평택호, 그 만과 호 사이를 가로지른 아산만 방조제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도 성당 내 사료들을 둘러보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시간이 그리 아깝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다음 목적지는 솔뫼성지다. 공세리 성당에 비하면 면적이 넓은 편이다.

당진 솔뫼성지 입구.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솔뫼성지 입구.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해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명소다.

입구에 다다르기 전부터 “여긴 성지구나...”라는 인상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면서 저절로 숙연해진다.

입구는 딱히 정해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주차장에서 좌측에 솔뫼성지 표지판과 2014년 프란체스카 교황의 솔뫼성지 방문을 기념한 조형물이 보여 걸음을 자연스럽게 옮겼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대건 신부, 남녀 아동이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조형물이 반긴다.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대건 신부, 남녀 아동이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조형물이 반긴다.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김대건 신부, 남녀 아동이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조형물이 반긴다.

입구를 통과하면 솔뫼 아레나를 마주하게 된다. 공연장과 야외성당을 겸하는 곳이다. 예수의 12제자 조각상에 둘러싸인 솔뫼 아레나는 고대 로마의 원형경기장을 연상케 한다.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지이기도 한 솔뫼성지는 ‘한국의 베들레헴’이라고도 불린다.

증조부 김진후(1814년 순교), 종조부 김한현(1816년 순교), 부친 김제준(1839년 순교), 그리고 김대건 신부(1846년 순교) 등 4대에 걸쳐 순교자가 나왔다.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지이기도 한 솔뫼성지는 ‘한국의 베들레헴’이라고도 불린다.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탄생지이기도 한 솔뫼성지는 ‘한국의 베들레헴’이라고도 불린다.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소나무가 우거진 작은 산이라는 뜻의 ‘솔뫼’는 지금도 1만여 평의 널따란 대지 위에 소나무 숲이 조성돼 있다.

수백 년은 됐을 법한 소나무 수백 그루가 장관을 이룬다. 소나무 숲을 걸었다. 울창한 산에 있지 않아도 몸이 정화되는 기분이다.

소나무숲 가장자리에는 성모 마리아를 연상케 하는 흰색 조형물이 김대건 신부의 동상을 감싸듯 굳건히 버티고 서 있다. 크기는 작아 보였지만 그 위상은 절대 작지 않았다.

수백 년은 됐을 법한 소나무 수백 그루가 장관을 이룬다.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수백 년은 됐을 법한 소나무 수백 그루가 장관을 이룬다.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소나무 숲 옆에 있는 십자가의 길을 걸어보자. 슬픔과 고난, 고통의 길이라고 불린다.

예수가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향해 걸었던 약 800m의 길과 바위 무덤에 묻힐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14개의 주요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고즈넉한 소나무 숲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차분한 마음과 평온함이 느껴졌다. 종교의 힘일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수가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향해 걸었던 약 800m의 길과 바위 무덤에 묻힐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14개의 주요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예수가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향해 걸었던 약 800m의 길과 바위 무덤에 묻힐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14개의 주요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다시 정문 쪽으로 내려오면 붉은색을 띤 성당이 보인다. 김대건 신부가 중국을 오가던 라파엘호를 형상화해 지었다고 한다.

안쪽으로 돌아보니 아담하고 고즈넉한 기와집 한 채가 보인다. ‘대건당’이라는 이름의 김대건 신부 생가가 복원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곳에서 김대건 신부의 영정에 꽃을 바쳤고, 두 손 모아 기도했다.

당진 솔뫼성지 김대건 신부 생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솔뫼성지 김대건 신부 생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솔뫼성지에 다녀간 것을 기념하기 위한 조형물도 있다. 2015년부터 매년 8월에는 프란치스코 데이 행사도 열리고 있다.

김대건 신부와 그 일가의 신앙적 발자취를 돌아볼 수 있다 보니 성지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당진 솔뫼성지 성모의 집 내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당진 솔뫼성지 성모의 집 내부. (사진=굿모닝충청 채원상 기자)

앞서 유네스코는 탄생 200주년을 맞는 김대건 신부를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했는데, 이를 기념한 국제 행사가 오는 8월 14일부터 22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충남은 천주교의 상징성이 많은 지역이다. 도시의 활력에서 잠시 벗어나 마음의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은 두 곳의 장소다.

※ [충남 치유의 길]은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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