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개구리를 죽이는 건 끓는 물이 아니라 희망이다
[독자투고] 개구리를 죽이는 건 끓는 물이 아니라 희망이다
20대와 민주당(2)
  • 곽재원 독자
  • 승인 2021.05.07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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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곽재원 독자] “현재의 일자리 조건과 환경에 만족하며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고 변화를 거부하면 ‘끓는 물속의 개구리 이야기’처럼 위기에 무뎌지다가 결국 모두 공멸하고 말 것입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2018년 시의회에서의 발언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이 낮은 임금으로 근로자를 고용하는 대신, 이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복지, 보육 시설 등의 복리·후생비용 지원을 통해 보전하는 방식이며, 완성차 제조업체인 광주글로벌모터스란 기업을 탄생시켰다.

제조업 환경을 생각해보면 이는 필연적으로 20대 청년층, 그 중에서도 남성층을 타깃으로 한 정책이라 하겠다. 물론, 실업상태에 있는 중장년층도 대상이 될 수도 있겠으나 3000~3500 수준의 급여를 생각해보면 이미 직업이 있는 중장년층에게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청년층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남성청년층을 대상으로 한다. 실제로 광주글로벌모터스를 검색해서 관련 글과 댓글을 읽어보라. 상당히 많은 청년들이 ‘들어가고 싶다’, ‘공사가 잘 끝났으면 좋겠다’ 등의 희망을 피력하고 있다.

전라도 지역이 원래 민주당의 표밭임을 감안하더라도 금번 재보궐 선거에서 한춘옥 의원이 64.79%, 박선준 의원이 53.34%로 당선되었다. 전라도 지역의 세대별 투표결과를 찾을 수 없어 세대 간 비교는 할 수 없었으나, 20대 청년층의 지지율도 서울, 부산에 비해서 높을 거라고 예상된다. 도대체 이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반지의 제왕에서 아라곤은 순찰자로서 반지원정대를 이끈다. 순찰자(Strider)는 황무지의 북부의 길을 떠돌면서 사람들을 보호하고 이끄는 사람들이다. 반지원정대를 이끌어나가는 아라곤이 순찰자인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설정이다. 아라곤은 길을 이끄는 사람(Pathfinder)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030세대는 길잡이가 있었다.

1. 취업하고 몇 년 돈을 모아서 결혼하고

2. 대출 끼고 집사고 아이 낳고 키우면서

3. 아이가 다 크면 독립시키고 집값으로 은퇴생활

이것이 대한민국의 청년층이 보아왔던 길이었다. 거창하게 사장이 된다거나 부자가 된다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취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양육하는 사회시스템 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길이 청년이 생각하는 미래였다.

현재, 2030세대는 어떠한가?

1. (취직이 안 되서 돈도 결혼도 못한다)취업하고 몇년 돈을 모아서 결혼하고

2. (집값이 올라 대출 끼어도 집을 못산다)대출 끼고 집사고 아이 낳고 키우면서

3. (취직도 결혼도 출산도 어렵다) 아이가 크면 독립시키고 집값으로 은퇴생활"

일단 취업부터 어렵다. 취업이 되질 않으니 몇 년 돈을 모아서 결혼한다는 명제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다. 또,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집값이 너무 올라서 대출을 끼어도 집을 사는 것이 어렵게 되어 버렸다. 결국 아이가 다 크면 독립시키고 상승한 집값을 이용하여 은퇴한다는 삶의 마일스톤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다.

여기에서 본인은 대한민국 국민의 위대함을 다시 느낀다. 아마 일반적인 나라의 국민이라면 그냥 포기하고 자족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삶의 마일스톤이 사라진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취직이 안 되고 집값이 오른 문제는 결국은 돈으로 귀결된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핫이슈를 생각해보자

비트코인, 영끌, 주식, 유튜버…

결국은 돈이다. 2030세대는 취업이 안 되고 대출받아도 집을 못사는 난관을 더 많은 돈을 벌어서 돌파하려고 하였다. 우리네가 없애버린 길을 2030세대는 꾸역꾸역 다시 걸어가려고 발버둥치고 있던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소위 ‘노오오오력’이 부족하다거나 작은 것부터 시작할 줄 모른다고 나무라는 것은 정말 몰상식한 일이다. 우리가 나무라기 전부터 그들은 이미 온힘을 다해서 발버둥치고 있었다.

민주당은 발버둥치는 2030세대에게 어떤 ‘길’을 보여주었는가?

민주당은 발버둥치는 2030세대에게 언제까지 ‘적폐청산’을 부르짖을 것인가?

민주당의 목표는 단 하나, “2030세대들이여 이렇게 따라가면 당신들도 결국에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안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글의 맨 앞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이야기했다. 연봉 3,000의 제조업 종사자가 현재 사회의 기준에서 풍족한 일자리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이 광주형 일자리에 호의적인 이유는 단 하나라고 본다.

“광주형 일자리에서 일하다보면 풍족하지 않더라도 당신들도 안정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조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연봉이 높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자리가 아니더라도 좋다. 다만 이대로만 가면 2030세대들도 작게나마 이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확신만 주면 된다.

개구리의 생각을 알 수 없지만, 점점 뜨거워지는 물에서 개구리를 죽이는 건 지금 당장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다급함이 아닐 것이다. 조금씩 뜨거워지는 물 안에서도 앞으로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개구리를 죽인다.

개구리를 죽이는 것은 끓는 물이 아니라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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