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48] 갯벌과 간척 시대 목격자...홍성군 갈산면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48] 갯벌과 간척 시대 목격자...홍성군 갈산면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1.11.26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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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사진 채원상 기자] 홍성군 갈산면 기산리 느티나무 두 그루를 찾아가는 길은 물길을 유조선으로 막아 천수만을 농토로 만든 서산간척 역사의 현장을 지나야 한다.

1984년 소위 ‘정주영 공법’으로 거대한 유조선을 이용해 방조제를 만든 후 천수만은 드넓은 호수와 농지로 바뀌었다.

간척은 육지 쪽으로 해안선이 들어간 내만의 입구(灣口)가 좁아야 하고, 내만 안쪽 갯벌이 넓어야 하며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야 좋은 입지다.

천수만은 일찍이 간척에 좋은 입지와 간월도를 제외한 해안마을들이 대부분 어업과 농업을 겸업하던 이유로 조선시대부터 간척을 시작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산미증식계획(産米增殖計劃)으로 천수만에서 본격적인 간척사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서산AB지구 방조제가 생기기 전까지 천수만은 여전히 갯벌로 남은 상태였다.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홍성 갈산재래시장이 수십 년 전까지 충남 서부권 최대 시장이자 수산물과 어민들로 북적였던 점은 천수만이 매립 전까지 어족자원이 풍부한 바닷가였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제 강점기의 천일염이 생산되기 전까지 천수만은 땔감을 태워 소금물을 졸여서 만든 ‘화염(火鹽)’방식의 소금을 생산해 왔다.

얕은 수심과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한 독살과 어살은 썰물일 때 2~3명의 가족들이 모여 물고기를 잡는 방식으로 천수만에서는 흔히 보던 어업이다.

천수만이 어족자원이 풍부하다고 하지만, 부족한 쌀과 생필품을 얻기 위해선 어업과 어패류를 캐는 갯일부터 밭일까지 수많은 일을 해야 연명할 수 있는 삶이었다.

더욱이 예로부터 왜구 침입과 잦은 전염병, 가뭄과 해수 피해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천수만 사람들은 산신당을 짓고 당산목에 제를 올려야 마음이라도 평안한 삶을 살 수 있었다.

이런 천수만을 지켜온 서민들의 삶을 갈산면 기산리 느티나무는 오백여 년 간 지켜봤던 목격자이다.

주변의 다른 나무들이 배 만드는데 베어져 나가거나 화염 방식의 소금생산에 땔감으로 사라져도 기산리 느티나무는 살아남았다.

대규모 간척과 고속도로 건설로 수많은 노거수가 사라질 때도 여전히 마을의 풍요와 서민들의 평안함을 기원하던 두 느티나무는 살아남아 천수만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간척은 대규모 비용과 수많은 갈등을 남겼다.

갯일로 먹고살던 천수만 사람들은 대규모 간척으로 어업을 접고 타지로 떠나야 했고, 쌀 증산이 최고 목표였던 60년대 박정희 정권은 ‘서산청년개척단’과 같이 무고한 사람을 잡아다가 강제로 간척 사업에 투입했던 사건도 있었다.

지금은 대규모 축산단지의 오폐수와 수많은 겨울철새들의 배설물로 천수만 저수지는 농업용수로도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다.

더욱이 인구와 쌀수요까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간월호·부남호의 수질정화에 많은 돈을 들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일도 궁색하게 되었다.

시화호처럼 방조제를 개방하여 해수유통을 하거나 갯벌로 돌아가려는 역간척(부남호)의 기로에 서 있다.

어떤 결정이었던지 이해갈등으로 시끄러울 것이다.

그럴수록 정확한 상황 인식과 천수만의 가치가 무엇인지 모두가 모여 궁리를 해야 한다.

과거 마을에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 모여 현명한 방법을 찾은 것처럼 천수만의 역사를 목격한 기산리 느티나무 아래에 오면 어떤 시대가 좋을지 물어보고 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서산시 갈산면 기산리 242 : 느티나무 1본 589살(2021년 기준)

서산시 갈산면 기산리 242 : 느티나무 1본 519살(2021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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