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동시조합장선거, 결국 현직들을 위한 잔치”
[기획]“동시조합장선거, 결국 현직들을 위한 잔치”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남긴 것 ①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5.03.13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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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로 전국 1326개 조합(농협 1115곳, 수협 82곳, 산림조합 129곳)에서 새롭게 조합장을 뽑았다. 이 중 재선에 성공한 현직 조합장은 714명, 새로 진출한 조합장은 401명이었으며, 후보자가 1명만 출마하여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당선된 조합장도 18.3%(204명)에 달했다. 대전·세종·충남에서도 총 175명(대전 15명, 세종 9명, 충남 151명)의 조합장이 새로 탄생했다.

선거관리위원회 위탁으로 사상 처음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만큼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를 방불케 하는 규모와 각 지역 핵심 경제주체를 뽑는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당초 부정선거를 방지하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불법·돈선거, 철저한 현직중심 선거방식 등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말았다.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남긴 문제점과 과제는 무엇인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철저한 현직 중심 ‘그들만의 리그’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공정성에 기초해 사상 처음 선관위 위탁관리 하에 치러지면서 종전보다는 투명성이 강화됐다는 분석도 있지만, 철저하게 조합선거법에 기초해 치러지면서 결국 신진 인사의 진입을 가로막고 현직에게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 선거였다는 점이 가장 크게 지적되고 있다.

우선 이번 선거는 지난해 8월 제정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권자가 후보자 개인의 정책이나 공약을 살펴볼 수 있는 합동연설회, 공개토론회, 언론기관 및 관계단체와의 대담 및 토론회가 단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조합운영 방향이나 비전 등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이 실종되면서 대부분 조합에서 오랫동안 얼굴을 익혀온 현직 조합장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은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혈연·학연·지연 등 말 그대로 종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을 뽑는 경우가 허다했다.

선거운동 방법 역시 예비등록제 없이 단 13일의 선거운동기간만 허용함으로써 새로운 도전자들이 이름과 얼굴을 알릴 기회나 방법이 없었으며, 대도시 조합에서는 조합원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현직 조합장의 경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중도사퇴 없이 지속적으로 선거운동을 펼쳐온 반면, 신인 출마예정자들의 경우 후보등록 시점까지는 전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직 조합장의 경우 사업계획에 따라 그동안 지속적으로 선물 등을 제공하거나 조합원 만남을 지속해 왔기 때문에 사실상 4년 내내 선거운동을 해왔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규 도전자들에게는 사실상 넘을 수 없는 ‘기득권의 벽’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직 조합장들은 직권을 이용해 조합원들의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자유롭게 확보할 수 있지만, 신규 도전자들은 전화번호조차 제공되지 않으면서 공정경쟁 자체가 사전에 차단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컸다. 선관위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법적으로 조합원 신상정보를 제공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다음 선거부터는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는 입장만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지난 9일에는 대전지역 25명의 출마예정자들이 대전시선거관위 앞에서 ‘불공정한 현행 조합장선거 운동방식의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공정경쟁을 위해 최소한 조합원들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후보자 개인만 선거운동이 가능한 ‘나홀로 선거’도 문제로 지적됐다. 선거 공보 및 선거벽보 등 홍보물, 어깨띠, 소품, 전화로만 정책이나 공약을 홍보해야 했던 신인들은 현직 조합장에 비해 한계와 어려움이 컸다.

이밖에도 투표장소도 대부분 조합 및 조합과 관련된 곳에 설치되고, 투표종사자도 조합 직원과 관련 종사자들로 채워져 공정성을 해칠 수 있었다는 문제가 있다.

조합원명부가 선거인 명부 되면서 무자격 조합원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했다. 일부 조합에서는 일명 ‘짝퉁 조합원’이 선거권자로 대거 등록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이번 조합장선거에서 낙선한 한 후보는 “이번 선거가 첫 동시선거여서 제도나 준비가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절대적으로 현직 조합장에 유리한 ‘그들만의 리그’ 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라며 “유권자들의 기본적인 알권리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채 치러진 선거가 과연 공정한 가치를 지닐 수 있을지, 농협의 구조적 모순과 폐쇄성을 얼마나 해결했는지 다시 한 번 반성해봐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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