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세속에 오염되거나 찌들지 않고 오로지 진리 탐구만을 지상가치로 여기는 대학을 ‘상아탑(象牙塔)’이라 일컫는다. 상아탑(Tower of Ivory)은 권력이나 돈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학문의 전당으로서, 최고의 지성이 숨쉬는 고고한 학문과 예술지상주를 지향한다.
하지만 국민대는 14일 이 같은 상아탑으로서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포기하고 말았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 씨의 박사학위 논문 부정 의혹에 대해 끝내 의견표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공교롭게도 ‘국민’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서 그런지 몰라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수구정치세력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 탓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국민대 교수회는 이날 김씨의 논문 의혹 재조사에 대한 결선투표 결과, 과반수 이상 표가 나오지 않아 안건 자체를 자동 폐기시켰다.
교수회측은 "적극 대응하자는 의견이 비대응 쪽보다 다소 높은 득표율을 얻었지만, 3분의 2를 넘기지 못했다"며 "교수회 차원에서 더 이상 의견 표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교수회는 교수들이 김씨의 논문 부정 의혹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공문을 학교 당국에 전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국민대는 대학다운 대학으로서 존립가치나 자존심보다는, 권력의 눈치나 보는 밑바닥을 보여줬다. 그간 쌓아왔던 좋은 이미지를 쓰레기통에 내팽개침으로써, 대학 재학생은 물론 졸업한 동문들까지 한꺼번에 욕보이는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자초하고 말았다.
“스스로 ‘X통 대학’임을 자가인증했다”는 비아냥이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