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디지털 문해력 바닥권인 학생들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디지털 문해력 바닥권인 학생들
다양한 독서와 검증에 약해… 사회적 약자에 치명적, 성찰과 공감 해법 찾아야
  •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21.06.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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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스 홀바인의 둘째 아들이 그린 ‘구약과 신약의 알레고리’는 성서를 대중들에게 이해시키고자 그린 작품이다. 그림 한 가운데 큰 나무는 시대를 나누는 기준점이다. 굳건한 나무 밑에는 인류(HOMO)가 앉아 있다. 그는 나무 밑에 앉아 두 시대 혹은 두 영역 사이에서 자신의 삶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런 중차대한 결정이 쉬울 리 없다. 다행히도 도우미가 있다. 나무 왼쪽의 인물은 선지자 이사야이고, 오른쪽의 인물은 세례 요한이다. 율법의 세계인 구약이 먹구름이 깔린 곳이라면, 신약의 세계인 은혜의 세계는 환한 빛이 비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렸다고는 하지만 성서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바니타스 정물화도 마찬가지다. 그림의 구성요소마다 의미하는 바가 정해져 있어 이를 모르면 ‘어울리지 않은 물건들을 모아놓은 소품’정도로 이해 할 수 있다. 해골은 인간의 피할 수 없는 죽음, 시계(모래시계)는 시간의 유한함과 소멸을 상징한다. 장정된 책이나 예술가의 도구 들은 인간의 지적한계가 보잘 것 없고, 보석·멋진 의복·거울은 부귀영화의 허망함을 타나내며, 벌레나 시든 꽃은 영원하지 않은 삶을 비유한다. 시대와 상징에 대한 문해력이 없다면 그림의 의미를 알 수 없다.

코로나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우리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부각되었고 문해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문해력(literacy)은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함양해야 할 역량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텍스트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인터넷 및 정보통신 매체의 발달로 단순히 문자 텍스트를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다양한 매체와 상징체계의 의미를 이해하고 의사소통하는 능력으로 확대되기에 이른다. 일상생활에서 ‘역사적 문해력’, ‘건강 문해력’,‘미디어 문해력’,‘비판적 문해력’등으로 확장되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디지털 정보 문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바닥권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 3일 발표한‘피사(PISA)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만 15살 학생(중3, 고1)들은 사기성 전자우편을 식별하는 역량 평가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보의 신뢰성을 식별하는 조사는 학생들에게 유명 이동통신사 명의를 사칭한 피싱 메일을 보낸 뒤 양식에 맞게 이용자 정보를 입력하면 스마트폰을 받을 수 있다는 링크에 반응하는 태도를 조사한 것이다.

한스 홀바인(아들), 구약과 신약의 알레고리(An Allegory of the Old and New Testaments): 1530-32. 스코틀랜드 국립갤러리.
한스 홀바인(아들), 구약과 신약의 알레고리(An Allegory of the Old and New Testaments): 1530-32. 스코틀랜드 국립갤러리.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테스트는 지문을 제시한 뒤 5개의 문항을 통해 평가하였다. 그 중 한 문제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저서‘문명의 붕괴’를 다루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여러 문명권이 스스로 결정한 선택과 환경에 끼친 영향으로 인해 붕괴를 맞았다고 서술 했다 라는 문장은 사실인가 아니면 의견인가?”를 물었다. 우리학생들은 주어진 문장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에서도 최하위를 차지했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가 2006년 피사 조사에서 556점으로 조사대상국 중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3년마다 진행되는 조사에서 지난 12년 동안 점수와 순위가 함께 하락하고 있다. 2018년 조사에서는 우니 나라의 읽기 영역 점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487점 보다 높은 514점으로 5위를 기록한 바 있다. 우리 학생들이 교과서와 문제풀기 훈련을 통해 정보의 파악과 이해는 잘 하지만 실제 환경에서 이를 활용하는 능력인 정보의 신뢰성과 가치 판단 역량이 떨어졌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청소년들은 긴 글 읽기를 어려워하고 있으며 어휘력이 약하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10대는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다양한 출처의 문서를 읽고 검증하는 방법을 모르는 데다 비판적 읽기를 경험한 적이 거의 없다. 자칫 세대 간 의사소통 마저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로 등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가정에서 온라인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들의 문해력은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문제는 이런 문해력 약화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거나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을 갖고 있는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돌봄과 정서적 지지를 확보한 가족, 언제든지 도움을 요청하면 아이들의 돌봄과 교육을 도와줄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람들에겐 문해력 약화가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들에겐 지금까지 찾아오지 않았던 새로운 위기다. 성찰과 공감을 기반으로 한 해법 찾기에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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