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동물 독수리AR탐사 ④] 청소동물 禿수리가 대머리가 된 이유와 강력한 위액이 필요한 이유?
[청소동물 독수리AR탐사 ④] 청소동물 禿수리가 대머리가 된 이유와 강력한 위액이 필요한 이유?
독수리는 대머리?
환경위생과 온도적응, 그리고 의사소통에 필요했던 대머리
수염수리, 뼈조차 녹여버리는 강력한 위액
독수리의 생태계서비스, 전염병 확산 방지
  • 백인환 기자
  • 승인 2021.09.30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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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동물 독수리 AR 탐사 앱을 통해 독수리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제작=브이알펄스/굿모닝충청
청소동물 독수리 AR 탐사 앱을 통해 독수리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제작=브이알펄스/굿모닝충청
독수리가 걷는 모습(좌)과 이를 표현한 독수리 표본(박제). 독수리는 상공을 선회하는 모습도 대표 이미지이지만, 육상에서 걸어가는 모습도 독수리만의 특징을 보여준다. 조심스러움과 경계 표시를 내는 자세로 일종의 '위협 시위(threatening march)'라는 걸음걸이의 모습. 제작=이성원 작가/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독수리가 걷는 모습(좌)과 이를 표현한 독수리 표본(박제). 독수리는 상공을 선회하는 모습도 대표 이미지이지만, 육상에서 걸어가는 모습도 독수리만의 특징을 보여준다. 조심스러움과 경계 표시를 내는 자세로 일종의 '위협 시위(threatening march)'라는 걸음걸이의 모습. 제작=이성원 작가/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독수리를 가까이 본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청소동물 독수리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아름다운 두루미 자태와 시끄러운 오리·기러기를 보는 재미보다는 독수리식당(독수리 먹이터)이나 독수리들이 휴식하는 모습에 학생들이 흥미를 더 갖는 것은 거대한 몸집의 새가 생각보다 여리고 먹이 앞에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걷는 행동, 먹이 경쟁은 치열한데, 경계소리는 병아리처럼 앳된 목소리에 다들 독수리는 반전 매력을 가졌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청소동물 독수리에 대한 지식이 너무 없었다는 반성까지 덧붙인다.

생태사진작가이자 생물표본제작자인 이성원 작가는 독수리의 특징에 대해 두 가지를 언급한다. "독수리가 상공을 비상하는 모습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독수리 고유의 특징이나, 일반이 잘 모르는 특징 하나가 먹이를 발견해서 먹이 주변에 앉아 있다가 먹이로 서서히 접근하는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독수리는 덩치가 크고 무거운 몸으로 걸을 때 중심을 잡거나 다른 독수리에게 경계 의도를 분명히 내기 위해서 양쪽 날개를 축 늘어뜨리며 걷는다"라며 이 모습도 독수리 특유의 모습으로 다른 맹금류와 분명한 행동 차이를 보여주는 거라 했다. 

독수리의 대부분은 머리에 털이 없으나, 아프리카황새는 독수리처럼 청소동물로서 털이 없다. 그러나 같은 독수리류(vulture)에 속하는 수염수리는 털이 많다. 이밖에 독수리의 발톱은 다른 맹금류와 차이가 크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독수리(cinereous vulture)는 독수리 종류 중에 두번째로 몸집이 크다. 편집=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독수리의 대부분은 머리에 털이 없으나, 아프리카황새는 독수리처럼 청소동물로서 털이 없다. 그러나 같은 독수리류(vulture)에 속하는 수염수리는 털이 많다. 이밖에 독수리의 발톱은 다른 맹금류와 차이가 크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독수리(cinereous vulture)는 독수리 종류 중에 두번째로 몸집이 크다. 편집=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 독수리는 대머리?

독수리의 ‘禿’자는 대머리란 말이며, 대머리수리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대머리독수리’란 중복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정확한 단어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독수리의 대부분은 머리와 목에 털이 없으나, 유라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구대륙(Old World) 계열의 독수리 중에는 수염수리나 이집트독수리, 열대 과일을 좋아하는 독수리에게는 머리와 목에 털이 존재한다. 독수리 모두가 대머리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밖에도 독수리는 맹금류에 속하면서도 검독수리나 흰꼬리수리처럼 사냥하는 수리(eagle)과 비교하면 발톱의 길이가 짧고 평발에 가깝다. 

이집트독수리(Egyptian Vulture)는 구세계 독수리로 유럽 남부와 북아프리카에서 인도에 서식하는 소형 독수리이다. 사체를 주로 먹지만, 타조알을 깨기 위해 돌을 던져 깨서 먹거나 소형 조류나 파충류도 사냥하는 독수리이다. 사진=위키피디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이집트독수리(Egyptian Vulture)는 구세계 독수리로 유럽 남부와 북아프리카에서 인도에 서식하는 소형 독수리이다. 사체를 주로 먹지만, 타조알을 깨기 위해 돌을 던져 깨서 먹거나 소형 조류나 파충류도 사냥하는 독수리이다. 사진=위키피디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 환경위생과 온도적응, 그리고 의사소통에 필요했던 대머리

이름처럼 독수리의 상당수는 대머리이다. 과학자들은 왜 독수리들에게 털이 없을까 하는 점은 늘 고민거리였다.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이 살던 시대의 생물학자들은 독수리의 털이 없는 피부는 사체를 부패시키는 부패물 (putrid matter)로 생긴 후천적 결과라고 생각했다. 다윈도 이와 비슷하지만, “털이 없는 독수리의 피부 일부분은 부패된 사체 속에 몸을 뒹굴기 위해 독수리가 환경에 직접 적응한 사례에 해당 된다”라며 결과론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독수리 이외에도 동물 사체 내부를 먹는 새는 꽤 있다. 그 중 대형 바다제비(giant petrels)도 해당되나, 이들에게는 머리와 목에 깃털이 있어 대머리가 독수리만의 특별한 이유라기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주장이다.

독수리는 불결한 이미지와 달리 자기 몸을 깨끗이 손질하는 것에 상당히 신경을 쓰며 사체를 먹고 난 후에는 종종 목욕까지 한다. 파주의 독수리아빠 한갑수 지회장도 “구조시설에 독수리들을 위해 물을 마시거나 목욕하는 곳을 마련해 준 것도 독수리들이 생각보다 목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라며 체험담을 얘기해 줬다.

이와 비슷한 주장으로 독수리가 사체 내장 깊숙이 머리와 목을 쑤셔 넣는 과정에서 부패한 환경에 깃털이 손상되거나 벗겨지면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털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동안 이런 청결과 위생 관점에서 깃털이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the fouling theory)은 털 없는 독수리를 설명하는데 유리했다.

그러나 2008년 발간된 논문에서는 이와 다른 주장이 나왔다. 독수리 몸에서 털이 없는 부분의 역할에 대한 다른 해석이다. 머리나 목 부분에 털이 없는 것 이외에도, 대부분의 독수리는 가슴 부분이나, 다리 밑부분 그리고 발 부분에 털이 없다. 이렇게 털이 없는 부위는 독수리들이 비행 중에 또는 지상에서 취하는 다양한 자세와 함께, 독수리가 자기 몸의 체온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주장이다.

많은 새들이 추운 날씨나 따뜻한 날씨에 적응을 해왔지만, 그리폰(Griffon) 독수리들은 아마도 다른 조류보다, 매일매일 좀 더 다양한 기온 차이에 노출된다. 어떤 때엔 여름에 타는 듯한 사막의 태양 아래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몇 분 뒤에는 매우 높은 고도에 이르는 비행을 할 수도 있는데, 이렇게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게 되면 기온은 영하로 떨어진다.

독수리들은 털이 없는 부분을 더운 날씨에 노출을 시켜서 몸에서 열을 발산시킬 수도 있지만, 기온이 내려가면 털이 없는 부위를 깃털이 무성한 부위 밑으로 밀어 넣어 몸 안의 열을 보존한다. 즉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목적(the thermal regulation theory) 때문에 털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마지막 주장은 독수리들 사이의 경쟁은 동물 사체를 두고 서로 지배권을 차지하려는 것과 깊은 관계를 갖는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독수리의 몸체 크기가 먹이 순서를 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몸체 크기 이외의 방법으로 지배권을 상대방에 보여주는 수단도 필요했을 것이라 주장하면서 신대륙(New World: 아메리카 대륙)과 구대륙에 서식하는 독수리 중에서 피부에 털이 없는 부분은 독수리들 사이의 의사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독수리들은 피부를 빨갛게 만들 수 있는데, 바로 독수리의 머리나 가슴 부분에 아무 털도 없는 텅 빈 피부 부분을 빨갛게 만들어서, 상대 독수리에게 흥분했다는 것을 보여주거나 공격한다는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에 털이 없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흰등독수리(White-backed Vulture)가 얼룩말 폐사체를 먹고 있는 장면. 부패한 얼룩말 폐사체의 오물이 잔뜩 묻어 있는 모습이다. 사진=flickr/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아프리카에서 서식하는 흰등독수리(White-backed Vulture)가 얼룩말 폐사체를 먹고 있는 장면. 부패한 얼룩말 폐사체의 오물이 잔뜩 묻어 있는 모습이다. 사진=flickr/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 수염수리, 뼈조차 녹여버리는 강력한 위액

구대륙 독수리 중에 흥미로운 독수리는 수염수리(bearded vulture)이다. 이 독수리는 고정 관념화된 다른 독수리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고, 실제로 깃털로 이루어진 수염을 가지고 있다.

흥미롭게도 이 독수리는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동물 뼈를 자기 먹잇감의 주식으로 삼고 있다. 수염수리는 작은 크기의 뼈를 먹으며, 먹고자 하는 뼈의 크기가 크다면, 그 뼈를 공중에서 지상에 있는 암석들 위에 떨어뜨려서, 뼈가 산산조각이 날 때까지 계속해서 큰 뼈들을 공중으로 운반해 지상의 바위 위에 떨어뜨리는 행동을 반복한다.

이들 수염수리들의 위장 안에는 강한 산성의 소화물이 있어서, 뼛조각들을 천천히 분해해서, 뼈의 골수에서 나온 지방과 뼈조직에서 나온 단백질을 영양소로 공급받는다.

수염수리들이 동물 사체의 뼈를 먹잇감으로 삼게 된 것은 피레네산맥이나 히말라야 지역들처럼 죽은 동물들의 사체를 쉽게 얻을 수 없는 고산 지역에서 생존하기 위해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수염수리가 뼈조각을 물고 있다. 사진=flickr/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수염수리가 뼈조각을 물고 있다. 사진=flickr/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 독수리의 생태계서비스, 전염병 확산 방지

독수리의 피부에서 깃털이 없는 부위가 얼마나 많던, 이미 죽어 버렸거나, 전염 질병으로 사망한 동물의 사체를 먹는 것은 잠재적으로 독수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이다.

독수리가 동물의 사체를 먹으면서 여러 질병에 면역력을 길렀다고 볼 수 있다. 독수리들은 탄저 병원균 (anthrax)과 같은 치명적인 박테리아나, 구제역 (foot and mouth), 우역 (rinderpest) 같은 다양한 바이러스에 노출된 먹이를 다량으로 먹어도, 감염되지 않는다.

이런 치명적인 병원균들은 독수리의 소화기관을 통과할 수 없는데, 독수리의 위장 속엔 강력한 산성도가 높은 위산이 분비되기 때문에, 건강을 해칠 수 있는 병원균들이 활동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독수리들이 불결하다는 생각으로 독수리가 먹는 과정에서 전염균을 몸에 묻히거나, 독수리의 강력한 고산성의 소화기관을 통과하는 생존력이 질긴 병원균들이 독수리를 통해서 전염될 수 있다는 염려를 한다.

맞는 말이지만 너무 과도한 생각이다.

독수리는 궁극적으로 자연의 다양한 질병이 전염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염성 질병의 원인이 되는 동물들의 사체를 제거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토양, 물, 대기를 오염시키지 않고, 인간에게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역할이야말로 코로나 시대에 인간과 지구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생태계서비스라 할 수 있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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