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1] 황금비를 내리는 모감주나무가 서해바다를 건넌 이유...태안 신진도리 모감주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21] 황금비를 내리는 모감주나무가 서해바다를 건넌 이유...태안 신진도리 모감주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05.31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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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호기심 많은 두 어린이는 우연히 학교 뒷산에서 까만 콩처럼 생긴 씨앗과 배 모양을 한 열매를 발견한다.

식물도감에서 신기한 나무를 찾은 두 아이는 해안가에서 주로 사는 모감주나무인 것을 알게 됐다.

두 어린이는 열매의 비밀에 모감주나무가 바닷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학교 수업이 끝나면 수많은 실험을 했다.

우선 모감주나무의 열매는 까만 씨앗이 열매껍질 안쪽 중앙에서 약간 빗겨난 위치에 붙어 있다는 점과 가을이 되면 열매는 말라서 갈라진 채 땅으로 떨어질 때, 씨앗이 무게 중심이 되어 회전하면서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모감주나무의 열매의 모습은 허공에서 더 오랫동안 체류하고 바람을 타고 더 멀리 날아가는 구조였다.

또한 바람을 타고 바닷가에 도착한 모감주나무는 뾰족한 쪽의 열매 끝이 앞으로 향하고 뭉뚝한 쪽이 뒤로 한 채로 씨앗이 무게 중심이 되어 뒤집히지 않고 바람과 파도에 실려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알아냈다.

현재 우리나라 모감주나무는 대부분 해안가에서 자생한다는 점에서 두 어린이가 밝혀 낸 모감주나무의 씨앗은 수개월간 해류를 타고 바다를 건널 수 있다는 ‘해류 전파설’을 입증한 것이다.

이 대단한 일을 해낸 어린이는 고작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두 어린이는 ‘모감주나무의 씨앗은 왜 배를 타고 있을까?’라는 과학보고서로 매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개최하는 ‘2010년 전국과학전람회 식물분야’에서 영예의 국무총리 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11년이 흐른 지금, 두 어린이는 아마도 우수한 과학자가 됐을 것 같다.

태안군은 이곳 신진도리 이외에 자생지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안면읍의 모감주나무 군락지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두 어린이가 밝혀 낸 것처럼 중국에서 유래한 모감주나무가 서해 바다를 타고 와서 정착했을 것이다.

모감주나무는 바닥을 황금빛으로 물들여 영명으로 황금비나무(Golden rain tree)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6월에 노란색 꽃이 활짝 피면, 장맛비에 이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을 생각한다면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5월, 화창하면서 더운 휴일에 모감주나무는 파란 바닷가와 어두운 곰솔 숲을 배경으로 신록의 빛깔이 눈부시다.

모처럼 중국에서 몰려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도 사라졌고, 전날 비바람이 뿌연 것들을 씻어냈고, 게다가 휴일이니 모감주나무 앞의 바닷가는 인산인해가 되었다.

소리는 어떤가?

파도에 묻히지 않는 휘파람새의 청명한 멜로디와 봄철 짝을 찾기 위해 애절하게 우는 소쩍새의 화음까지.

신진도리 모감주나무 보호수에 색과 소리가 더해지니, 5월의 이곳은 ‘낭만’으로 읽힌다.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 227-1 : 모감주나무 25본, 170살, 2021년 기준

※ 27그루 중, 태풍 피해로 2그루가 고사하여 현재는 25그루를 관리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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