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김지현 기자] 사진작가 전재홍의 사진전 ‘제국의 휴먼’이 다음 달 3일부터 16일까지 대전 서구 탄방동 ‘갤러리 탄’에서 개막한다.
2003년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신사를 찍기 위해 전남 고흥의 소록도를 방문한 전 작가는, 그곳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신사참배 거부로 단종을 당한 한센인 장기진(蔣基鎭) 씨를 만난 것. 전 작가는 온몸으로 일제강점기의 참혹함을 표현하는 듯한 장기진 씨를 사진으로 기록한 후 올 초까지 18년 동안 일본제국주의의 생존 피해자들을 만나왔다.
일제 피해 현장을 낱낱이 담은 ‘제국의 휴먼’이 갖는 의미에 대해 전 작가에게 직접 들어봤다.
Q. ‘제국의 휴먼’은 어떻게 진행됐나?
A. 2003년 장기진 씨를 만난 후 본격적으로 일본 제국이 일으킨 침략과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찾고 기록해왔다. 그래서 전시 제목이 ‘제국의 휴먼’이다. 국내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록했으며, 해외로는 일본과 중국 등에 찾아갔다.
먼저 일본의 경우 원자폭탄 현장인 히로시마를 찾아가 재일조선인 피폭자들과, 군함도의 열악한 주거환경 등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중국의 경우 남경에 찾아가 남경대학살 당시 일본군에 총을 맞아 불구가 됐으나 살아남은 할머니를 찍었다.
또 731부대의 생존자를 찾아 하얼빈의 헤이룽장성에 찾아갔다. 그는 당시 민간인 노동자였는데, 일본 패망 직전 도주해 목숨을 부지했다고 한다. 패망 직후 일본은 731부대의 진실이 알려질 것이 두려워 보일러실에서 마루타와 민간인 노동자 등을 전부 태웠다고 한다. (나는) 그를 보일러실 앞에 세워두고 촬영했다.
이렇듯 ‘제국의 휴먼’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에 생존자들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Q. ‘제국의 휴먼’을 통해 전달하려는 것은?
A. 한 마디로 ‘반전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전쟁과 침략의 잔혹함을 사실성과 기록성이 담긴 매체인 ‘사진’을 통해 남기고자 했다. 사람의 기억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 더 부패하지 않도록 역사를 ‘방부처리’하고자 했다.
또 전쟁이란 게 끝은 있지만, 그 피해와 후유증은 대대로 이어지고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전시회에 피폭자를 비롯한 그의 2~3세대 자손을 촬영한 사진이 있는데, 이를 통해 전쟁은 곧 재앙이라는 메시지와 경각심을 전달하려고 했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A. 모든 사진이 찍을 때 각각의 사연이 있었지만, 그래도 하나 꼽자면 가장 처음에 찍은 한센인 장기진 씨가 아닐까 싶다. 그는 강제노동 중 동상이 걸려 손이 다 잘리는 등 보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고는 한다. 그의 이런 모습이 당시 침략을 당한 한국의 아픔을 온몸으로 대변하는 것 같아 애착이 간다. 또 남경대학살 현장에서 등신상과 함께 촬영한 예취평(倪翠萍) 할머니의 사진이 기억에 강렬하게 남기도 한다.
Q. 못다 한 말이 있다면?
A.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제국의 휴먼’을 통해 역사를 되짚어보고 전쟁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