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쓰레기더미 위에 피어난 희망
[염우의 환경이야기] 쓰레기더미 위에 피어난 희망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7.2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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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북 청주시 문암생태공원에 조성된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층북 청주시 문암생태공원에 조성된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북극곰 무리가 러시아 북극해에 있는 노바야제믈랴 군도의 한 마을에 출몰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기후변화로 먹이를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마을로 내려온 것이다. 무려 52마리의 곰들이 건물에 들어오고 쓰레기 더미를 뒤지면서 마을을 누볐다고 한다. 또 다른 보도에는 북극곰 가족이 쓰레기 수거차량을 가로막고 심지어 올라타며 쓰레기를 구걸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하였다. 쓰레기더미가 먹이를 구하는 북극곰의 임시방편이 된 셈이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을 매립하고 소각하면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북극곰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웃픈 이야기다.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 100번지,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즐겨 찾는 문암생태공원이 있다. 무심천과 미호평야 등 주변의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진 쾌적한 공간이다. 7만평(213,000㎡) 가량의 넓고 평평한 부지에 가족·체육·생태 테마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잔디밭 사이로 수목원과 정원, 산책로가 이어진다. 야외공연장, 놀이터, 바닥분수가 있고 캠핑장과 바비큐장도 운영된다. 무엇보다 멋진 것은 맹꽁이습지이다. 7월이면 셀 수 없을 만큼의 맹꽁이들이 몰려와 맹꽁! 맹꽁! 목청을 높이며 짝짓기를 한다. 관찰데크가 조성되어 있어 습지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소나무 동산이 있어 생태공원을 조망할 수 있다. 바로 옆의 무심천은 철새를 관찰하기 좋다.

이곳은 원래 쓰레기매립장이었던 곳이다. 1994년부터 2000년까지 7년 동안 청주시민들이 매출한 생활쓰레기를 매립하였다. 쓰레기매립장은 종료된 뒤 곧바로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없다. 분해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침출수 처리와 가스 포집 등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20년의 사후관리기간을 거치고 나서야 상설적인 시설물 설치가 가능하다. 문암쓰레기매립장도 7년 동안 특별한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안정화 기간을 보낸 후에야 활용방안이 모색되었다. 시민들은 친환경공간이 만들어지길 원했다. 문암생태공원은 2008년에 착공하고 2009년 완공되어, 2010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공사비는 150억원 가량 소요되었다. 2020년이 되어서야 폐기물처리시설에서 도시공원시설로 지목이 변경되었다. 지금도 가스포집공이 3군데 남아있으며 한군데에서는 아직도 메탄가스가 불타고 있다.

문암생태공원이 조성된 2009년, 청주시는 민·관·학 협력으로 녹색도시 전국포럼을 개최하였고 그 개막식에서 ‘녹색수도 청주’를 선언하였다. 2010년 녹색수도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였고, 정부로부터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민들을 위한 생태환경 체험교육의 필요성이 부각되었으며 환경교육과 시민실천을 위한 복합시설 건립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건립 계획이었다. 2012년 환경부는 녹색시범도시 선도사업으로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국비지원을 확정하였다. 2013년 청주시는 청주국제에코콤플레스 추진협의회를 구성하였고 기본계획 및 실시설계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하였다. 추진협의회는 녹색청주협의회와 청주충북환경연합 등 환경단체 대표들과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문암생태공원 안에 위치한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는 생태환경 체험교육과 실천협력을 위한 복합시설이다. 대지면적은 210,193㎡, 건축면적은 2,468㎡이다. 환경센터와 연수동 두 개의 건물로 구성되었다. 다목적강당·세미나실·체험교육실·생태전시관 등의 교육시설과 숙박실·식당·후게실 등 연수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지열냉난방시스템과 태양광발전을 갖추고 있으며 녹색건축 인증을 받은 친환경시설이다. 청주시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총사업비는 76억4천만원이었고 2014년 12월 착공하여 2016년 6월 준공하였다. 당초에는 문암생태공원 중앙의 맹꽁이습지 위에 양쪽을 잇는 브릿지 형태로 설계를 하였으나, 쓰레기매립장 사후관리기간이 남아있어 현재와 같이 생태공원 가장자리로 위치를 변경하여 조성하였다. 2016년 8월 풀꿈환경재단이 위탁을 맡아 운영을 시작하였고 10월에 개관하였다.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와 문암생태공원은 통합청주시의 생태와 문화, 도시와 농촌이 연결되는 것에 위치하고 있다. 무심천과 미호천이 만나 까치내들이 어우러지는 도시생태축의 중심이다. 청주국제공항과 KTX오송역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관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버려지던 땅 위에 조성되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상징적 기능을 부여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환경의 보전과 생명문화도시 청주를 실현하기 위한 시민교육과 실천문화를 확산하는 일이다. 개관 후 ‘자연아 놀자’, ‘든든한 나무’ 등 체험교육활동, 시민환경활동가(에코리더) 양성, 충북환경교육센터 운영, 초록마을 실천협력사업 및 미호강 상생협력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생태환경 체험교육 프로그램의 운영과 지원을 넘어, 상생의 유역공동체를 실현하고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참여·협력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문암쓰레기매립장은 청주 최초의 위생매립장이었다. 그것도 청주광역쓰레기매립장 입지선정과 조성과정이 지연되면서 대체방안으로 조성한 임시매립장이었다. 위생매립장은 차수막(방수시트)으로 그릇을 만들고, 차집관로를 통해 침출수를 차집처리하고, 가스포집관을 설치하여 매립가스를 소각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춘 매립시설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시공기술과 관리체계가 허술했고 유기성폐기물이 혼입되어 매립되던 상황이었다. 침출수 누출 등 사고가 빈번했고 악취나 해충으로 인한 민원도 숱하게 발생하였다. 대표적인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로 인식되던 때였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문암마을은 쓰레기를 품어 준 고마운 마을이었다.

문암생태공원내 맹꽁이 습지.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문암생태공원내 맹꽁이 습지.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문암쓰레기매립장의 주변마을 주민들은 웬만한 악취 정도는 견뎌냈다. 파리나 모기떼로 인하여 문을 열지 못하는 생활을 겪어내며 참아왔다. 하지만 1999년 무렵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언제부턴가 주민들이 간이상수도로 사용하고 있던 지하수 과정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쓰레기매립장의 침출수가 지하로 누출된다고 확신했다. 강하게 민원을 제기했으나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시민환경단체들이 결합했고, 문암쓰레기매립장 공동대책반을 구성하여 대응하였다. 수질분석을 의뢰한 결과 일반세균, 암모니아성질소 등 심각하게 수질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주민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요구는 명료했다. 매립장을 파서 차수막이 온전한지 확인해 보고 훼손되었으면 보완대책을 세우자는 것이었다.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보완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경우 매립장을 통째로 옮겨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고 진행 중인 토양오염과 지하수오염을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다음해 가동 예정이었던 광역쓰레기매립장 운영도 불확실해 질 수 있다. 결국 주민들과 공동대책반은 청주시를 상대로 담판을 펼쳤고, 청주시는 정밀진단을 하는 것으로 대담한 결단을 내렸다. 환경관리공단에 의뢰하여 정밀진단을 실시한 결과 매립장 부지 내에 박스형 농수로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농수로 양측 모서리 부분과 접촉된 차수막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열됐고 그곳을 통해 침출수가 누출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농수로 경로를 따라 매립된 쓰레기를 굴착한 뒤 파손된 차수막을 보완한 후 다시 마감 조치하였다.    

몇 년 후 청주시는 매립장 위에 생태공원을 조성하였다. 차수막을 보완하기 위해 파헤쳤던 긴 웅덩이에는 자연스럽게 빗물이 고여 습지가 되었고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의 집단서식지가 되었다. 생명의 복원력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침출수 누출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대책반을 이끌고 있던 나에게 그 당시 기자였던 한 친구가 귀띔을 해주었던 내용이 있다. 쓰레기매립장 종료 후에 뭘 해 먹으려고 ‘염우가 의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는 애기였다. 황당한 이야기라 괘념치 않고 넘겼다. 하지만 지금 생객해 보면 사람들의 예지력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6년이 지난 후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초대 관장의 역할을 맡아  열심히 일하게 될 줄이야... 그래서 나는 이러한 일련의 스토리를 ‘쓰레기더미 위에 피어난 희망’이라고 소개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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