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뜻은 고교평준화 ‘찬성’… 도의회 거부 명분 있나?
시민 뜻은 고교평준화 ‘찬성’… 도의회 거부 명분 있나?
[기획시리즈 천안고교평준화] ③ 73.8% 의 의미 경청할 때 <끝>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5.03.16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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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정책의 결정수단으로 보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때문에 정책을 추진하기 전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충남 천안지역 고교평준화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3년 11월 실시한 천안 고교평준화 조례안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에는 학생, 학부모 등 2만 9962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찬성 73.8%로 고교평준화 추진 기준치인 65%를 크게 상회했다. 고교평준화 실시와 관련된 시민 10명 중 7명 넘게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이는 오는 17일부터 열리는 충남도의회 제 277회 임시회에서 천안고교평준화 조례안에 대해 가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도의원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물론 자신들의 철학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의견을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고교평준화를 실시할 경우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이들 대부분이 좋다고 하는 마당에 제 3자적 입장에 있는 도의원들이 이를 반대할 명분은 약하다는 게 시민단체 등의 이야기다.

여론조사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 시민들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만약 결정권자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시민들의 생각과 반대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거센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

실제 주민의 뜻과 달리 정책을 결정했다 역풍을 맞은 사례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해 주민 뜻과 달리 의정비를 인상했다 홍역을 치른 유성구 의회도 한 예다. 대전 유성구의회 의정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는 지난해 11월 의정비를 2383만원에서 6% 인상된 2526만원으로 결정했다. 당초 심의위원들 중 일부가 3% 정도만 올리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위원 한명이 무조건 8%를 올리자고 주장하면서 절충안으로 6% 인상을 결정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수백여 명의 주민 의견이 무시됐다는 것. 당시 유성구는 구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는 당시 제시됐던 인상안 8%에 대한 것으로, 구민 51.3%가 ‘많다’, 36.4%가 ‘적정하다’, 12.3%가 ‘적다’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심의위는 의정비가 적당하거나 적다고 답한 구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을 토대로 의정비를 6% 인상,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구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전북 부안의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하 방폐장) 사태도 비슷한 맥락. 지난 2003년 당시 정부는 전북 부안 위도 주민들에게 방폐장 유치시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수중 생태계 환경이 안 좋아 생계가 막막했던 위도 주민들 90%이상은 이에 찬성했다.

하지만 내륙 주민들은 농수산물 판매에 대한 악영향을 우려, 방폐장 유치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군수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부안군은 군의회의 동의도 구하지 않는 등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했다. 결국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에서 방폐장 유치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전체 군민 5만2108명 중 91.8%가 반대표를 던져 방폐장 건설이 철회됐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정부와 부안군이 제대로 주민의 목소리를 파악하지 못한 채 정책을 추진한 데 따른 소모적 논쟁 등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게 치러야 했다.

천안 고교평준화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시민의 뜻이 결정된 마당에 소모적 논쟁으로 쓰지 말아야 할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을 달가워 할 시민들은 없다.

물론 일부에서 여론조사 과정에서 9명의 초등 교사들이 조례안에 대한 찬성 당위성을 설명한 뒤 유인물을 배포한 것을 두고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수 만 명이 찬성한 사안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특히 질문지법으로 진행된 천안 고교평준화 여론조사는 학생과 학부모 등이 직접 찬성과 반대를 선택,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닌 ‘주민투표’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존재하는 만큼 여론조사 결과를 터부시할 상황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일치한다. 직접 민주주의 성격이 강한 지방의회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한다는 것이 상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인성 한남대 법학과 교수는 “지방의회는 국회와 달리 지방의원과 지자체장을 끌어내릴수 잇는 주민소환제가 존재한다. 이는 지방의회에서 직접 민주주의 요소가 굉장히 강한 측면”이라며 “도의원 등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한다. 물론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법적 귀속력은 없지만, 주민의 권리 측면에서 이를 고려, 정책을 결정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제 일주일여만 있으면 충남도의회 임시회가 열린다. 지난번 회기 때 미뤄뒀던 천안고고평준화 조례안에 대한 생사 여부도 결정 될 예정이다. 시민 73.8%의 목소리가 담긴 천안 고교평준화에 대한 도의원들의 상식적인 결정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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