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충남 예산상설시장(이하 시장)은 지역 상권의 중심지로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2000년대 들어 원도심 쇠퇴로 찾는 이가 줄었다. 빈 가게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예산군이 올해 초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골목을 오가는 발길이 늘기 시작했다.
어둑어둑한 시장 입구에 내걸린 간판 하나가 행인들의 눈길을 끈다. 흰 배경에 쓰인 네 글자, ‘어서와U’가 그곳이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아래편에는 로스팅·핸드드립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은은한 커피 향이 손님을 맞는다.
어서와U는 이효선(38)·신광진(43) 씨 부부가 운영하는 로스팅·핸드드립 전문점이다.
부부가 이곳에 카페를 차린 건 지난 4월, 20년 이상 중국에서 기자와 선교사로 활동하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난해 9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신 씨 부모님이 거주하는 예산에 정착했다.
카페 창업을 시작한 건 이 씨 아버지 영향이 컸다. 로스팅을 즐기던 아버지 도움을 받아 노하우를 배웠다고 한다.
적당한 장소를 찾다 시장을 선택했다. 부부에게 번화가가 아닌 시장 안에 18명 남짓한 카페를 차린 이유를 물었다.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싶었어요. 복잡한 번화가 보다 사람들의 정이 오가는 시장 안 공간이 더 좋더라고요"
“가게 이름을 고민하다가 충청도 사투리를 활용하기로 했어요. 누가 들어도 친근할 것 같아 어서와U로 정하게 됐죠” 재치있는 설명이다.
이름 때문에 재미난 오해도 낳기도 했다. “예플은 ‘예산 애플’의 줄임말이에요. 가끔은 ‘예산 애플’이라고 잘못 작은 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니까요” 신 씨가 유쾌한 어조로 이야길 전한다.
부부는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커피를 만든다. 취향에 맞게 원두도 추천해준다. 신선한 생두를 엄선해 직접 로스팅을 하다 보니 맛과 향이 좋다.
이곳에서는 핸드드립 커피를 비롯해 원두, 드립백 커피, 더치커피, 아메리카노 등을 맛볼 수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드립백 원두 판매도 시작했다.
로스팅·핸드드립 전문점이지만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지역 특산품인 사과를 활용한 음료도 개발했다.
이렇게 탄생한 메뉴는 부부가 직접 만든 사과청에 우유와 탄산수 등을 곁들인 ▲예플 카페라떼 ▲예플 시나몬 라떼 ▲예플 에이드 ▲예플 스윗티 등이다.
이 씨는 “예산에 와야지만 먹을 수 있는 것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했어요. 사과 가격이 만만치 않아요. 사과청 만드는 과정도 어렵죠. 그러나 음료에 만족하시는 손님들 반응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더라고요”라며 반응을 전했다. 부부는 또 다른 사과 음료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바람은 어서와U가 고향처럼 편안한 공간이 되는 것이다.
부부는 한 목소리로 “매일 아침 정성을 다해 로스팅을 합니다. 좋은 커피를 보다 많은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어요. 치열하게 살다가도 여기 와서는 한가로이 마주 보면서 커피를 마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도 목표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마음을 간직하며 정직한 커피를 만들고 싶어요“ 부부의 진심이 담긴 한 마디가 가슴을 울린다.
가게의 이름처럼 친근한 가게로 지역에 녹아들길 바라본다.
*어서와U
위치: 예산군 예산읍 형제고개로 967, 라동 3호.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매주 일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