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브라보!! 윤여정!
[김선미의 세상읽기] 브라보!! 윤여정!
비호감 1위였던 그녀는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훔쳤을까
나이 내세워 젠체하지 않는, 빛나되 번쩍이지 않는 배우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1.04.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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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영화라면 주말의 명화극장과 시험 끝나고 학교에서 위로(?) 차원에서 단체로 관람하던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영화는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충격만큼이나 매혹적이었다. 

동공에 지진 날만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그 영화, <화녀> <충녀>

쥐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 그 영화 관람 이후였는지도 모르겠다. 유리를 덮은 식탁? 위에 흩뿌려진 형형색색의 알사탕 위에서 벌이던 정사신은 에로틱함보다 유리에 반사되던 색채의 향연으로 더 기억에 남는다. 

불량학생도, 별로 조숙하지도 않았고 게다가 소심하기까지 했던 내가 어쩌자고 교복을 입고 어른들도 민망해하던 영화관에 드나들었는지, 그런 시기가 있었다. 개봉관에서 1차 상영을 끝낸 영화들을 모아 변두리 동네 삼류극장에서 2편씩 동시 상영하던 “라떼는 말이야~~” 시절 이야기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단속 나온 타학교 선생님한테 딱 걸렸다. 교복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 나의 화려한 일탈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 연기상 수상, <기생충>에 이은 쾌거

당시 동공에 지진이 날만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영화가 고 김기영 감독의 <화녀>와 <충녀>였다. 20대의 신인배우 윤여정이 주인공이었다. 

영화 <미나리>로 배우 윤여정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 연기상을 받은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은 한국 영화 100년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은 것이다. 

윤여정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다. 그녀의 삶과 영화를 다룬 프로그램, 인터뷰들이 넘쳐나며 시시콜콜, 깨알 같은 이야기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오스카상 수상은 당연히 배우로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고 한국 영화사의 쾌거이다. 

젊은이들까지 홀린 통념을 깬 70대 중반 여배우, 이렇게 신선할 수가 

그러나 오스카 수상만으로 그녀에 대한 인기와 폭발적 관심이 모두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비호감 1위일 때도 있었던 그녀다. 이랬던 그녀의 무엇이 사람들을 이토록 매료시키며 화제의 중심에 서게 했을까.

물론 유명하니까 유명하다는 말처럼 아카데미상이 그녀의 인기몰이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출연하는 예능 프로에서부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늘 화제를 몰고 다녔다. 

젊은이들 마음까지 훔친 그녀의 인기 비결은 전형성의 탈피와 고정관념의 전복이다. ‘여배우’가 아닌 배우로서도 전성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다고 치부되는 나이에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고 있는 70대 중반의 여배우라니, 신선해도 이렇게 신선할 수가 없다. 

경력단절 싱글맘, 성실함으로 일궈낸 전형성 탈피와 고정관념의 전복 

혜성처럼 떠올랐다가 결혼과 더불어 ‘경력단절’ 여성이 됐고, 싱글맘으로 두 아들을 키우며 먹고 살기 위해 어떤 배역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배우, 윤여정의 일화는 수도 없다. 

연기뿐만 아니라 겸손하지만 뼈가 있는 수상 소감, 위트 있는 화법, 유려하지는 않지만 솔직하고 거침없는 영어 구사는 그녀의 또 다른 매력이다. 

보편적이지만 뻔하지 않은,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 배우, 윤여정은 다른 무엇보다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그녀는 나이들었음에도 쿨하고 꼰대스럽지 않다. 위악적으로 보일만큼 내숭을 떨지도 않는다. 

파격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본업에 아주 충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꼰대스럽지 않고 쿨한,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 배우’에 환호 

그녀는 촬영 현장에서 각자의 역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이를 내세워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후배 연기를 지적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성실함과 철저한 준비로 NG 없는 배우로 알려졌다.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얘기다.

“오스카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건 아니다. 살던대로.” 윤여정의 솔직 담백함은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이 끝난 후 한국 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잘 드러난다. 

“난 '최고' 이런 말이 참 싫다. 너무 1등, 최고 그러지 말고 최중 되면 안 되나. (오스카상 수상이) 최고의 순간인지는 모르겠고,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배우가 몇이나 될까. 위선적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말이다.

“'최고' 이런 말이 참 싫다.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다. 살던대로” 

“늙으니까 대사를 외우는 게 굉장히 힘들다.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건 싫으니까 민폐 되지 않을 때까지 이 일을 하다가 죽으면 참 좋을 거 같다.” 

그녀의 소망처럼 워너비가 된 윤여정이라는 배우가 오래도록 광이불요(光而不耀), 빛나되 번쩍이지 않는 배우로 남기를 바란다. 젠체하는 꼰대들에게 나이듦의 여유와 민폐를 끼치지 않는 파격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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