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백 만평] 유령이 배회한다, '충청대망론'이라는 유령이
[서라백 만평] 유령이 배회한다, '충청대망론'이라는 유령이
  • 서라백
  • 승인 2021.08.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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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서라백] 어떤 트로트 가수에 대한 유머가 있다. 지역 순회 콘서트 중 광주에서는 "제 아부지 고향이 전라도랑께요", 부산에서는 "제 처가가 경상도 아인교", 대전에 가서는 "아부지 고향이 충청도유"라고 한단다. 그런데 이 가수의 아내와 부모 모두 서울 토박이다.

이 정도는 그냥 팬 관리 차원의 애교로 보고 넘어갈 만 하다. 하지만 대권주자로 나선 정치인이라면 입장이 다르다.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지역 민심을 거스르는 말이라도 잘 못 꺼냈다간 순식간에 눈앞에서 전세가 뒤바뀔 수 있다. 

최근 대전을 찾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윤석열 전 총장의 '충청대망론'을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충청대망론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복안에 불과하다"며 "지역주의에 따라 정치적 선택이나 합리적 의사결정이 왜곡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불과 얼마전 '백제 발언'으로 당내 라이벌인 이낙연 전 대표와 한바탕 '지역주의'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백제 호남은 한반도를 통합한 적 없다"는 말은 자칫 '호남필패론'으로 연결될 수 있는 바, 이 전 대표의 비위를 건들기 충분했다.

그러한 이 지사가 대전에까지 와서 굳이 지역주의를 다시 언급한 이유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담긴 것이기도 하지만, 이른바 '삼김시절' 김종필 전 총리가 구색잡기로 마련한 구닥다리 '표어'에 여지껏 의탁하는 일부 충청인의 습성에 대한 일갈로도 해석된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태어나 쭉 서울에서만 자란 윤 전 총장은 단지 부친의 고향이 공주라는 이유로 어느 순간 '충청도 사람'이 되어 축복의 세례를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동연 전 부총리는 충북 음성에서 태어난 흙수저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가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다. 낮은 지지율과 대전충남과 충북간 감성적 거리를 감안해도 같은 자격과 기준으로 치자면 한편 억울해 할 일이다.

잔뼈가 굵은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도 대선정국이 돌아올 때마다 습관처럼 충청대망론을 갖다 붙이며 '우리가 남이유?'를 외친다.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내가 먼저 청한 것도 아닌데 지역 정치권과 언론에서 먼저 나서 꽃가마 태워주기 바쁘니 이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이렇게 충청대망론이라는 유령은 5년마다 출현해 신기루같은 허상을 띄우며 충청 지성을 좀 먹이고 지역주의 주술을 건다. '강원대망론'이나 '제주대망론'도 없으란 법 없으니 이러다 대한민국은 영원히 '지역대망론'의 주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꼴이 될 터이다.

지방분권 시대에 자치단체장도 아닌 대통령 뽑는 일에 부친의 출신지역까지 끌어와 어떻게든 '줄'을 대려는 자들, 혹여라도 정권 잡으면 한 자리라도 얻어 먹으려 캠프를 기웃거리는 자들, 그들이 바로 유령의 숭배자이자 지역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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