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리뷰] “데이노케이루스는 잡식성 공룡”
[사이언스 리뷰] “데이노케이루스는 잡식성 공룡”
되돌아본 출연연 성과 ① 미스터리 공룡 ‘데이노케이루스’ 완벽 복원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5.03.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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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3일 세계적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지에 실린 한 논문이 세계 고생물학계는 물론 과학계 전체를 흥분시켰다. 논문 제목은 ‘거대한 오르니토미모사우루스류인 데이노케이루스 미리피쿠수의 오랜 수수께끼의 해결.’ 반세기동안 미스터리 공룡으로 남아있던 데이노케이루스의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이 논문은 한국은 물론 세계 유수의 언론 600여 곳에서 대서특필될 정도로 반향이 컸다.
세계 과학계가 더욱 놀랐던 것은 공룡연구(척추고생물학)의 역사가 짧은 한국 과학자의 손에 의해 그 미스터리가 풀렸다는 사실이었다. 주인공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융남 지질자원박물관장. 이융남 관장은 연구비 지원을 받기도 힘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오로지 공룡에 대한 집념과 의지만으로 세계 공룡학계의 50년 미스터리를 푸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 관장은 그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한국의 과학자 상을 수상했으며, 해당 연구는 순수과학으로는 이례적으로 지난해 출연연구기관 10대 성과에 꼽혔다.

▲ 데이노케이루스 복원도
고비사막에 울려 퍼진 “데이노케이루스다!!!”
지난 2009년 고비사막 남부 부긴자프. 태양에 검게 그을린 얼굴에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한 남성의 외마디 외침이 고비사막을 흔들었다. “데이노케이루스다. 데이노케이루스를 발견했다.” 소리를 지른 이는 바로 이융남 박사. 경기도 화성시의 지원을 받아 2006년부터 시작된 ‘한국-몽골 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로 매년 40여일씩 고비사막을 찾아 밤낮으로 헤맨지  3년만의 개가였다.

그리고 1996년 일본 주관으로 일본, 중국, 몽골 세 나라가 실시한 ‘실크로드 공룡탐사’ 프로젝트에 초청받아 처음으로 고비사막을 찾은 뒤 언젠가는 한국 주도로 고비사막을 다시 찾으리라 결심한 지 꼭 10년만의 성과였다.

“맨 처음 화석을 찾았을 때는 몰랐죠. 더욱이 이미 한차례 도굴꾼들이 파헤쳐 놓은 상태여서 공룡 뼈들이 섞여있었어요. 다만 뼈가 커서 타르보사우루스나 사우롤로푸스 등 그냥 덩치 큰 공룡의 화석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그런 공룡의 뼈는 아니었고, 좀 새로운 공룡이란 것을 알았죠. 그래서 발굴하기 시작했고, 발굴을 하다 보니까 왼팔이 발견됐죠. 그 왼팔부분에서 데이노케이루스 만의 특징을 찾아냈어요. 데이노케이루스 화석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죠. 그리고 흥분된 목소리로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소리쳤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는 이 박사의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졌다. 그곳에서 이 박사는 왼쪽 팔과 목, 몸통, 다리뼈가 온전히 남은 데이노케이루스의 화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도굴꾼의 소행으로 이미 손목과 머리, 발 부분은 잘려져 사라진 뒤였다. 이 박사는 사라진 화석을 찾는데 연구력을 집중했다. 그러던 중 벨기에의 한 연구자가 도굴된 뼈들을 소장하고 있다는 연락을 해왔고, 이 관장은 직접 벨기에로 건너 가 확인을 했다. 공룡 뼈 색깔과 크기는 물론 중복되는 부분도 없이 딱 들어맞았다. 이 관장은 소유자를 설득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소유자가 도굴된 뼈들을 기증 형식으로 몽골에 반환하면서 데이노케이루스 골격에 대한 퍼즐 맞추기는 완결됐다.

▲ 2008년 한국-몽골국제공룡탐사 당시 이융남 지질박물관장.
이 관장은 “머리와 발을 확인하고 도굴된 것은 사고 팔 수 없으니 몽골정부에 반환하라고 설득했지만 반환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12년 미국의 한 공룡화석 딜러가 뉴욕 옥션에서 도굴된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을 올렸다가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고 이를 본 벨기에 소유자가 놀라 2014년 5월에 데이노케이루스의 화석을 몽골에 반환했다”고 사라졌던 화석이 돌아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데이노케이루스 몸길이 11m, 몸무게 6.4톤 초대형 공룡
데이노케이루스는 1965년 몽골 고비사막에서 거대한 공룡의 양 앞발 화석을 발견한 폴란드 탐사팀에 의해 지어진 이름이다. 당시 폴란드 오스몰스카란 학자가 라틴 학명 ‘무서운 손’이라는 뜻으로 공룡이름을 지어줬다. 티라노사우루스도 앞 발 길이가 1m밖에 되지 않는데, 데이노케이루스의 앞발 길이가 2.4m나 되니 깜짝 놀랄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골격의 일부만 발견돼 이융남 박사가 데이노케이루스의 비밀을 밝혀내기 전까지 데이노케이루스의 크기, 생김새, 식성 등은 명확하게 밝혀진 것 없이 전 세계 공룡학계의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전 세계 공룡학자들은 데이노케이루스에 대해 저마다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어떤 학자는 티라노사우루스보다 더 큰 지상 최대의 육식공룡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박사는 2009년 탐사에서 팔과 목, 몸통, 다리뼈가 온전히 남은 데이노케이루스 화석을 토대로 2013년 11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척주고생물학회에서 데이노케이루스가 몸길이 11m, 키 5m의 초식 공룡임을 밝혔다.
그리고 이후 2014년 5월 1일 데이노케이루스의 머리뼈와 발 뼈가 몽골에 반환돼 골격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를 확보하게 되면서 데이노케이루스의 실체를 새롭게 제시했다.

“목이 가늘고 뒷다리가 발달하고 머리도 작은 타조 공룡류에 속하는 공룡인데 기존에 발견된 것은 5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11미터에 몸무게 6.4톤이나 되는 데이노케이루스는 특이한 경우죠. 뛰는 공룡이 아니고 천천히 걸어 다니는 공룡이고 얼굴도 주둥이가 넓적하고 등에 꼽추처럼 등뼈가 높게 솟아있어요. 발톱도 뭉툭하고 얼굴은 말처럼 생기고, 굉장히 특이하게 생긴 공룡이죠.”

이 박사는 또 뱃속에서 물고기 뼈와 돌맹이 1400개 이상을 발견하고 데이노케이루스가 잡식성 공룡이라는 것도 밝혀냈다. 초식동물은 소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위석이라고 하는 것을 먹는다는 것이다. 뱃속의 돌맹이는 데이노케이루스가 나뭇잎을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증거였다.

“왜 이렇게 생겼냐는 먹은 것을 보고 해답을 찾았죠. 물고기를 먹으려고 물가에서 살았을 것이고, 발이 날카롭거나 뾰족하면 진흙에 자꾸 빠지게 되므로 뭉툭한 발이 필요했던 것이죠. 앞다리가 긴 것은 초번성 식물을 모아서 먹었다는 증거입니다.”
이로써 데이노케이루스에 대한 모든 궁금증은 풀리게 됐다.

이제 남은 것은 데이노케이루스의 뼈에 살을 붙이는 것. 이융남 박사는 자신이 배웠던 비교해부학을 토대로 살을 복원한다. 모든 종의 각 뼈들은 다 다른 만큼 뼈를 알고 있으니 살이 어떻게 붙어있는지 복원할 수 있었던 것. 다만 피부색깔은 알 수 없었지만 공룡이 파충류인 만큼 유추해 피부색을 입혔다.

또 데이노케이루스는 거대한 덩치 덕분에 체온을 잘 유지할 수 있어 털은 머리와 양 손, 꼬리에만 발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코끼리와 같이 덩치가 큰 동물일수록 털이 그리 많지 않다는 논리적인 추측도 곁들였다. 덩치 큰 동물은 체온을 유지하는데 작은 동물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융남 박사가 네이처지에 실은 데이노케이루스의 복원도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 화성시 수장고에 보관중인 2009년 발견 데이노케이루스 몸통 화석.

데이노케이루스 실물, 5년 쯤 뒤엔 볼 수 있다
데이노케이루스 화석 처리는 지난해에야 끝났다. 2011년부터 3년 동안 진행됐다. 공룡화석은 표면에 드러난 뼈를 중심으로 주위부터 땅을 파서 규모를 알게 되면 현장에서 뼈를 하나하나 추려내지 않는다. 규모가 드러나면 화석을 둘러싸고 있는 암석전체를 ‘석고자켓’이라고 하는 석고 붕대로 싸서 이동시킨다.

한 번 탐사를 가면 대략 50-60개의 석고자켓이 만들어진다. 석고자켓이 도착하면 전문가들이 석고자켓을 열고 화석과 암석을 분리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세밀하고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작업인 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융남 박사는 현재도 데이노케이루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몇 살인지,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뇌구조는 어떤지, 시력은 좋은지 아니면 후각이 좋았는지 등을 연구 중이다.

올해 8월에는 제 2차 한국몽골 공룡탐사 프로젝트에 따라 또 다시 국제 탐사단을 이끌고 고비사막으로 향한다. 앞으로 4년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여기서 얻은 또 다른 성과물은 앞으로 화성시에 지어지게 될 박물관에 실물크기로 전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박사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을 번듯한 공룡박물관을 만들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화성시에서 박물관을 만들고자 하지만 섣불리 만들지 말자고 했다. 일단 연구센터와 연구시설이 다 들어가고 난 뒤에 그 연구결과를 토대로 박물관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일단 연구센터를 2년 안에 완성하고 동시에 박물관 프로젝트를 통해 화석들을 조립하고 전시할 계획이다. 이 경우 데이노케이루스의 실물은 5년 뒤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몽골 고비사막인가
몽골 고비사막은 공룡화석의 보고이다. 한반도 크기만한 규모에 육식공룡, 갑옷공룡 등 전 세계 종들이 모두 발견되는 곳이다보니 공룡 전체 진화사에서 몽골공룡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고비사막에서 공룡화석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23년. 미국 자연사박물관에 의해서다. 이후 1940년대에는 러시아(구 소련) 과학자들이 뛰어들었고, 1970년대에는 폴란드가 공룡탐사에 본격 나서면서 몽골 공룡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융남 박사가 지난 2006년 한국몽골국제공룡탐사 프로젝트로 국제탐사단을 조직해 찾았다. 한 번 탐사하는데 드는 비용은 1억 5000만원 정도이고, 봄에는 황사, 여름에는 50도가 넘는 고온에 겨울에는 극한지역이어서 8~9월 40여일 밖에 탐사를 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이 그 어느 곳보다도 열악한 환경에서 공룡화석을 탐사하고 있는 셈이다.

“동아시아에서의 공룡 진화사 밝힐 것”
이 박사가 꿈꾸는 긍극적 목표는 동아시아에서의 공룡의 진화사를 밝히는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 등 북미지역의 많은 공룡들은 아시아에서 넘어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이 박사는 “공룡기원에서 아시아 공룡이 중요하다”며 “어떻게 진화에서 북미로 넘어갔는지 밝히기 위해 몽골공룡뿐 아니라 중국, 일본, 공룡도 연구 중이고, 또 알래스카 공룡에 대해서도 한국공룡도 같이 연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의 바람은 침체기를 걷고 있는 한국 고생물학이 보다 발전하는 것이다. 순수과학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활발해졌으면 한다.

이 박사는 “공룡연구 목적은 지구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라며 “경제적 논리로 보면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없지만 정신적인 삶의 질을 높여주고 문화에 대한 콘텐츠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0년간 국내에서 고생물학은 반 이상 없어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청소년들은 관심이 많다. 부모들이 바라는 출세를 지향하는 아이들과는 달리 고생물학 등 순수과학을 하겠다는 아이들은 좋아서 하는 것인 만큼 그런 학생들을 도와주고 그들을 받아 줄 수 있는 그릇을 우리 사회가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 박사는 올 8월 또다시 고비사막을 찾는다. 이번에는 또 어떤 선물을 들고 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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