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술래] ‘코로나19’와 마스크 그리고 ‘언어발달’
[건강술래] ‘코로나19’와 마스크 그리고 ‘언어발달’
  • 김수미 기자
  • 승인 2021.07.04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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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준기 청주 예미담요양병원 원장.
이준기 청주 예미담요양병원 원장.

[굿모닝충청 의료 칼럼=이준기 청주 예미담요양병원 정신과전문의] 아이들이 말을 배워나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 인간의 언어습득능력은 참 신비하고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옹알이에서부터 시작해 돌 즈음에도 엄마, 맘마와 같은 기초적인 발성만 하던 아이가 겨우 두세 돌이 지나면 1000개 이상의 단어를 활용해 다양한 표현을 만들며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입니다. 

언어를 이용해 의사소통하는 것은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인간의 특징이기에 언어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능력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언어발달이 느리면 다른 인지기능의 발달과 학습능력에도 영향을 주며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사회적으로 성숙해가며 대인관계능력을 키우는데도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말이 늦으면 많은 부모님들이 걱정을 하고 병원을 찾아오게 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지 2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집합 금지, 병문안 금지 등 이전까지 당연하게 여겨오던 삶의 방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가장 큰 변화는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일 것입니다. 과거에는 미세먼지가 심할 때나 의료인, 특수 환경 근로자, 노약자, 호흡기질환자 등 특정 환경과 상황에서 일부만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지금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마스크 착용은 새로운 세상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의 전파와 감염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착용한 마스크지만 감기, 독감과 같은 감염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다양한 바이러스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어 요즘은 소아과와 이비인후과의 환자가 급격히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마스크 착용은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코로나19 외에 다양한 바이러스의 감염과 전파를 막아 우리 삶을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고 입을 가리고 생활하게 된 새로운 일상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그것은 입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의사소통 기능에서 입니다. 이 부작용은 특히 언어발달이 폭발적으로 진행되는 영유아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언어발달은 단순히 음성 자극 하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표정, 입 모양, 눈빛, 몸짓과 같은 시각적 자극과 함께 상대방과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입 모양과 표정을 가리는 마스크착용은 가뜩이나 핵가족화와 출산율 감소, 미디어노출의 증가 등으로 상호작용의 폭이 좁아지며 생긴 우리 아이들의 의사소통 능력저하에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아직 통계 조사나 연구가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어린이집 교사나 아동발달센터, 소아과 등 현장에 따르면 코로나시대 이후 언어발달지연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본원에서도 언어발달센터를 운영하고 저 역시 언어발달 관련 상담을 하고 있는데 제 경험이나 센터 현황을 보아도 인생의 대부분이 코로나시대인 2017~2018년 이후의 출생아가 두세 돌이 돼가는 요즘, 말이 늦거나 발음이 부정확해 센터를 찾는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아동과 면담 시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다 보니 아이가 눈 맞춤을 잘 못하고 소리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치료할 때도 아이와 치료사 모두 마스크를 쓰고 하다 보니 과거에 비해 애로사항이 늘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마스크를 쓴 채로 환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환자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감정으로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아직 발달이 안 된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어려울 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시대에 우리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이들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부모님들의 역할입니다. 부모님들과 면담을 해보면 가장 기본적인 것이 다양한 이유로 잘 안될 때가 많다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언어발달에 있어 음성에 많이 노출되고 발화가 빨리 되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이 잘 되야 하는 것입니다. 부모와 상호작용이 좋고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으면 아직 발화가 늦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으나 미디어 노출을 통해 모방언어만 가능하고 상호작용이 안 되는 경우 아무리 발화가 되더라도 언어발달지연 뿐 아니라 다른 인지영역에서도 지연이 오지는 않을 까 걱정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최대한 아이들과 주고받는 놀이를 많이 해주고 얼굴과 표정을 보며 대화하려고 노력해야합니다. 아직 코로나로 불안하지만 백신접종이 적절히 이루어지고 감염관리가 잘 되는 상황이라면 아이가 다양한 가족과 친구들을 접촉할 수 있는 기회와 마스크를 벗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순해서 혼자 잘 놀거나 떼를 심하게 쓰는 아이가 미디어를 통해 쉽게 컨트롤이 되더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이며 미디어 노출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끝으로 국가에서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아이들의 발달지연 실태에 대한 통계적 조사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며 밝혀진 피해에 대해 신속한 중재와 지원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며 쉽게 종식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알파변이, 델타변이 등을 거치며 지루한 싸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단순히 건강, 보건 영역 뿐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 전반적인 영역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고 특히 저소득층, 노인, 아동과 같은 취약계층은 더 큰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 내 아이, 우리 가족의 아이, 주변의 아이도 언어발달의 어려움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말만 늦는거겠지, 크면 좋아지겠지 하며 문제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적절한 관심과 중재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리고 또 한 번 강조하지만 상호작용의 중요성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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