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욱 직설(直說)》 양정철의 '커밍아웃(Coming Out)'
《최한욱 직설(直說)》 양정철의 '커밍아웃(Coming Out)'
  • 최한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13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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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욱 칼럼니스트는 13일
최한욱 칼럼니스트는 13일 "양정철은 '킹 메이커'가 아니라 '킹 스토커'다"라며 "이기는 쪽에 붙어서 '복심놀이'하는 게 양정철의 기이한 직업"이라고 깔아뭉갰다. 사진=동아일보/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양정철의 '커밍아웃(Coming Out)'》

양정철이 또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기자에겐 "정치를 안 하겠다. 내버려 두라"는 문자를 보내더니,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정권재창출 대의 하나 때문에 또 뭔가의 악역을 해야 하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슬슬 밥상 위에 얹을 숟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난 양정철이 미국으로 떠날 때 이렇게 예언했다.
"비서실장에서 낙마한 양정철은 이낙연의 사면 폭탄을 뒤로 하고 미국으로 간다. 미국의 유명 싱크탱크에서 연구 활동에 전념한다고 한다. 그가 미국에서 뭘 연구할까? 단언컨대, 통합과 연정의 레시피일 것이다. 그리고 보궐선거에 패배하면 또 홀연히 귀국해 대선판에 숟가락을 얹고 연정의 꿈을 활짝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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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슬픈 예감'은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양정철은 인터뷰에서 "통합의 정치로 가야 한다. 답은 연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모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되는 분이 임기 초에 여야 합의로 개헌을 추진하는 게 이상적이다"라고 했다. 통합과 연정, 그리고 (내각제) 개헌이 바로 여시재의 구상이다.

마침내 본색을 드러냈다(고맙다). 이광재가 공공연한 '여시재 패밀리'라면, 양정철은 여시재의 '언더커버'다. 교묘하게 정체를 감추고 호가호위하며 여시재의 구상을 지원하는 것이 양정철의 임무.

여시재 패밀리, 즉 이재용의 '또 하나의 가족'은 여야를 넘나들며 '삼성공화국의 제다이'로 암약하고 있다. 홍석현은 윤석열을 앞세워 국힘을 접수하고, 이광재는 친문마케팅으로 민주당을 접수하고, 이광재가 실패하면 양정철이 민주당 대선후보에 엉겨붙어 또 하나의 가족으로 포섭하려는 것이다.

그는 "3년 정도 해외 유랑에서 절감한 것은역시 노무현이었다. 왜 고인께서 생전에 그토록 통합의 정치를 주창했고 조롱을 받아가면서도 대연정까지 추진하려 하셨는지, 앞서간 혜안이 와닿는다"고 했다. 억장이 무너지고 복장이 터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통합주의자란다. 고인은 말이 없으니 진실을 알 길이 없다.

양정철은 "문재인 대통령도 대통령이 된 이후에 적어도 통합이나 포용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다"며 은근슬쩍 문 대통령까지 통합주의자로 둔갑시켰다. 통합과 연정을 위해 주군을 팔아먹는 벚꽃이 '대통령의 복심'이라면, 고양이도 호랑이의 복심이다.

양정철은 또 다시 '킹 메이커'를 자처하며 문심을 얻고 싶어하는 대선후보들에게 엉겨붙어 시덥지 않은 훈수질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양정철은 누구에게 붙을까?

양정철은 "친문 제3후보 옹립 따위 전망은 웃기는 얘기다. 다만 내가, 우리 당 후보 선출 이후 뭘 도와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친문 제3후보'는 행선지가 아니고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그때 붙겠다는 뜻이다.

이동형 평론가는 양정철의 행선지를 '이기는 쪽'이라고 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양정철은 '킹 메이커'가 아니라 '킹 스토커'다. 이기는 쪽에 붙어서 복심놀이하는 게 양정철의 기이한 직업이다.

아마도 양정철은 누가됐건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선을 대고 제갈공명 행세하며 숟가락을 얹을 것이다(현재까진 이재명 지사가 유력하다). 그리고 대선후보를 삼성과 엮기 위한 공작질에 몰두할 것이다. 삼성에 포섭되면 어떤 대통령도 결코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

여시재는 삼성공화국의 '일루미나티'다. 여야에 모두 빨대를 꼽고 그들의 대리인을 청와대에 앉히려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통합해 삼성의 천년왕국으로 만들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다.

그들은 국힘의 윤석열, 민주당의 이광재를 대선후보로 만들고 누가 집권을 하건 여야 합의로 개헌을 추진하는 '이상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다(개꿈일 뿐이지만).

양정철은 자신을 "선거 때만 나타나 소소한 역할을 감당하고 곧바로 사라지는 '간헐적 정치인'"이라고 했다. 선거 때만 나타나 설치는 사람을 흔히 '선거브로커'라고 한다. 양정철은 그저 여시재가 파견한 선거브로커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선거브로커가 설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이준석 돌풍에서도 확인된 바와 같이 이제 국민과 당원이 정치의 주인이다. 보수정당이건, 진보정당이건 변화의 바람을 피할 수 없다.

'변화맹시'. 시대의 변화를 보지 못하고 장난질 치다가 결국 나경원처럼 눈물이나 질질 짜게 된다. 양정철은 "그조차도 그만 하고 싶다"고 했다. 좋은 생각이다. 아무도 안 말린다. 바로 지금 그만 두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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