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정산례 농협세종교육원 교수] 노후설계에 ‘웰다잉’을 담자
[특별기고-정산례 농협세종교육원 교수] 노후설계에 ‘웰다잉’을 담자
  • 신상두 기자
  • 승인 2021.06.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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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례 농협세종교육원 교수(굿모닝충청)
정산례 농협세종교육원 교수(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농협세종교육원 정산례교수] 4차 산업혁명시대, 기술혁신 융·복합은 노동력의 기계화와 더불어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후생활 환경은 빠르게 변하지만, 이에 대처하는 노년의 설계는 ‘경제적 여유를 추구하는 삶’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대가 급속히 변하는 만큼 은퇴 후 삶에 대한 확장적사고가 필요하다. 노후설계에 대한 기준이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100세 시대’는 옛 말

‘DNA혁명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저자 전방욱교수)는 생명 편집 기술과 윤리, 적용과 규제이슈를 통해 크리스퍼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유전자 가위는 유전자의 특정부위에서 DNA를 절단하는 능력을 갖는 광범위한 효소를 말한다. 유전자가위 기술로 생명체가 가진 유전체를 잘라내거나 원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어 유전자를 교정하고 편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뿐인가?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약 30년가량 증가하였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노인을 칭하는 새로운 용어도 생겨났다. 신체적 정신적 질환 없이 건강하게 사는 80세 이상의 노인을 ‘슈퍼에이저’라고 부른다. 슈퍼에이저들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그 중심에는 텔로미어가 있다.

텔로미어란 무엇일까? 세포 속에 있는 염색체의 양 끝단에 붙어있는 반복 염기서열로 세포분열시 유전정보를 담은 DNA가 손상되지 않도록 완충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것이 짧아지면 염색체를 보호하는 기능이 약화되어 노화가 진행되고 일정 길이 이상 줄어들면 세포 분열이 멈추게 된다. 뒤이어 텔로미어가 사라지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텔로미어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등은 인간의 평균수명 연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양대학교 김창경교수의 ‘재수 없으면 200살까지 산다’라는 강의 내용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웰빙(Well-bing)을 넘어 웰다잉(Well-dying)으로

200세의 삶은 과한 상상이라 하더라도 은퇴 후 삶이 40년을 넘는다면, 살아온 인생만큼이나 장거리 마라톤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노후설계를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재테크를 하고 연금에 가입하고 부족하면 모기지를 통해 생활하는 등 경제적 계획만을 세우는 것이 은퇴 후 삶을 위한 최선일까?

그동안 은퇴생활을 위한 준비, 노후설계에 대한 준비는 살아감에 집중되어 있었다. 삶의 질 향상을 통해 몸과 마음의 편안함과 행복을 만들어 가는 웰빙(Well-bing)말이다.

하지만 은퇴 후 설계에 빠지지 말아야할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웰빙(Well-bing)의 연장선 개념인 웰다잉(Well-dying)이다. 노후설계에서 웰다잉은 고스란히 살아낸 인생에 준비된 죽음으로 지혜롭게 인생을 완성하는 것이다. 죽음이란 확정적 사건이 있기 때문에 삶에 대한 애착이나 소중함이 더욱 간절해지는 것이 아닐까? 노후설계의 마지막 단계인 죽음 준비는 삶의 여정에서 가까운 사람과 더불어 가장 세심하게 준비되어야 한다.

웰다잉(Well-dying)이란?

삶을 정리하고 죽음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행위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존엄사를 포함한다. 한국에서 존엄사는 2009년 대법원이 처음 인정한 바 있다.

웰다잉법 혹은 존엄사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 결정법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이며 2016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호스피스 분야는 2017년 8월 4일, 연명의료 분야는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웰다잉(Well-dying)이 함께하는 노후설계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 시기를 모를 뿐’ 죽음이라는 확정적 사건 앞에서 웰다잉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노후설계의 전략은 완전히 달라진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넘어 ‘어떻게 살다 갈 것인가’에 대한 버킷리스트와 엔딩노트가 은퇴 후 노후설계에 대한 의미를 가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웰다잉에 대한 사전 계획이 없다면 잘 살다 이별해야 하는 시점에서 병상에 누워 의식을 잃은 채 가족과 이별하고, 그 후 남은 가족은 3일 동안 모든 이별 행사를 떠난이의 바람이 아닌 장례업체의 도움으로 마무리 한다.

웰다잉은 스스로 생의 마지막 순간을 사전준비하고 가족과 공유하여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장례를 치르고 각별했던 이들에게 마지막 감사의 메시지를 남기는 숭고한 행사인 것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후회 없이 일상생활에 전념하며 삶에 풍요로움을 더하도록 떠나는 사람이 미련을 덜어주는 것이 노후설계의 마지막 단계인 웰다잉이다.

웰다잉이 함께하는 노후설계는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가치를 더한다. 죽음에 대한 부정·무시·두려움에서 벗어나 질 높은 삶을 완성하는 은퇴후 생활설계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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