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충청권에는 인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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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는 충남연구원장 후보자…인사 원칙 세워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1.09.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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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해도 충남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사람이 충남연구원장에 임명된 첫 사례가 아닐까 싶다. (충남도의회 제공: 유동훈 후보자/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모르긴 해도 충남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사람이 충남연구원장에 임명된 첫 사례가 아닐까 싶다. (충남도의회 제공: 유동훈 후보자/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 장면 1.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자가 국회를 출입할 당시에는 정론관 복도 한쪽 테이블에 전국 주요 지방지들이 권역별로 놓여 있었다. 정치권에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각 지방, 특히 영·호남의 논조가 다른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참여정부가 마무리되고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직후의 일이었다. 첫 내각 인선 결과가 발표된 시점이었는데 호남지역 언론의 1면 기사는 마치 나라를 잃어버린 듯한 논조였다. 이유인 즉 호남 출신 장관이 과거와는 달리 한 두 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충청권 언론은 그나마 한 명 정도 이름을 올린 것에 감지덕지(?)하며 대서특필 했던 기억이 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더니, 역시 권력을 잡아본 지역은 다르구나…!’

# 장면 2. 2015년 2월 이후 충남도청을 출입하게 되면서 당시 안희정 지사의 도정 운영 스타일에 대해 일관되게 문제를 삼은 두 가지 지점이 있다. 하나는 잦은 외부 특강, 또 하나는 도정이 대선캠프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도정에 합류했던 인사들 대부분은 충청권이 아닌 타 지역 출신이었다. 안 지사는 이에 대한 비판에 “어차피 거슬러 올라가면 한 할아버지, 한 할머니 자손”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에 호남 언론 나라 잃은 논조…"충청권 집권 못해서"

# 장면 3. 박수현 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대변인에서 물러난 시점인 2019년 9월의 어느 날 TJB 열린토론에 출연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성일종 국회의원께서) 인사 홀대를 지적했다. 아픈 부분이다. 크게 보면 충청권이 집권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변인 근무 당시 (문재인) 대통께서 ‘충청권 사람 좀 찾아보세요!’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 관료 중심으로만 보면 영남이 계속 집권했기 때문에 장·차관을 임명할 정도의 중간 관료들이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호남 역시 김대중 정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충청권의 경우 김종필 총재가 집권을 못해서 장·차관을 임명할 튼튼한 관료집단을 갖지 못한 것이다.”

매 정권마다 나오는 충청권 인사 홀대 비판에 대한 해명이었는데 무릎을 탁 치게 만들면서도 씁쓸한 입맛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었다.

민선7기 들어 공공기관장 인사 때마다 나오는 언론의 레퍼토리가 하나 있다. ‘캠프 출신 비전문가’라는 비판 말이다.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부적절한 인사로 인한 참사 수준의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이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인사의 기조가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캠프 출신에서 벗어나 전혀 뜻밖의 인사가 공공기관장으로 오기 시작한 것인데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1월 말 인사청문회를 거친 차창모 충남교통연수원장이다.

지역과 별다른 연고가 없는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6년 가까이 검사로 활동한 뒤 현직 변호사로 활동했다. 연수원장에 공모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최근에 출범했다”고 답했다.

공수처에 가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아 연수원장에 공모하게 됐다는 얘기다.

이달 9일 인사청문회를 거친 유동훈 충남연구원장 후보자 역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넘어 생뚱맞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을 지낸 그가 충남도와 15개 시·군의 싱크탱크 수장을 맡게 됐다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는 특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김명숙 충남도의원(민주, 청양)의 날카로운 질의에 “제가 나름대로 공부를 한다고 했는데, 그동안 충남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선7기 들어 공공기관장 인사 때마다 나오는 언론의 레퍼토리가 하나 있다. ‘캠프 출신 비전문가’라는 비판 말이다.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부적절한 인사로 인한 참사 수준의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민선7기 들어 공공기관장 인사 때마다 나오는 언론의 레퍼토리가 하나 있다. ‘캠프 출신 비전문가’라는 비판 말이다.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부적절한 인사로 인한 참사 수준의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자료사진: 충남도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충남에 대한 관심 부족했다"는 유동훈 충남연구원장 후보자…인사 원칙 필요

모르긴 해도 충남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사람이 충남연구원장에 임명된 첫 사례가 아닐까 싶다. 당장 운전대를 잡아야할 사람이 면허는 앞으로 배우면서 따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출신지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두루 사용하는 것이 도정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무조건 충청 출신을 발탁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국수주의적 사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충남도정이 우리 지역 인재에 기회를 주고 육성하지 않는다면 다른 광역지방정부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경남·북도나 전남·북도에서 충남 출신을 부지사나 연구원장으로 발탁했다는 소식을 기자는 들은 기억이 없다.

경남 의령 출신 이우성 문화체육부지사에 이어 충남연구원장까지, 충청권에 이렇게 인재가 없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 또 다시 도정이 대선캠프처럼 운영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울 정도다. 

시간이 좀 지난 이야기지만 대전세종연구원장에 충남 논산 출신 정재근 전 행정자치부 차관이 발탁됐다는 소식을 듣고 내심 부러웠던 적이 있다.

도 공직사회 내부에 “(충남 부여 출신) 남궁영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이사(전 행정부지사) 같은 분이 충남연구원장을 맡았으면 어땠을까?”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이런 저런 사유로 공석이 된 충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충남사회서비스원을 비롯해 2022년 상반기 출범 예정인 충남관광재단에 이르기까지 앞으로도 공공기관장 인사는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차제에 뭔가 합리적인 인사 원칙을 세웠으면 한다. 무조건 ‘내 사람’만 고집하지 말고, ‘남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도정에 도움이 된다면 과감하게 발탁하길 바란다. “양승조 지사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평가는 굳어진 지 오래다.

무조건 지역 출신을 쓰라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우선순위에는 뒀으면 좋겠다.

도정에서는 이런 식의 인사를 하면서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모순이다. 우리 스스로 충청의 인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누가 거들떠라도 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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