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권’ 손에 쥐고 대리기사 조련하는 업계… ‘갑질 논란’
'배차권’ 손에 쥐고 대리기사 조련하는 업계… ‘갑질 논란’
‘숙제’ 안 하면 배차 시켜주지 않아, 항의하면 블랙리스트 올려 영업 제한
  • 박종혁 기자
  • 승인 2021.06.09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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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기사들이 배차 프로그램 회사와 대리운전 업체들의 각종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대리운전 기사들이 배차 프로그램 회사와 대리운전 업체들의 각종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대리운전 업체가 배차권을 손에 쥐고 있으니 저희는(대리기사) 노예처럼 업체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죠”

8일 대리운전노조에 따르면 대리운전 기사들이 배차 프로그램 회사와 대리운전 업체들의 각종 ‘갑질’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운전 업체에서 낸 ‘숙제’를 하지 못한 기사는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

‘숙제’를 마치지 못한 대리기사는 업체에서 콜을 숨겨 고객이 배차를 요청해도 볼 수 없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숙제’를 마치지 못한 대리기사는 업체에서 콜을 숨겨 고객이 배차를 요청해도 볼 수 없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숙제’는 일종의 할당제도로 업체가 대리운전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일정 콜수나 목표금액을 지정해 목표를 채운 기사들에게 다음날 우선 배차해 주는 제도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기사는 업체에서 콜을 숨겨 고객이 배차를 요청해도 볼 수 없게 된다.

대전의 대리운전기사 이** 씨는“숙제를 하지 않으면 업체에서 콜을 주지 않는다”며 “콜을 받기 위해선 손해를 보더라도 숙제를 해야만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숙제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될 때도 많다”며 “얼마나 영업할지 기사 마음대로 정할 수 없으니, 압박감에 시달린다”라고 말했다.

손님과 트러블이 생기거나 업체에 순종적이지 않은 대리기사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손님과 트러블이 생기거나 업체에 순종적이지 않은 대리기사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또, 손님과 트러블이 생기거나 업체에 순종적이지 않은 대리기사는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이 씨는 “회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락’이 걸린다”며 “락이 걸리면 회사에서는 콜을 주지 않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리운전 업체들끼리 블랙리스트를 공유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이직할 수 없다”며 “다시 일하고 싶으면 업체에 찾아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무릎 꿇고 빌어야 풀어준다”라고 호소했다.

지난 2019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지침에는 ‘과도한 콜 수행 횟수 같은 목표를 부과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배치를 현저하게 제한하는 등 계약해지에 준하는 제재를 가하는 행위’를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라고 규정했으나 아직도 바뀐건 없었다.

대전대리운전노조는 “공정위 같은 데서 권고해도 대리업체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지난해에 대리운전노조가 노조로 인정받아 업체에 교섭 신청을 했지만, 대리운전업체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라고 말했다.

대리운전노조는 배차 우선권을 판매하는 ‘프로 서비스’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거의 모든 대리기사가 ‘프로 서비스’에 가입했기에 서비스에 가입해도 실질적으로 우선 배차 혜택을 볼 수 없다”며 “더 좋은 혜택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콜을 받기 위해서 ‘프로 서비스’를 가입해야만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프로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사실상 배차를 받을 수 없다”며 “프로그램업체나 대리운전 업체나 한통속으로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뜯어가려고 궁리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지역 대리운전업체에 이와 관련해 여러 차례 전화로 물어봤으나, 질문을 하는 순간 매번 전화가 끊어져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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