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한밭문화제 복원은 없다”
[김선미의 세상읽기] “한밭문화제 복원은 없다”
UCLG 내세웠지만 예산심의 통과 못해, 획기적 발상 새로움 없어
일탈마저 허용하는, 주제와 지향이 분명한 차별화된 축제 고민해야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1.09.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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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전국은 축제로 날을 지샜을 것이다.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9-10월에 중점적으로 열리는 각 지자체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일부는 관중 참여 없는 비대면 축제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아니었으면 지금쯤 전국이 축제로 날이 샜을 대한민국

질병으로 인해 전국의 축제들이 초토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축제 부활과 새로운 축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었다. 

대전예총을 중심으로 지역문화예술계 일각에서는 대전시에 폐지된 ‘한밭문화제’의 복원 내지는 ‘한밭문화제’를 대체할 새로운 예술축제를 제안하며 시민축제에 대한 불을 지폈다. 내년에 대전서 개최되는 세계지방정부연합총회(UCLG)를 위해서 대규모 축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한밭문화제 복원도 새로운 축제 탄생도 일단은 없었던 일이 되는 것 같다. 

2022년도 예산심의 실무부서의 검토 단계에서 기존 대전예술제 예산 9천만 원을 제외하고는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대전예총은 시에 내년도 새로운 축제예산으로 2억9천만 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예총, 한밭문화제 부활 위해 축제예산 2억9천만 원 요청

한밭문화제 복원에 대해서는 지역문화예술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한밭문화제에 대한 기대감도 없지 않았으나 이미 15년 전에 폐지된 축제를 이제 와 되살리는 것에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축제 자체에 반대한다기보다는 축제의 방향성과 콘텐츠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편으로 40년 전의 축제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시대흐름에 맞는냐 하는 반문도 제기됐다. 

1983년부터 2006년까지 24년 동안 대전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해왔던 한밭문화제는 특색 없는 백화점식 나열형 축제라는 비난 속에 시민들의 호응과 참여가 부진해지면서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축제 의견 엇갈려 40년 전의 축제 답습, 방향성 콘텐츠 부족 지적 

한밭문화제 한 장면. 사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한밭문화제 한 장면. 사진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한밭문화제 복원 내지는 부활이 새해 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것도 축제의 새로운 흐름과 방향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예산만 늘어났지 프로그램 등이 대전예술제와 큰 차별화가 없는, ‘새로움’을 모색한다기보다는 기존의 답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800여m의 좁은 골목길을 쇠뿔에 받힐 위험성과 공포감을 무릅쓴 채 콧김을 마구 내뿜는 황소를 피해 냅다 내달리는 시간은 고작 3분여 남짓. 

구경꾼으로서 지켜본 그 유명한 스페인 팜플로나의 산 페르민 축제(Fiesta de San Fermin)하면 곧바로 떠올리는 축제 상징인 엔시에로(Encierro‧소몰이) 는 사실 허망했다. 

소꼬리만 본 허망했던 3분 남짓의 산 페르민 소몰이축제, 그러나...

TV와 사진으로 보았던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이 팍팍 분출하는 거대한 함성과 짜릿함 대신 시야를 가로막는 바리케이드와 경찰, 안전요원, 구급대원들 사이로 소꼬리만 겨우 볼 수 있었다.

소몰이 축제의 백미라는 엔시에로는 사실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축제의 감동과 재미는 다른 데 있었다. 엔시에로와 상관없이 시내 곳곳에서 흰색과 붉은색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다양한 행사와 더불어 축제를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었다. 

자정 무렵 낮에 보았던 행렬보다 더 무질서(?)한 ‘소란’ 혹은 ‘난장판’이라는 뜻의 스트루엔도(Struendo) 행렬이 숙소 앞을 지났다. 덕분에 잠은 반납해야 했지만 자정 넘도록 ‘일탈’을 허하다니 놀라운 경험이었다. 

축제의 진짜 재미와 감동은 남녀노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열기

산 페르민 축제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도 있었지만 아무런 정보 없이 거리를 거닐다 만난 작은 동네 축제들이 주는 재미도 쏠쏠했다. 바르셀로나 라발 지구에서 본 동네 축제는 축제란 모름지기 저래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여행객이 넘쳐나는 바르셀로나 보케리아 시장 뒤편 좁은 거리에서는 남녀 노소가 함께 어울려 악단과 깃발을 앞세운 행렬이 이어지며 동네 대항 인간 탑 쌓기까지 펼쳐지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고 떠들썩한 동네 축제는 시간에 쫓기는 여행객의 발걸음마저 멈추게 할 만큼 그 열기와 참여도는 세계적인 축제와 겨뤄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기획력 부재, 실패한 축제 답습 아닌 세금이 아깝지 않은 축제 필요

우리에게는 왜 이런 축제가 가능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공무원이 동원되어 세금을 쏟아붓는 관제 축제가 아닌 주민들 스스로 조직하고 즐기는 축제라면 그 수가 아무리 많기로 누가 뭐라 하겠는가. 

설령 시민 세금을 쏟아붓는 관주도의 축제라도 기존의 틀을 벗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새로운 축제를 만든다면 세금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기획력 부재, 실패한 축제의 답습이다. 

감동도 재미도 없는 획일성과 강제성 거기에 더해진 지자체장들의 낯내기를 위해 축제에 세금을 쏟아붓는 것은 더 이상 아니지 싶다.

이제는 전문 축제면 전문 축제답게, 재미와 난장의 축제라면 일탈마저 허용하는, 주제와 지향점이 보다 분명한 축제를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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