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에서 온 편지] 어르신에게 배우는 아름다운 마무리…
[요양병원에서 온 편지] 어르신에게 배우는 아름다운 마무리…
  • 백선경 참조은요양병원 간호사
  • 승인 2021.11.15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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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넘어 이젠 120세를 기대하는 세상이다. 모두들 노후의 아름다운 죽음을 상상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요양병원. 그곳에서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름답게 인생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는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지나온 생활을 들어본다.

사진=참조은요양병원 제공
사진=참조은요양병원 제공

[굿모닝충청 백선경 참조은요양병원 간호사] 삶의 의미를 부여받는 곳, 여기는 요양병원.

나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지금까지 병원 현장을 떠난 적이 없다.

내 삶의 영역을 떠나 타인의 삶의 영역에서도 도움을 주는 보람이 가득 찬 곳으로, 내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곳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느덧 시간을 흘러 지금은 요양병원에 근무한다.

난 이곳이 참 좋다.

많은 것을 책이 아닌 현장에서 배우는 곳이다.

이곳은 주로 어르신들이 계신 곳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인생의 여정 속에 불청객처럼 찾아온 병든 몸과 마음을 스스로 가누지 못해 자신의 결정이든 아니든 마지막 열차를 타는 기분으로 찾지 않을까 싶다.

이곳은 삶과 죽음의 경계 선상에서 죽음을 한 번 더 묵도하게 된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나는 유년시절에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시간이 언제까지 더디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곳에서 알았다.

더디게만 흐를 것 같았던 시간은, 어느 순간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과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틱한 일들에 대한 기대보다는, 그저 ‘가는 세월을 어찌 보내야 하는지’라는 생각이 더 자주 든다.

쉰이 넘지 않은 나이임에도 이렇게 인생을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직장환경 때문인 것 같다.

어둡고 우울한 일들이 많은 곳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분명해지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그리고 살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감정을 느낀다.

무엇을 생각하며 어떤 마음을 품고 살아야 하는가?

희노애락이라는 감정 중 어떤 감정을 더 오래 기억하게 될까?

어르신들 대부분은 치매를 앓고 있다.

그들을 보면 안타깝지만, 힘들고 우울했던 감정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듯하다.

어르신들이 남은 인생동안 ‘기억’하고 살기에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늘 준비하고 정비하게 된다.

감정을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법을 어르신들을 통해 배우게 된다.

내가 지금 머무른 곳 여기는 요양병원이다.

젊음이 좋아 그들만 바라봤다면 과연 난 무엇을 얻으며 살았을까?

어르신들을 통해 인생 여정의 아름다운 끝을 그려볼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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