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냉장고'로 마을공동체 복원하고파"
"'공유냉장고'로 마을공동체 복원하고파"
먹거리 나누는 공유냉장고 충남 홍성에 등장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백진숙·정만철 공동대표…"친환경 소비 문화 형성 기대"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1.05.02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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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군에 ‘공유냉장고’가 설치됐다. 왼쪽부터 1호점 운영관리자인 커피오감 김두홍 대표, 마음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 백진숙 혜전대 교수, 정만철 농촌과 자치연구소장.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충남 홍성군에 ‘공유냉장고’가 설치됐다. 왼쪽부터 1호점 운영관리자인 커피오감 김두홍 대표, 마음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 백진숙 혜전대 교수, 정만철 농촌과 자치연구소장.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2010년 음식물 쓰레기의 심각성을 고발한 독일 다큐멘터리 ‘쓰레기를 맛보자' 상영을 계기로 공유냉장고 운동이 확산했다. 공유냉장고에는 누구나 음식을 넣을 수 있고,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는 물론, 빈곤층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음식물을 가져갈 수 있어 지역 공동체 형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먹거리 안정성과 운영 등 보완해야 할 점이 있지만, 국내에서 버려지는 연간 1만4000톤의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도 서울과 경기도 수원을 비롯한 전국에 공유냉장고가 설치되고 있다.

충남에서는 서산, 계룡, 논산에 이어 지난 달 12일 홍성에 공유냉장고 2대(커피오감, 대한적십자사 홍성지구협의회)가 생겼다.

반응은 뜨겁다. 지역 맘카페 등에 공유냉장고 후기가 연일 올라오고 있다.

홍성에 공유냉장고 설치를 기획한 사람들이 있다.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공동대표인 백진숙 혜전대 교수와 정만철 농촌과 자치연구소장이다.

이들을 지난달 28일 홍성 공유냉장고 1호점이 설치된 커피오감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1호점 관리를 맡고 있는 커피오감 김두홍 대표도 함께했다.

충남 홍성군 커피오감과 대한적십자사 홍성지구협의회에 공유냉장고가 설치됐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충남 홍성군 커피오감과 대한적십자사 홍성지구협의회에 공유냉장고가 설치됐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

-독자들에게 공유냉장고에 대해 소개해달라.

백진숙 대표(이하 백): “그동안 음식나눔 봉사활동은 소외계층 위주의 한시적인 경우가 많았다. 공유냉장고는 국민 전체가 참여하는 형식을 갖고 있다. 저소득층 학교무료급식과 같은 낙인효과를 최소화하면서 ‘누구나 채우고 나누는’ 공동체 플랫폼이라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공유냉장고에는 누구나 음식을 넣을 수 있고, 음식을 가지고 갈 수 있다. 남는 음식을 나눔 음식으로 전환하는 친환경 소비 문화를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만철 대표(이하 정):전 세계 250개 국가에 공유냉장고가 설치됐고, 국내에서도 10여 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공유냉장고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차원에서 시작됐지만 단순한 음식 나눔이 아닌 따듯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또한 먹거리 거버넌스 복원과 먹거리 사각지대 해소, 접근권 확보 등 목적과 효과를 지니고 있다.”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공동대표인 정만철 농촌과 자치연구소장과 백진숙 혜전대 교수.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공동대표인 정만철 농촌과 자치연구소장과 백진숙 혜전대 교수.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국내 다른 지자체에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정: “국내에서는 수원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도로 지역에 약 25개의 공유냉장고가 설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

백: “서울 잠실의 경우 전통시장 입구에 설치돼 경제적으로 어려운 홀몸노인이나 청년 등 1인 가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강원랜드가 있는 정선에도 공유냉장고가 있다. 도박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반찬과 부식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한다. 주체와 운영 방식이 다양하다.”

-홍성에 공유냉장고 설치를 제안한 이유가 궁금하다.

정: “지난해 말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보며 마음이 무척 아팠다. 이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군에서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반찬 배달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이 아닌 어르신들도 상당하다. 이들의 먹거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다가 백 대표와 함께 공유냉장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홍성 공유냉장고 이용자 동의 규칙.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홍성 공유냉장고 이용자 동의 규칙.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이용자 동의 규칙도 있다고 들었다.

정: “한 명당 한 개의 음식물만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며 안전하고 위생적인 음식물만 냉장고에 넣어야 한다. 유통기한 잔여일이 2일 이내의 음식물은 넣을 수 없다. 주류와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등은 냉장고에 넣을 수 없다."

백: "식중독에 대한 책임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은 공유냉장고에 안전한 먹거리가 제공될 수 있도록 냉장고 청소와 식품 위생 상태 확인·모니터링 역할을 수행한다. 이 같은 규칙에 동의하는 주민만 이용 가능하다.”

-반응은 어떤가?

홍성 공유냉장고 1호 운영관리자인 김두홍 커피오감 대표.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홍성 공유냉장고 1호 운영관리자인 김두홍 커피오감 대표.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김두홍 대표:처음엔 누가 공유냉장고에 음식을 넣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다. 많은 사람들이 공유냉장고를 찾고 있다. 오히려 음식물들이 금방 소진되니까 그게 더 불안하다.

최근에는 청운대 중국어 학과에 재학 중인 이탈리아 유학생이 공유냉장고가 너무 좋다며 음식물을 넣어놓고 갔다. 자녀들과 함께 공유냉장고를 찾는 부모들도 종종 있다. 나눔과 교육의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백: “생각보다 이용자가 많아 놀랐지만, 후원을 하겠다는 연락도 많이 오고 있다.”

정: “공유냉장고가 정착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경기도 수원의 경우 공유냉장고가 정착하는 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반면 홍성은 예상보다 빨리 정착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영이 향후 과제로 보이는데.

백·정: “책임감 있는 운영관리자를 뽑는 게 과제다. 커피오감과 대한적십자사 홍성지구협의회에 공유냉장고를 설치한 이유는 그만큼 책임감 있는 기관(인물)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공유냉장고를 정말 필요한 곳에 설치하는 것도 과제다. 다른 지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생각이다. 독거노인이 많은 아파트 단지나 주말에 먹거리 곤란을 겪는 대학촌 등에도 공유냉장고를 설치하고 싶다.”

왼쪽부터 1호점 운영관리자인 커피오감 김두홍 대표, 마음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 백진숙 혜전대 교수, 정만철 농촌과 자치연구소장.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왼쪽부터 1호점 운영관리자인 커피오감 김두홍 대표, 마음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 백진숙 혜전대 교수, 정만철 농촌과 자치연구소장.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앞으로의 계획은?

백: “지역 노인복지센터에서 냉장고를 기증받아 3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누리소통망(SNS) 등을 통해 운영관리자를 모집할 생각이다, 아울러 누리소통망을 통해 공유냉장고 입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릴 계획이다.

공유냉장고에 안전한 먹거리가 제공될 수 있도록 식품위생 상태 확인·모니터링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

정: “‘커뮤니티 케어(공동체 돌봄)’란 것이 있다. 공유냉장고 운영관리자는 매일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할 수 있다. 매일 오던 어르신이 갑자기 보이지 않으면 운영관리자가 직접 찾아가서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 자녀들에게 연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돌봄이 강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효과도 기대한다. 공유냉장고 운영이 잘 안 된다고 접어서는 안 된다.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반드시 결실을 볼 것으로 생각한다.”

백·정: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음식물에 절반은 버려지고 있고 버려진 음식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환경을 위해 음식 공유를 실천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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