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악성민원 늘고, 상호존중 사라져”… 고통받는 교사들
[노트북을 열며] “악성민원 늘고, 상호존중 사라져”… 고통받는 교사들
  • 박종혁 기자
  • 승인 2021.05.15 17: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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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비대면으로 수업을 하는데 한 학생이 갑자기 개처럼 짖길래 그만하라고 여러 차례 주의를 시켰음에도 짖는 걸 멈추지 않아 음소거 시킨 적이 있어요. 수업이 끝난 뒤에 학부모로부터 왜 우리 아이 기를 죽이냐고 아이가 상처를 입었다고 계속 민원을 제기하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천안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이렇게 말했다.

최근 대면 수업뿐만 아닌 비대면 수업에서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SNS에서의 교원 개인정보유출(신상털기), 명예훼손 등의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

경기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울분을 토했다. 최근 초·중학생들의 기초학력 수준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 원인이 교사의 부족한 사명감이라는 주장에 억울함을 표한 것.

교사는 “다만 맞춤법이라도 제대로 가르치고 싶어 매일 숙제를 내고 검사를 한 적 있는데, 숙제 검사가 아이들에게 부담이라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교사의 열정이 아이들에게 부담이고 스트레스라면서, 사명감으로 기초학력 보장이라니?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취재 협조를 구하던 중 한 교사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수학 교사 A씨는 “학생들의 생각을 물어보는 건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저희가 협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요즘엔 숙제 검사를 할 때도 사전에 학부모 단톡방에 허락을 맡아야 숙제 검사를 할 수 있어요. 공문을 먼저 보내주시면 학부모 단톡방에 허락을 맡은 뒤에 말씀드릴께요”라고 말했다.

숙제 검사를 하기 위해서 학부모 단톡방에서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니 믿기 어려웠다.

이 물음에 그는 “숙제 검사 전에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게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악성 민원을 넣는 학부모들이 많아요. 그렇다고 숙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게 학업성취가 낮은 학생의 학부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하면 “우리 아이는 부족하지 않다”며 화를 내고 민원을 넣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라고 말했다.

공교육뿐만 아닌 사교육 현장에서도 상황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천안의 한 학원 교사는 “저번에 한 아이가 교실에서 수업 중에 아랫도리를 벗어던지고 대변을 보는 거에요. 그래서 학생 어머님께 말씀 드렸는데, 어머님은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지 왜 기를 죽이고 그러냐“라며 학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었다. 자기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털어놓았다.

전교조에서 지난 14일 스승의 날을 맞아 교사 2513명에게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교사의 81%가 ‘교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라고 응답했고, 악성 민원 때문에 수업 방해에도 절반 이상은 ‘그냥 넘어간다’라고 답변했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지원실장은 "교사의 교육권은 학생의 학습권과 인권을 보장하고 수업과 생활지도를 위한 필수 요건이나 현행 교육관련법에는 학생 교육 관련 교사에게 어떠한 법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교권이 보장되려면 교권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 교권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 학교의 민주적 운영 등이 함께 발맞춰 나아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서는 스승의날을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 진작과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하여 지정된 날’이라고 정의한다.

은퇴한 초등교사 A씨는 “과거처럼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식으로 권위적일 필요까지는 없으나 최소한 교사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해주길 바란다”며 “교사의 교권, 학생의 학습권, 부모의 교육권을 모두 아우르는 방향으로 스승의날이 변화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A씨와 의견을 같이하는 교사들이 많다. 올해 실천교육교사모임 설문에서 교원 81.6%가 ‘스승의날을 교육의 날로 바꿔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국민청원에서도 '스승의날'을 폐지하고 '교육의 날'로 바꾸자는 청원이 수년째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사회가 변화하는 만큼 교육 현장도 변하는 것이 타당하나 상호 존중을 잊지 않으며 스승의날만큼은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에게 감사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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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2021-08-09 09:52:00
기사 잘 읽었습니다. (학부모나 교사가 아닌 입장에서) 씁니다.) 그런데 더 궁금해지는 것은 우리 사회에 그러면 상호존중할 줄 모르는 부모가 늘어나서인가? 왜 학교와 가정 사이에 상호존중이 어려운가와 같은 질문에 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특정 개인의 탓이나 사건으로 처리하기에는 정말 교육현장과 가정 사이의 관계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카톡과 같은 연락망이 생긴다고 가까와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역기능으로 작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면 문제가 무엇인가, 어떻게 의사소통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좀더 사회가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