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욱 직설(直說)》 이준석, 무식해서 용감하다
《최한욱 직설(直說)》 이준석, 무식해서 용감하다
  • 최한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07 02:01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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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포고령 제3조./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포고령 제3조./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이준석, 무식해서 용감하다

이준석이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의 인터뷰에서 “‘점령군이냐, ‘해방군이냐 하는 논쟁은아큐페이션 포스(occupation force)'라는 것을 어떻게 번역하느냐의 문제”라고, 부처님도 무릎을 탁칠만한 기발한 이론을 내놓았다.

그는 “‘아큐페이션 포스’는 ‘주둔군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주둔군으로 번역하는 경우도 많다”며 “다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썼던 ‘점령군’이라는 표현의 문제는 ‘점령군과 친일파의 합작’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친일파가 긍정적인 의미의 표현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친일파와 점령군을 묶어서 얘기했다는 것은 점령군의 의미 중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착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어쩔 수 없이 인용했지만 당최 뭔 소린지 모르겠다).

이준석의 논리대로라면, 점령군과 주둔군은 같은 의미다. 따라서 점령군이라고 하건 주둔군이라고 하건 상관없다. 같은 의미라면 왜 이재명 지사가 점령군이라고 한 걸 물고 늘어지나?

'주둔군지원협정(SOFA)'는 영문으로 'Status of Forces Agreement'로 번역한다. 이준석의 하버드식 영어가 맞다면, 'Status of Occupation Forces Agreement'라고 번역해야 하는 것 아닌가? 'Occupation'뺀 건은 점령의 뉘앙스가 강하기 때문이다. 만일 '한미점령군지위협정'이라고 했다면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예컨대, 'Occupy Wall Street'를 '월 스트리트를 주둔하라'로 번역하지 않는다. 주둔과 점령은 전혀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맥아더 포고령 1호의 'Occupy'는 명백히 '점령'의 의미다. '유지'를 'Yuji'로 번역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영어사전에 의하면 'Occupy'는 '① (공간·지역·시간을) 차지하다 ② (방·주택·건물을) 사용하다 ③ 점령하다' 등 3가지 의미가 있다. 구글번역기도 'Occupation forces'를 '차지군이나 사용군'으로 번역하지 않는다.

번역은 사전적 의미보다 맥락이 더 중요하다. 맥아더는 포고령 제3조에서는 '모든 사람은 급속히 나의 모든 명령과 나의 권한하에 발한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점령군(occupying forces)에 대한 모든 반항행위 혹은 공공의 안녕을 방해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하여는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고압적인 태도다. 전체 포고령의 맥락을 고려하면 '점령군'으로 번역하는 것이 적합하다.

게다가 맥아더는 연합군을 'Occupation force'가 아니라 'Occupying forces'라고 표현했다(이준석은 팩트부터 틀렸다). 왜 'Occupy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까? '점령'의 의미를 더욱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포고령은 말 그대로 법이다. 법률적 언어는 해석의 여지가 없어야 한다. 그래서 맥아더는 점령의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Occupying'을 사용한 것이다.

이준석이 아는 진 모르겠지만, 이재명 지사는 법률가다. 이재명 지사가 '점령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현대사에 대한 인식의 차이 혹은 언어학적 해석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법률가적 엄밀성 때문이다. 즉, 법률가의 입장에서 가장 정확한 언어를 사용한 것이다. X도 모르면 까불면 X 된다.

하버드씩이나 나온 우수한 두뇌로 이걸 몰랐을까? 몰랐다면 이준석의 하버드 학적부터 검증해 봐야 한다(아니면 미국의 교육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가짜 지식으로 대중을 기만하는 걸 흔히 '혹세무민'이라고 한다. 하버드에서 유학했다고 '척척석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학벌이 높다고 세상만사를 다 아는 것도 아니다. 제 아무리 뛰어난 박사라고 해도 그저 자기 분야에서만 남보다 (조금 더) 뛰어날 뿐이다.

이준석이 영어는 좀 할 줄 아는지 모르지만(이것도 의문이다), 영어를 잘 한다고 현대사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명박근혜시절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특히 현대사)거의 까막눈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이준석의 화려한(?) 정치 경력을 고려하면, 학창시절 이후에도 현대사 공부를 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지금이라도 현대사를 공부하고 싶다면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라는 명저를 추천한다). 하지만 자괴감에 빠질 필요는 없다. 무식하면 누구나 용감해진다.

이준석은 하버드 간판으로 대중을 기만하고 주제 넘게 지식 심판관 행세를 하고 있다. 학벌지상주의가 빚어낸 비극이다. 30대에 벌써 진중권의 반열에 올랐으니 이준석의 50대가 진심으로 기대된다. 입으로 흥한 자 결국 주둥이로 망한다.

- 자유기고가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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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7-07 14:53:24
어휴 굿모닝멍청 수준 ㅋㅋㅋㅋㅋ

ㅇㅇ 2021-07-07 11:25:05
우리 이준잣대가 하는 말은 다 옳고, 이에 반박하는 의견은 죄다 꼴보기싫으니 안읽히지ㅋㅋㅋ 태도부터가 틀렸음..
2030 지지해줘서 기대했는데 역시나..
하바드 나와서 똑똑하신건 알겠는데 동아시아사 전공은 아니자나..? 난 동아시아사 전공이고 미국으로 교환학생 갔다왔는데 Occupying Forces가 이렇게 핫키워드로 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음..
이준잣대보다 학력 높고 미국에서 훨씬 오래 계셨던 이승만 대통령도 점령군이라고 했는데..
우리 이준잣대가 학사만 따고 돌아오셔서 그런가 석박사들보단 깊이 생각을 못하시네..^^;

ㅋㅋㅋㅋ 2021-07-07 05:42:46
"학적부터 검증해 봐야" "30대에 벌써 진중권의 반열" 팩폭 묵직

ㅇㅇ 2021-07-07 05:20:02
해방전후사의 인식같은 쓰레기는 너나 많이 봐 ㅋㅋㅋ 개쓰레기 책 빨면서 선민의식가지는거보면 죽탱이갈기고싶네 ㅋㅋ

ㅇㅇ 2021-07-07 03:03:03
이글 쓴 사람이 얼마나 독해력이 딸리면 저 말도 뭔소린지 못알아듣겠다가 징징대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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