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귀농일기] 겨울의 시작… 꽃농사를 시작한 이유
[나의 귀농일기] 겨울의 시작… 꽃농사를 시작한 이유
충북 괴산군 문광면에 귀농한 박지혜 씨, ‘괴산울엄마농장’ 운영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1.12.0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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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문광면에 귀농한 박지혜씨가 튤립을 심으며 겨울농사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괴산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귀농·귀촌을 하고 싶어도 막연한 게 현실이다. ‘나의 귀농일기’는 충북으로 귀농해 새 삶을 살고 있는 귀농인들이 직접 기록한 솔직 담백한 글이다. 경제·사회생활을 비롯해 교육과 문화 등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는 귀농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괴산군 문광면 박지혜 씨] 11월 절임배추로 정신없던 한달을 보내고 튤립 심을 밭을 만들었다. 꽃농사를 시작하게 된 첫해이기도 하다. 괴산의 대부분의 농가들은 절임배추를 끝으로 잠시 쉬어간다. 하지만 나는 다시 시작이다. 꽃농사는 겨울이 정점이다. 많은 행사들이 줄줄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꽃소비가 많아진다. 내가 살고 있는 괴산군 문광면 송평리. 그리고 인근에는 화훼 농가들이 있다. 

꽃농가들은 지금부터 바쁘다. 처음 우연히 접한 농가 일손돕기가 절임배추를 시작하게 됐고 또 꽃농사를 짓게 되었다. 꽃재배과정은 잘 알지 못했으나 수확과 손질과정은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본 꽃농가의 모습은 우선 연세가 지긋이 드신 노부부가 인력을 쓰지 않고도 두분이서 도란도란 얘기를 주고 받으며 작업을 한다. 너무 여유롭고 보기 좋았었다. 어떤 농사가  저렇게 웃으면서 여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나는 그 동안 노지 농사를 지으면서 시간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정신없었다. 

하지만 꽃 농사는 완전 반전이었다. 꽃이 주는 느낌처럼 말이다. 동네에 화훼작목반이 있었고 자연스레 농사과정을 보고 경험하게 되면서 내가 나이 먹고 노동력이 약해져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꽃 농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그러나 처음 종자를 구입하고 비싼 종자값에 불안하기도 했다. 씨값도 못건지면 어떻게 하지? 한 개에 300원하는 종자를 6만2천개를 구입했으니 말이다. 다행히도 충청북도 화훼 수출작목반의 종자 보조가 있어 자부담을 조금 줄였지만 부담은 여전했다. 

박지혜씨의 튤립. 사진=괴산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박지혜씨의 튤립. 사진=괴산군/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12월 5일 파종 후 일주일이 지나자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졌다. 3주간의 뿌리내림을 한후 싹이 올라올때쯤 한파가 찾아왔다. 역시 잎줄기가 터지는 냉해피해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1월을 잘 버틸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는 전전긍긍 했다. 아이 키우 듯 조바심으로 두달을 보냈다. 생육기간이 60여일로 짧은 튤립은 2월초부터 수확이 시작되었고 몽글몽글 꽃봉우리들이 올라온 그 모습은 감격이었다. 어깨넘어로 배워온 수확후 작업과정은 처음 시작한 나이지만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번도 꽃을 사보지 않았다던 남편은 아직도 궁금하다. 이 많은 꽃들을 누가 다 사가는지 말이다. 수확한 꽃들은 한주에 3번 일,화,목요일로 양재동 경매시장과, 강남고속터미널 꽃도매상가로 출하된다. 작게는 200단에서 많을때는 500단이상이다. 

우리의 의심과는 반대로 꽃도매상가는 늘 꽃이 부족하다. 어느날에는 예약까지 들어온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가긴 했나보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소비에 비해 오히려  공급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든다. 농업의 고령화는 꽃농사에 있어서도 한계를 드러낸다. 첫 꽃농사를 마치고... ...농업을 시작하길 잘했다. 누구보다도 빨리,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했다. 절임배추도 꽃농사도 나의 통장 잔고를 늘려주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점점 농업에 더욱 빠져들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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