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없는 집 맏이' 양승조 충남지사
[노트북을 열며] '없는 집 맏이' 양승조 충남지사
영남권 대통합 논의에서 느낀 점…몸과 마음 추스르고 '도정 변화' 부응해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1.08.0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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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양승조 충남지사를 보면 ‘없는 집 맏이’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충남민항에서부터 시작해 KBS 충남방송총국과 충청권 지방은행 등 유독 우리 지역에만 없는 것들을 이갖추기 위해 국회와 청와대 등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짠하기까지 하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요즘 양승조 충남지사를 보면 ‘없는 집 맏이’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충남민항에서부터 시작해 KBS 충남방송총국과 충청권 지방은행 등 유독 우리 지역에만 없는 것들을 갖추기 위해 국회와 청와대 등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짠하기까지 하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지난 달, 짧게나마 휴가를 다녀왔다. 경북 포항의 한 자연휴양림에서 2박 3일 동안 모처럼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했다. 호미곶을 비롯한 여러 관광지를 방문했는데, 정작 뇌리에 남아있는 한 장면은 뜻밖의 것이었다.

이튿날 저녁 대구·경북 KBS를 통해 방영된 ‘2021 영남미래포럼: 영남권 대통합, 대한민국의 새 중심으로’가 바로 그것이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포럼은 박형준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송철호 울산시장 등이 출연해 대한민국의 새 중심을 향한 영남권 대통합 구상에 대한 저마다의 계획과 입장을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구‧경북 KBS ‘영남권 대통합’ 논의…속이 뒤틀리는 얘기도

녹화 방송이긴 하지만, 충청권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충청권과는 다른 그 어떤 추동력과 응집력이 부럽기만 했다.

특히 그 논의의 수준이 단순히 광역지방정부 간 협력을 넘어 그야말로 서울과 수도권에 맞서는 강력한 정치‧행정‧경제권역을 만들겠다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날 포럼에서 한 참가자는 “부산‧울산‧경남이 메가시티 구상을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 대전‧세종 등이 따라 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속이 뒤틀리지 않을 리 없었다.

충청권 메가시티 구상과 논의에 대한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왜 충청권은 영남처럼 차원이 다른 논의를 먼저 시작하지 못했는지, 혹시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문제를 꺼내기 위해서다.

지난 7월 휴가 중 대구·경북 KBS를 통해 방영된 ‘2021 영남미래포럼: 영남권 대통합, 대한민국의 새 중심으로’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TV 화면 촬영)
지난 7월 휴가 중 대구·경북 KBS를 통해 방영된 ‘2021 영남미래포럼: 영남권 대통합, 대한민국의 새 중심으로’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TV 화면 촬영)

곰곰이 생각해보면, 영남은 그나마 그 정도의 구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진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영남에는 김해국제공항과 대구국제공항, 포항공항, 울산공항, 사천공항이 있고, 15년 숙원이던 영남권신공항 역시 지난 2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로 일정부분 해결된 상태다.

영남은 그래도 ‘있는 집’…‘없는 집’ 충청은 세간 장만 하느라 구슬땀

KBS만 해도 안동, 대구, 포항, 울산, 부산, 창원, 진주에 방송(총)국을 두고 있다. 심지어 영남에는 대구은행과 부산은행도 있다.

충청권과 비교하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다. 사실 이에 대한 논의는 특정 지역이 무엇을 얼마나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의 차원에서 그쳐선 안 될 일이다. 그럴 경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추산 최대 28조6000억 원에 달하는 가덕도신공항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반면, 509억 원(진입도로 제외 시 460억 원)이면 충분한 충남민항(서산민항)의 경우 무려 20여 년 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놓고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충남도민을 비롯한 충청인이 가진 상대적 박탈감의 근저에는 “우리는 왜 힘이 없느냐?”라는 정서가 깔려 있고, 그 핵심은 역시 “정치력 부재”에 관한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쉽게 말해 ‘있는 집’은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구상 중인데 반해 ‘없는 집’은 세간 하나 장만하느라 온 힘을 쏟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얘기다.

충남을 찾는 대선주자들이 앞 다퉈 충남공항 관련 공약을 제시하는 것이 충청도 말로 미깔맞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금까지 뭐하고 이제 와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추산 최대 28조6000억 원에 달하는 가덕도신공항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반면, 509억 원이면 충분한 충남민항의 경우 무려 20여 년 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놓고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산시 제공)
국토교통부 추산 최대 28조6000억 원에 달하는 가덕도신공항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반면, 509억 원이면 충분한 충남민항의 경우 무려 20여 년 째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놓고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서산시 제공)

양승조 충남지사 ‘없는 집 맏이’…충분한 휴식, 도정 쇄신 목소리 부응하길

그런 점에서 요즘 양승조 충남지사를 보면 ‘없는 집 맏이’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충남민항에서부터 시작해 KBS 충남방송총국과 충청권 지방은행 등 유독 우리 지역에만 없는 것들을 갖추기 위해 국회와 청와대를 찾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짠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해서 동생(?)들이 그 수고를 알아주는 것 같지도 않다. 물론 양 지사 스스로 되돌아볼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정치권 역시 충청권 현안 해결을 위해 초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양 지사가 8월 2일부터 3일까지 짧은 휴가를 보내고 4일 도정에 복귀한다고 한다. 비록 탈락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과정에서 전국을 누비며 쌓였을 피로가 엄청나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건 몰라도 수도권 3기 신도시 반대, 획기적인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 등 충청권을 비롯한 지방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한 대목 아닌가 싶다.

부디 충분한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양 지사 스스로 “뼈저리게 느꼈다”는 부분을 보완하는 동시에 “도정 변화가 필요하다”는 도민의 목소리에 부응하기 위한 새로운 구상을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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