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청년구단’, 폐쇄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
[김선미의 세상읽기] ‘청년구단’, 폐쇄가 보다 현실적인 대안
17개 점포로 출발, 4년 만에 전면 철수 국민세금 20억 투입
졸속행정과 해이함이 낳은 예견된 수순, 근본적인 변화 필요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1.06.30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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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2차선 도로에서 한 블록 들어온 좁은 골목길 모퉁이에 있던 단독주택이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음식점을 연다고 했다. 동네 골목에 있을 법한 고만고만한 밥집도 아니고, 횟집이라고 했다. 여기에 횟집을? 

좁은 골목길에 왠 횟집? 충분한 준비, 노모의 비상금까지 털어넣었으나

어쨌거나 횟집은 문을 열었고 개업 초기 잠깐, 손님이 드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부터 적막강산이었다. 1년쯤 지나 결국 폐업했다. 리모델링 비용만 1억 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소문에 팔순 노모의 비상금까지 털어 넣었다고 한다. 

부부는 성실했고, 이름 있는 큰 횟집에서 오랫동안 충분한 경력을 쌓았던 터라 창업 준비도 된 상태였다. 부부가 직접 주방과 홀을 책임지니 인건비 부담도 줄고, 무엇보다 일하던 인근의 횟집이 문을 닫은 만큼 단골 확보도 맨땅에서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 부부도 그런 점을 십분 고려해 창업에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 자영업의 무덤이 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직전 일이다. 

10년 동안 상호 유지 동네 음식점 딱 1곳, 어느 날 보면 간판이 바뀌어 

음식업 창업 성공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굳이 이웃 사례가 아니어도, 통계를 확인하지 않아도 충분히 체감할 수 있다. 

개업 화환이 놓였는가 싶었는데 어느 날 보면 간판이 바뀌어 있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오래된 서민 동네로 개발붐을 타고 새롭게 상권이 뜨는 곳은 아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수많은 음식점 중 이사온 지 10년이 넘는 동안 상호를 유지한 곳은 딱 한 집 봤다. 알고보니 나이 지긋한 주인장이 오랫동안 고집스럽게 지켜온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었다. 

3년 전 국민 욕받이 됐던 중앙시장 ‘대전 청년구단’ 다시 전국 뉴스로 

3년 전 여름 끝자락, 모방송국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대전의 청년창업몰 한 곳이 전국적으로 핫 이슈가 됐었다. ‘백종원의 골목길’에 비춰진 중앙시장 한복거리에 문을 연 ‘청년구단’ 식당들은 맛·위생 등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덕분에 국민 욕받이가 됐다. 

컨설팅에 나선 백종원은 기본도 갖추지 못한 채 음식업에 뛰어든 청년 창업주들에 분노를 터트렸고 “대전 청년몰은 최악의 입지로 기획부터 잘못됐다”고 혹평했다. 

지난 주말, ‘대전 청년구단’이 또 한번 포털 전국 메인뉴스로 등장하며 주목을 끌었다. 대전 중앙시장 청년몰, ‘청년구단’이 지난달 16일 창업자 전원이 폐업 철수하며 완전히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청년 창업자를 키워내기 위한 인큐베이팅 비용, 마중물이라지만...

정부와 지자체 지원으로 “청년에게 희망을! 전통시장에 활력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2017년 17개 점포로 출발한 지 4년 만에 완전히 손을 턴 것이다. 

청년몰을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투입된 국민세금만 해도 리모델링비, 월세 지원, 조형물 조성, 엘리베이터 설치 등 20억 원에 이른다. 단순 계산하면 한 점포당 1년에 3000만 원, 4년 동안 1억1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 셈이다. 

청년 창업자를 키워내기 위한 인큐베이팅 비용, 마중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만한 효과와 가치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치밀한 기획과 노력과 열정, 진정성을 쏟았음에도 어쩔 수 없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예견된 몰락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전통시장 청년몰 폐점률 30% 넘나들어, 편중된 업종 부실한 사후관리

지난 2016년부터 중기부의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상인 육성을 목적으로 추진된 ‘청년몰’의 몰락은 비단 대전만의 상황은 아니다.

물론 '골목막걸리'처럼 성공 사례도 있지만 전국적인 현상으로 폐점률이 30%를 넘나들고 있다. 가동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도 드물지 않고 부진으로 일부 지자체는 아예 폐쇄까지 고려할 정도다.

청년몰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음식 관련에 60~70%가 편중된 창업 분야 △빈약한 콘텐츠 그리고 △부실한 사후관리가 공통적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어도 청년몰의 성공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다 보니 지원이 끊어지면 곧바로 휴폐업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심지어 한 달 만에 가게를 접는 사례도 있다. 졸속 행정, 안이함과 해이함이 낳은 예견된 수순이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은 청년몰 몰락에 치명타가 됐다. 

졸속 행정과 안이함이 낳은 예견된 수순, 업종 전환한다고 기사회생할지 

리뉴얼에 들어간 대전시와 동구청, 중앙메가프라자 상인회는 청년몰을 음식점 중심에서 공예품과 청년 예술인 지원 공간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운영방식으로는 업종을 바꾼다 한들 입점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지는 의문이다. 

경험 없는 생짜배기들을 쇠락한 상권에 모아놓고 기사회생하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말이다. 문득 1억 원 가까이 투입된 솥단지 조형물은 업종 변경을 하면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해진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창업희망자들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업종을 바꾼다고 해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지는 않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모 지자체처럼 폐쇄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전통시장 창업몰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청년지원을 고민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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