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법원 직원을 속여 영장청구서를 몰래 빼내 온 상급 간부들의 부정행위를 감찰 청구했다가 ‘도사’와 ‘업무 무능력자’로 몰려 보복 징계와 겁박을 받는 등 실제로 두번씩이나 ‘2차 가해’에 시렸다는 서울동부지검 진혜원 부부장검사.
현 김오수 검찰총장이 과거 법무차관 시절 징계위원장을 하고 있을 때 진정인의 진술을 집요하게 저지하는 바람에 너무 역겨운 나머지, 집에 돌아와 참을 수 없었던 구토의 악몽을 털어놓았던 진 검사.
그런 진 검사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고백은 가히 충격적이다. 스토리는 제주지검 검사 시절 상급 간부들이 법원에 접수된 압수수색영장청구서 등 문서를 몰래 빼돌린 다음, 법원 접수 사실을 아예 없는 것으로 조작하려는 움직임이 확인돼, 이를 부정행위로 진 검사가 감찰 청구한 데서부터 시작된다.
앞서 그는 지난 4월 23일 페이스북에서 “감찰 결과는 유야무야됐고, 오히려 그 때부터 영장청구를 잘못했느니, 그 사건 피의자에게 '도사' 행세를 했느니 등등 엮어서 수년간 수차례 징계와 징계에 준하는 처분을 했다"며 "원래 사람에게 관심이 없어서 김오수라는 분이 누군지도 몰랐는데, '도사'로 몰려 법무부에 징계 회부되는 바람에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게 돼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어 "당시 징계받아야 된다고 의결한 사실관계만 30가지쯤 됐는데, 하나하나 사실과 법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을 시작하려는데 그럴 때마다 어이 없게도 계속 말을 막거나, 중간에 또 말을 끊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었다"며 “그 순간 이 분은 '실체진실에 전혀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 동료인 간부들에 대해 감찰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보복하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싶어 구토가 나왔고, 집에 돌아와서도 몇 시간 계속 구토를 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진 검사는 그러나 11일 “사실, 단순히 구토만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며 이 문제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두번씩이나 시도했던 과거를 고백하고 말았다.
그는 “실제로는 너무나 분한 마음에 남산타워를 올라가기도 했고, 차마 뛰어내리지 못한 채 다시 돌아오는 길에도 극단적 선택을 수 차례 고민하는 등 순간 순간 충동이 끊임없이 밀려왔다”며 “보다 못한 지인의 소개로 난생 처음 신경정신과를 방문해 극단적 선택이라는 충동에 대해 상담하고 많은 약을 처방받았다”고 기억했다.
이어 “약을 먹고 상당 부분 차분해지면서 현실 감각이 되돌아왔다”며 “얼마 전 아름다운 여군 한 분이 성폭력 신고 후 수차례 반복된 2차 가해 끝에 그만 극단적 선택을 하셨다는 뉴스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기록이라도 남겨야지 싶은 생각에 교보문고 가는 길에 진료기록부를 사본해 왔다”고 덧붙였다.
또 “약을 먹고 정상으로 돌아온 때부터 삶의 목적은 간부들의 범죄에 관한 감찰 청구에 대한 보복성 조치가 공직 사회에서는 절대로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형성하는 것이 됐다”며 “가해자들이 계속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때의 기억이 생각나게 되지만, 그나마도 대법원 판례 정립의 목적이 아니었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중에 제정신 돌아와서 평창동부터 남산타워까지 다시 걸어가봤는데, 맨정신으로 다닐 만한 거리는 아닙디다. ㅋ”라며 허탈한 웃음으로 과거의 악몽을 추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