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죽(毛竹)처럼 ‘쑥쑥’...장애학생 성장돕는 세종 ‘특수교육’
모죽(毛竹)처럼 ‘쑥쑥’...장애학생 성장돕는 세종 ‘특수교육’
  • 황정현 세종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
  • 승인 2021.06.3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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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수교육지원센터 황정현 교사(굿모닝충청=세종)
세종특수교육지원센터 황정현 교사(굿모닝충청=세종)

[굿모닝충청=세종특수교육지원센터 황정현 교사] 나는 장애 자녀를 둔 고등학교 생물 선생님의 영향으로 특수교육을 접하게 되었고 1992년 교직에 입문하여 ‘아이들은 모죽(毛竹)처럼 자란다.’라는 말을 교육철학으로 여기며 교사의 길을 걸어왔다.

대나무 중에 최고로 치는 모죽(毛竹)은 씨를 뿌린 후 5년 동안 아무리 물을 주어 가꾸어도 싹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죽순이 돋아나 눈에 띄게 쑥쑥 성장한다.

특수교사도 마찬가지이다. 가시적으로 성장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인내함으로 호흡하다 보면 어느샌가 교사의 지시에 따라 반응하고, 친구들과 잘 지내는 등 나름대로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교육’이라는 양분을 먹고 내면의 힘을 모죽(毛竹)처럼 강하게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성장을 위한 몸부림을 교사로서 모른 체하지 않고 더 풍부한 영양분을 주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한다.

특수교육 초창기의 특수학급 운영은 아이 개인의 성장과 발달에 집중하기보다 승진을 앞둔 교사가 거쳐 가는 절차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러한 학교 현장에서 나는 특수교육을 전공한 교사로서 특수교육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지 “제가 할게요.”를 참 많이 했었다.

대부분의 학교는 연중 1회 학습발표회를 한다. 1년의 교육활동 성과를 학부모들에게 선보이며 자발적으로 학교 교육에 관한 관심과 참여를 이끌기 위함이다. 이런 학교 행사에서 흔히 보는 장면은 장애가 있는 학생은 무대의 주인공으로 서기보다 객석에서 친구들이 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때가 많다. 그렇게 해 주는 것이 장애가 있는 학생에 대한 배려라고 여기는 잘못된 인식이 낳은 결과라고 본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생의 모습을 보며 애써 “괜찮아”라고 말하는 교사의 마음은 아프다. ‘장애를 가졌다고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에서 못하면 ‘우리끼리 하면 된다’라는 생각에 동료 특수교사들을 설득하여 아이들을 무대에 세울 방안을 논의하게 되었다. 계획된 사업이 아닌지라 책정된 예산이 없어 교사, 장학사, 지역 인사의 후원을 받아 특수학급별·학생 개인별 200여 명의 학생들의 숨은 재능을 발표할 수 있는 장(場)인 꿈이 있는 잔치마당을 기획하여 개최하였다.

행사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 명의 학생도 소외됨이 없이 모두를 주인공으로 서게 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여 장애 학생 교육에 관심과 사랑을 끌어내는 데 있었다. 어렵게 무대를 오르내리며 자신의 숨은 끼를 손짓과 몸짓으로 표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웃고 울며 감동하다 보니 가슴 깊은 곳에 쌓인 응어리가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교사들 모두 “우리 정말 잘했다.”라고 서로를 격려하게 되고 더 풍성한 무대를 준비할 것을 다짐하며 특수교육 발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행사를 운영하였다.

현재 특수교육 현장은 전과 다르게 집단보다 개인의 삶에 더 집중해야 하는 때가 도래하였다. 학교에서의 배움이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가치를 발현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잘 배워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을지 서로 논의하며 해결점을 찾아가야 할 시점이다. 이에 단위학교에서 경력 교사로서 교육과정을 더 연구하고 철저히 운영하는 데 솔선수범하며 본이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나는 2014년 세종시에 전입하여 세종시의 첫 특수학교인 세종누리학교에 재직했었다. 나의 교직 생활은 조기교육을 시작으로 특수학급과 특수학교 근무, 장애 성인 시설 파견학급 담임 등 다양한 형태의 특수교육을 했다.

‘2021년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내가 마지막으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가야 할 특수교육 현장은 어디일까?’를 놓고 고민했다.

나의 교직 생활을 마무리할 곳, 나의 사랑과 위로가 더 필요한 곳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애가 심하여 학교에 올 수 없는 중증 장애아이가 머무는 곳인 가정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들이 올 수 없다면 내가 찾아가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순회 교육이 가능한 특수교육지원센터를 희망하여 근무지를 옮겼다.

얼마 남지 않는 교직 생활 동안 아이들에게 양질의 밑거름을 제공하여 단단하고 올곧게 성장할 수 있도록 나를 필요로 한 곳에서 아이들을 위로하고 사랑하며 특수교육 현장을 지키겠다.

황정현 교사는 지난해 ‘제9회 대한민국 스승상’을 수상한바 있다. 당시 그는 특수교육부문에서 창의적인 교육 활동을 전개해 특수교육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았다. ‘대한민국 스승상’은 교육부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주관하는 것으로, 교육·학술·연구 활동에 공적이 있는 참다운 스승상을 정립하기 위해 도입된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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