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쓰줄 1004’ 1000명의 마음을 모으다
[염우의 환경이야기] ‘쓰줄 1004’ 1000명의 마음을 모으다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09.04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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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새활용시민센터의 2020년 쓰레기줄이기 100일간의 실험 발족식.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환경문제로 1000명이 모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환경분쟁으로 인한 집회 같은 경우는 지역주민들의 조직적 참여가 가능하다. 직접적인 이해관계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환경의날 기념행사의 경우에도 행정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조직 동원이 가능하다. 환경콘서트와 같은 문화행사는 자신들에게 돌아가는 콘텐츠가 분명하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모인다. 하지만 특정 도시나 지역에서 오로지 환경이라는 공익적 문제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의 수가 1000명을 넘어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였다면 그 자체로 이미 특별한 이벤트가 성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2004년 어느 날 새벽 원흥이마을에 두꺼비의 서식지 보전을 위해 1000명의 시민이 모였다. 시민들은 두꺼비의 서식지인 원흥이방죽 일대를 보전할 것을 촉구했으나 토지공사와 건설업체는 벌목작업을 시작으로 택지개발을 위한 공사를 강행하였다. 매일 아침 6시, 벌목이 시작되는 시간에 싸움이 일어났다. 기계톱은 굉음을 내며 나무를 잘랐고 시민들은 맨몸으로 부둥켜안으며 나무를 지켰다. 그러던 중 원흥이방죽 껴안기 행사를 구상했다. 1000명의 시민이 모여서 마음을 보여준다면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몇 날 며칠 차량에 스피커를 매달고 다니면서 시민들에게 모여 달라 호소했다. 행사가 있던 날 유난히 안개가 많이 꼈다. 6시가 되자 우리는 카운터를 들고 한 사람씩 참가자 수를 헤아렸다. 어느 정도 안개가 걷히자 원흥이방죽을 완벽하게 둘러싼 1000명의 시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좋은 사람들이 다 모여 서로 손을 잡고 ‘기도’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2007년 가을, 청주 가로수길 1053그루의 플라타너스를 지키기 위해 1000명의 시민이 모였다. ‘함께 숲이 되어 지키자’ 행사였다. 당시 청주시가 7년 논란 끝에 합의하여 추진 중이던 가로수길 녹도조성 방안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려던 상황이었다. 교차로 야외공간에서 문화공연을 개최했다. 공연장에는 환경단체가 직접 쪽물을 들인 1000개의 손수건이 준비되어 있었다. 가로수와 가로수 사이에는 새끼줄로 금줄을 쳐 놓았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손수건에 저마다 소망을 적었고, 가로수길을 행진하며 자신의 손수건을 금줄에 매달았다. 36개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은 물론, 교회와 성당을 찾아다니며 목사님과 신부님들께 참여를 호소하기도 하였다. 1000명의 시민이 함께 행진하는 모습은 좋은 사람들이 다 모여 ‘축제’를 하는 것 같았다.

2010년에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기 위한 미호천 솟대 세우기 행사에도 수십 명의 성직자와 함께 많은 시민이 모여 생명기도회를 하고 강길 걷기를 하였다. 하지만 1000명이 모이지는 못했다. 2019년에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청주시민대토론회를 개최하였다. 당초 1000인 원탁회의를 준비했으나 장소를 확보하지 못해 600인 원탁회의로 축소하여 진행한 바 있다. 그러니 1000명이 모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천명이 모인다는 것은 그만큼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시민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문제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형성되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2021년 9월 6일 자원순환의 날, 청주시도시재생허브센터 앞 광장에는 1000명의 시민이 참여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쓰레기줄이기 청주시민실천단 발족과 아이스팩 시민행동’이다. 실천단에 이미 1000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가 신청을 한 상황이다. 쓰레기를 줄이기를 위해 나선 1000명의 시민전사를 ‘쓰줄1004’라 부르기로 했다. 쓰레기 감량과 자원순환 활성화를 위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실천 활동을 펼쳐나가며 범시민운동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할 모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난 쓰레기를 줄이자고 만들어진 모임이지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행사는 비대면 분산형으로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시민실천단 발족행사는 주최 기관들의 대표들만 참여하고 줌과 유튜브로 송출한다. 부대행사인 아이스팩 시민행동은 3일간에 걸쳐 시민들이 가져와서 놓고 빠지는 분산형 방식으로 진행한다. 쓰줄1004가 다녀간 현장에는 아이스팩으로 쓰여진 ‘쓰레기 OUT' 구호가 만들어진다. 종료 후 아이스팩은 청주시가 수거하여 재사용 및 재활용하게 된다.

청주는 쓰레기줄이기 실천 운동이 절박한 상황이다. 북이면 소각장 갈등과 같이 폐기물처리시설로 인한 민원과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청주시의 1인당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2019년 1.46㎏/일로서 전국 평균 1.09㎏/일 보다 훨씬 많은 편이다. 400t 규모의 생활폐기물 소각시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매년 50억 원가량의 비용을 들여 민간시설에 위탁 처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이유들로 인하여 청주시는 2019년 쓰레기 제로도시를 선포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난항을 겪고 있으며, 맑은 고을 청주는 여전히 쓰레기 도시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류 공통의 과제인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도 자원순환은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쓰레기 발생은 더욱 늘어났고, 청주 시민들은 쓰레기 대란을 막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2020년 말 100명의 시민이 ‘쓰레기줄이기 100일간의 실험’을 전개하였다. 시민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생활쓰레기 발생량의 21.5%를 줄여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2021년 상반기 100명의 시민 활동가들은 ‘쓰레기줄이기 100일간의 실천’을 전개하였다. 20가지의 실천미션을 먼저 수행하고 주변으로 확산해 나가는 공동캠페인이었다. 쓰레기 발생량 측정 및 성상분석, 용기내서 용기내기, 플라스틱 거리두기, 공유 장터와 리페어 축제를 함께 펼쳐온 과정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하였다. 100명에서 1000명, 1000명에서 그 이상으로 확대하기에 충분하다. 쓰줄1004들의 각오와 결의는 충만한 상태이다.

쓰레기줄이기 청주시민실천단 발족식 포스터.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쓰레기줄이기 실천 운동을 이끌고 있는 기관은 이제 청주새활용시민센터 만이 아니다.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충북환경교육센터 등 풀꿈환경재단의 소속기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청주YMCA 등 시민환경단체들, 청주시와 충북도 지속가능발전협의회 등 거버넌스기구가 공동으로 추진하였다. 녹색생활과 녹색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새마을부녀회청주지회, 아이쿱생협과 한살림청주 등의 기관들이 합류하였다. 흥덕구청 등 청주시와 충청북도 등 행정 관계자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현재 15개 기관과 수십 개의 산하기관들이 마음을 모았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기관들이 동참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쓰줄1004 발족이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일상적이고 지속적 활동의 시작점이라는 것이다. 천명의 마음이 모아졌으니 향방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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