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한국 기자의 질문을 받겠다”
문재인 대통령: "우리 한국은 여성 기자가 없나요?"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가장 ‘엽기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역대급’ 한미 정상회담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이 장면은 단연 '옥에 티'와 같은 최악의 압권이었다.
22일 새벽(한국 시각)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 중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자의 질문을 받겠다”고 제안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어누 누구도 질문에 나서는 기자는 없었다. 현장에 있던 한국 기자는 꿀 먹은 벙어리였고, 머리 처박은 꿩처럼 모두 고개 숙이고 딴전 피웠다. 순간 문재인 대통령이 당황스런 표정에 한국 기자를 찾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자 다시 여기자를 배려해 찾는 등 어쩔쭐 몰라 했다.
문 대통령의 얼굴색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고, 특히 끼어들기마저 서슴지 않았던 국내 기자회견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보는 이들 모두 얼굴이 화끈거릴만큼 낯부끄러웠고 몸 둘 바 모를 지경이었다. 35초간의 정적은 350년 이상 역겁의 세월을 연상시킬 정도로 길고도 길었다.
궁금한 질문거리가 없어서였을까? 또는 전혀 예기치 못한 회담결과에 화들짝 놀란 때문일까? 아니면 세계의 집중된 이목에 얕은 질문을 하기가 두려웠던 것일까? 또는 바이든 대통령과 공유할만한 수준의 국제정치에 대한 식견 부족함 탓일까?
당시 이 상황을 지켜보던 한 참모진은 “오줌을 지릴 정도로 초긴장 상황이었다”며 “역대급 회담에 우리나라 기자가 역대급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심지어는 “이날 한국 기자들, 특히 여성 기자들은 모두 죽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엽기적이었다.
하지만 〈중앙일보〉 박현영 기자는 23일 「외신기자 당혹케 한 文질문 "우리 여기자는 왜 손 안드나요"」라는 기사를 통해, 질문을 못한 기자의 모자람을 탓하지 않고 여기자에게 질문하라고 요구한 문 대통령을 향해 도리어 화살을 겨눴다.
그는 이날 “미국에서는 공개 석상에서 특정 성별을 언급하는 게 매우 낯설게 들리기 때문이고, 여성을 우대하는 것도 대놓고 하면 성차별주의(sexism)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라고 실없는 군소리를 늘어놓았다.
이어 "즉흥적으로 나온 문 대통령 발언은 자칫하면 한국 여성, 특히 한국 여성 기자들은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소극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기자회견을 지켜본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심어줄 위험이 있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일말의 수긍은커녕 오히려 "배려를 '여혐'으로 뒤집어씌우는 ‘못나니의 맞장구’"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