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귀농일기] 시골살이 5년 차…이렇게 시간이 빠르다니
[나의 귀농일기] 시골살이 5년 차…이렇게 시간이 빠르다니
충북 괴산군 문광면에 귀농한 박지혜씨, ‘괴산울엄마농장’ 운영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7.05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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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문광면에 귀농해
충북 괴산군 문광면에 귀농해 '울엄마농장'을 운영하는 박지혜씨. 사진=괴산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귀농·귀촌을 하고 싶어도 막연한 게 현실이다. ‘나의 귀농일기’는 충북으로 귀농해 새 삶을 살고 있는 귀농인들이 직접 기록한 솔직 담백한 글이다. 경제·사회생활을 비롯해 교육과 문화 등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는 귀농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괴산군 문광면 박지혜씨] 우리 가족이 처음 괴산에 왔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남편과 나는 모두 경기도 부천 태생이다. 결혼 후 인천에서 가정을 꾸리고 두 아이를 낳았다. 처음 여름휴가를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 괴산으로 오게 되었다. 

괴산군 감물면에 남편의 친할머니가 사셨던 집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여러 해 빈집이었지만 시댁 부모님이 자주 오가며 관리를 하셨던 터라 소박하지만 깨끗한 살림살이가 그대로 있었다. 

2박 3일의 짧은 휴가를 아이들과 3년째 보냈었고 2016년 여름휴가를 보내던 중 시골살이에 관한 대화를 남편과 하게 되었다. 하루종일 마당에 있어도 사람 구경하기가 어렵고 해가 지고 나면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길은 무서운 마음보다는 하늘에 별이 유난히 예쁘게 보였고 온전히 우리 가족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은 너무 아쉬웠다. 괜스레 괴산읍을 지나가던 중 부동산을 들르게 되었고 매물로 나온 집이 있는지 상담을 받았다. 어떤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우리 부부는 시골살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자며 이곳을 떠났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 우리의 삶은 여전히 바빴다. 남편은 인천 청라지역에서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었고 밤늦게까지 바쁜 생활을 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님께 육아를 맡기며 나는 직장을 다녔다.

우리 부부조차 시간을 함께 공유하지 못하고 각자의 일상을 보내야만 했다, 괴산을 다녀온 뒤 더욱 도시의 삶에 회의를 느꼈고 본격적으로 괴산으로 가서 살아보자고 마음먹었다. 

다행인 건 남편과 나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주말마다 괴산을 다녀가며 우리 가족이 머물 집을 찾았다. 왜 할머니 집에 살지 않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우선 아이들과 나만 먼저 내려와서 지낼 예정이었다. 

잘되고 있던 가게를 쉽게 접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첫째아들이 7살, 둘째 딸아이가 3살이었다. 아이들이 어렸고 무엇보다 병원과 학교와 유치원이 가까워야 했다.

거리가 있었던 할머니 집은 우선 배제했었고, 문광면의 문광초등학교를 알게 되었고 초등학교 안에 병설유치원도 있었다. 형제가 초등학교에 다니면 4살인 동생도 유치원 입학이 가능하다는 선생님 말씀에 이 작은 학교가 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여기 근처로 집을 알아보자. 마침 마음에 드는 집을 구하게 되었고 아이들과 나는 늘 휴가 같은 일상으로 행복했다. 

주말마다 오는 남편은 인천으로 가고 싶지 않아 했다. 1년 가까이 아쉬운 마음으로 지내다가 남편이 운영했던 가게를 인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차츰 가게도 정리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온전한 시골살이가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농업을 하고자 했던 건 아니었다. 나는 가게 일로 인천을 가끔 오가는 일 외에는 하는 일 없이 쉬고 있던 중이었고 뭐라도 하고 싶어서 이리저리 동네일들에 일손이 되었다.

감자 캐고 옥수수 심고, 인삼밭이며 고추밭이며 안 가본 밭이 없다. 11월 우연히 접한 절임배추 생산 농가에서 일을 돕다가 말도 안 되는 재미를 느꼈다. 농사 중에 제일 힘들다던 절임배추 생산이 재밌다고?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만의 감동과 희열을 느꼈다. 

내가 생산한 배추를 따다가 예쁘게 다듬고 손질해서 고객한테 보내주고 덕분에 너무 맛있게 김장했노라며 감사 인사까지 받는 일은 최고의 감동과 기쁨이 되었고 나의 농업의 길은 700평의 임대로 얻은 밭에 전작에 옥수수를 심고 후작으로 배추 농사를 짓는 것으로 시작되었다.(다음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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