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활동가의 언론활용법
[염우의 환경이야기] 환경활동가의 언론활용법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10.09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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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우 풀ㄲ무환경재단 상임이사가 방송에 출연한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염우 풀ㄲ무환경재단 상임이사가 방송에 출연한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환경활동가와 비닐봉지 이야기처럼 환경운동에 비호감을 지닌 언론사나 기자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환경운동과 지역언론은 대립과 갈등의 관계라 할 수는 없다. 공공성을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오히려 공조의 관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우호적이며 친밀한 관계이기도 하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하던 1990년대 중반 무렵 대부분의 지역에서 환경운동과 지역언론이 동시에 태동하였다. 이후 20여 년 동안 환경이슈는 크게 중가 하였으며 지역언론의 다루기 좋은 소재로 자리 잡았다. 환경단체가 어떤 활동이나 사업을 전개할 때 취재요청을 의뢰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일은 관례가 되었다.

환경운동을 펼치면서 언론의 유용성을 알게 된 첫 번째 계기는 1990년대 중반 먹는샘물 개발 반대운동을 통해서다. 먹는샘물 개발 갈등은 도내 8개 면지역에서 대책위원회가 결성되었을 만큼 충북지역 최대 핫이슈로 부각되었다. 땅속에 빨대를 꽂아가며 노다지 발굴하듯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생수공장들, 농사를 미뤄놓고 도시로 뛰쳐나와 시위를 펼치고 있는 농촌지역 주민들, 개발과 반대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인허가룰 두고 좌고우면하고 있는 이제 막 태동한 지자체의 태도는 막 태동한 지역언론의 관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무분별한 먹는샘물개발저지 충북대책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나는 중요한 대응활동을 할 때 마다 보도자료를 만들어 발송하였다. 이메일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문서를 팩스로 전달했다. 행사를 앞둔 전날이면 팩스를 전송하는 데만 네다섯 시간을 썼다. 인터넷과 포털사이트도 없었던 상황이니 우리의 이슈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언론이었다. 보도가 된다는 것은 비중 있는 이슈라는 점을 방증하는 바로미터였다. 환경단체는 기자회견, 집회시위, 항의방문 등 화제가 될 만한 이벤트를 만든다. 언론은 취재를 하고 보도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론이 형성되고 해법에 근접해 갔다. 우리고장은 마침내 먹는샘물 개발의 온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언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방송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출연을 하거나 지역 신문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쓰는 것이다. 청주환경운동연합 실무활동을 시작한 첫해에 지역방송국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을 하게 되었다. 주 1회 편성된 ‘환경교실’라는 생방송 코너였는데 환경활동가가 청취자에게 전해 주는 환경상식 시간이었다. 방송시간은 10분, 처음에는 대본을 준비하는데 꼬박 하루 시간이 소요되었다. 대본을 준비한 후에도 방송을 마칠 때 까지는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방송 첫날 스튜디오에서의 떨림은 잊을 수 없다. 한 회, 두 회 경험이 쌓이면서 준비시간도 줄어들었다.

TV에 출연할 때는 더 많은 긴장감을 견뎌야 한다. 라디오와 달리 TV애서는 대본을 보면서 이야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완전히 익숙한 내용이 아닌 경우 외워야 할 때도 있다. 환경활동가는 시사토론에 패널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토론은 주로 개발 대 보전, 시민단체 대 행정기관의 구도로 펼쳐진다. 생방송의 부담감을 이겨내는 방법은, 승기를 잡겠다는 준엄한 각오를 다지는 것이다. 긴장할 틈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인데, 스튜디오에 들어가는 순간 눈과 입, 표정과 몸짓이 얼어붙는다. 왜 출연했을까 후회막심이다. 방송 잘 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뿌듯한 마음이 생길 때 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다음에는 오히려 능동적으로 방송이슈를 제공하기도 한다.

지역방송국과 함께 야심찬 기획을 하기도 하였다. 2002년 충북지역 최초의 환경프로그램 ‘녹색 희망을 찾아서’라는 10분 가량의 고정 코너를 만들었다. 당시 상황에서는 매우 획기적이며 실험적인 시도였다. TV 프로그램 준비는 라디오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르다. 주제 선정, 자료 조사, 취재 장소 및 대상 설정, 나레이션 구성까지 리포터의 역할을 맡았다. 한 회 방영을 위해서 취재, 편집, 출연 3번의 일정을 수행해야 했다. 환경활동가가 방송인 역할까지 병행하려니 무리였다. 어느 날 실수가 찾아왔다. 방송 전날 새벽 나레이션 편집까지 마치고 집에 들어왔다. 피곤에 지친 상태에서 잠이 들었고 아침에 깨어나지 못했다. 방송 사고가 났고 프로그램은 중단되었다. 제작진에게 사과의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도망친 것 같아 내내 마음에 걸렸다.

청주새활용시민센터의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칼럼을 쓰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졌다. 초기에는 오히려 뚝딱 써서 보낼 수 있었다. 정보보다 가치 전달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글쓰기에 대한 책임과 부담이 커지기 시작하였다. 오타가 있어도 안 되며 잘못된 자료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포함해서도 안 된다. 내용과 가치도 옳아도 피해를 입히거나 곤경에 처하게 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꽤 오랫동안 칼럼을 쓰지 않았다.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은 2018년 부터이다. 일간지에는 3주 간격으로 ‘녹색전환’을 주제로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환경문제에 관한 시사평론 성격이다. 인터넷 언론사에는 2주 간격으로 ‘환경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환경운동의 과정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하는 중이다. 여전히 글 쓰는 일은 부족하고 부담스럽다.

현대사회에서 SNS가 매우 중요한 매체이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셀럽 정도는 아니어도 환경활동가에게도 SNS의 활용가치는 크다. SNS를 이용하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의 경우는 개인적 목적과 활동적 목적이 반반이다. 개인적 심경을 토로한 경우에는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지만 업무나 활동 홍보가 목적인 경우 상대적으로 반응이 썰렁하다. 그래도 이슈 홍보와 담론 형성, 공감대를 넓히는데 있어서는 유용하다. 30억명의 SNS 이용자들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130분 이상이라고 한다. 강력한 소통매체이다. 나도 많은 시간을 SNS에서 보낸다. 그 속에서 지역사회의 동향이나 사람들의 생각을 파악하고, 나의 활동과 환경운동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업무도 많은데 왜 보도요청을 하고, 칼럼을 쓰고, 방송에 출연하고, 바쁜 시간을 SNS에 할애하고 있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과 교감하고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서다. 환경운동을 확산하는 방법인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에 환경운동의 기록과 흔적을 보다 분명히 남기기 위해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단련하고 혁신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가려져 있을 때 보다 드러나 있을 때 책임의 무게가 크기 때문이다. 끝으로 지역사회의 여론을 살피며 활동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나는 방법이기도 하다. 여론을 살피고 좋은 여론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환경운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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