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태] 백송이 눈꽃으로 온 큰고니, 어디에서 왔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태] 백송이 눈꽃으로 온 큰고니, 어디에서 왔을까?
봉선저수지에 몰려든 큰고니
새까만 민물가마우지와 대조
몽골, 러시아, 중국 접경지역은 큰고니 최대 서식지
큰고니 서식지의 위협과 보호
  • 백인환 기자
  • 승인 2021.12.30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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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날에 맞추어 봉선저수지에 몰려온 큰고니.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크리스마스 날에 맞추어 봉선저수지에 몰려온 큰고니.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지구 역사를 24시간으로 환산하면 인간의 출현 시간은 마지막 5초라고 합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20세기 이후로 산정하면 고작 1초 이내라는데, 지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대멸종의 시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는 이런 위기 상황을 해결하고자 시민데이터과학(시민과학)과 집단지성을 유인할 프로젝트를 만들고, 국내외의 특화된 미디어 매체는 과학적 근거로 정책을 분석하고, 시민 참여와 글로벌 연대를 실천해 가고 있습니다. 굿모닝충청도 지역의 생물다양성 이슈와 현상을 분석하고, 시민과학적 접근, 선진 사례를 통해 대멸종의 시대에 현실 가능하고 흥미로운 대안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백 마리가 넘는 큰고니 무리가 서천군 봉선저수지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모습을 굿모닝충청에서 지난 25일과 26일에 확인했다.

◇ 백 송이 눈꽃, 새까만 민물가마우지와 대조

환경부 겨울철새 모니터링 지역이기도 한 서천군 봉선저수지에는 112마리의 큰고니가 기러기·오리들과 한데 섞여 아름다운 겨울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유라시아 북부에서 약 6만 마리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큰고니는 우리나라의 내륙습지와 하구, 연안에 10월 말부터 수천 마리가 도래한다. 다 큰 성조는 암수 모두 흰색이나 어린 큰고니는 어두운 회갈색으로 겨우내 부모 곁에서 월동하는데, 이번 봉선저수지에는 약 12마리의 회갈색을 띤 어린 새들이 관찰됐다.

전 세계 큰고니의 분포도. 자료=IUCN의 Red List/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전 세계 큰고니의 분포도. 자료=IUCN의 Red List/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전반적으로 새하얀 성조들로 구성된 무리들이 100개의 눈송이가 되어 저수지 수면 위를 유유히 떠 있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마침 저수지 주변의 버드나무 숲도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로 나무껍질이 온통 하얗게 변해 있어 봉선저수지는 눈이 오지 않았어도 겨울에 온듯한 풍경이었다.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새하얗게 변한 봉선저수지의 버드나무 군락지.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새하얗게 변한 봉선저수지의 버드나무 군락지.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 봉선저수지에 몰려든 큰고니

“서천군 봉선저수지는 금강 본류와 직선거리로 10㎞에 지나지 않고 장항 해안과도 가까워서 금강하구와 본류에서 월동하는 개체들일 것이다. 주변에 논과 저습지에서 채식한 뒤, 큰 저수지에서 안전하게 휴식하려는 개체들이 일시적으로 몰려들었을 것이다”라며 물새류 이동경로를 연구하는 강태한 박사(한국환경생태연구소 소장)는 봉선저수지가 큰고니의 ‘휴게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호수 구간은 마치 커튼이 드리운 것처럼 버드나무 군락지가 수변림을 형성하여 큰고니가 외부 방해나 시선으로부터 차폐되어 보다 안전하게 느낄 수 있는 장소다”라며 봉선저수지의 일부 구간을 에워싼 버드나무 군락지 덕분에 큰고니들이 안전하게 느끼고 있다고 부연해 줬다.

최근 봉선저수지에 찾아온 큰고니는 120개체가 도래했던 2019년 1월과 유사한 규모이며, 평소에는 10~50개체 이하로 불규칙하게 오던 곳이다.

“본격적인 추위로 저수지가 얼면 얼지 않은 금강하구나 남쪽 지역으로 남하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 낙동강 하구와 같이 남쪽의 하구나 내륙습지는 얼지 않고 먹이(수생식물의 뿌리나 근경, 잎과 열매 등)가 풍부해서 본격적인 추위가 오면 이동할 것이다”며 봉선저수지의 큰고니들이 추위와 먹이 때문에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서천군 시초면 후암리에서 바라본 봉선저수지 전경, 저수지 주변으로 버드나무 군락이 병풍처럼 자라 외부에서도 잘 안 보이도록 차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서천군 시초면 후암리에서 바라본 봉선저수지 전경, 저수지 주변으로 버드나무 군락이 병풍처럼 자라 외부에서도 잘 안 보이도록 차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 큰고니들은 어디에서 올까?

봉선저수지에 오는 큰고니들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강박사는 “일반적으로 큰고니는 러시아와 중국, 몽골의 접경지역과 같이 넓은 초원 습지가 있는 곳에서 번식한다”라며 매년 몽골의 조류연구팀과 야생동물위치추적 연구를 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는 몽골의 북부 챠강호수(Khorin Tsagaan Nuur)가 큰고니의 대표적인 번식지라고 알려줬다.

몽골 초원호수에서 번식하는 큰고니(Khentii aimag, 2015년 5월).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몽골 초원호수에서 번식하는 큰고니(Khentii aimag, 2015년 5월).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몽골과 러시아 접경지역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한 예벤키스키(Evenkiysky) 지역도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던 큰고니가 여름을 나기 위해 북상하는 장소다”라며 큰고니의 번식지는 동북아시아 전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번식지가 매우 넓은 새임을 강박사는 강조했다.

2006년 미국 지질조사국(USGS: United State Geological Survey)과 몽골야생동물보호센터(Willife Science and Conservation Center of Mongolia) 연구팀은 챠강호수에서 깃(털)갈이(moulting)로 날지 못하는 큰고니를 포획한 뒤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한 개체를 방사했다. 이 큰고니는 중국·북한을 거쳐 천수만과 충청에 잠시 머물렀다가 부산 낙동강을 향해 바로 질러 내려왔었다.

2006년 챠강호수에서 GPS를 부착한 큰고니의 이동경로. 자료=미국 USGS/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2006년 챠강호수에서 GPS를 부착한 큰고니의 이동경로 중 2개체가 부산 낙동강하구(s579)와 사천(s694)에 도래 . 자료=미국 USGS/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큰고니와 같은 대형조류는 새끼를 낳아 키운 뒤, 장거리 비행에 앞서 깃(털)갈이를 하는 7월에 육상 맹수로부터 안전한 챠강호수에 집결한다. 매년 조류연구자들은 중대형 조류를 그물로 잡아 GPS를 몸에 부착하고 날려 보냈는데, 4개월 뒤 경남 사천강에서 다시 발견했던 적이 있다”며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전병선 연구자(우림엔알)는 직선거리로 2천㎞를 홀로 날아온 큰고니의 건강했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여줬다.

몽골에서 경상남도 사천시에 도착한 큰고니(s694). 제공=전병선/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몽골에서 출발한 큰고니(s694)는 4개월 뒤에 경상남도 사천시에 도착했다. 제공=전병선/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 큰고니 서식지의 위협과 보호

몽골의 초원호수는 큰고니들이 좋아하는 번식장소이자 잠시 숨을 고르고 깃을 정비하는 기착지이다. 챠강호수만 해도 7월에 약 15,000마리가 러시아와 중국에서 몰려올 정도로 중요한 큰고니 서식지이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호수가 말라버리거나 화재로 서식지가 사라지거나 가축 증가로 번식 둥지가 훼손되는 일이 많아지면서 번식에 실패하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몽골 챠강호수에서 GPS를 부착한 큰고니(s694). 제공=전병선/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몽골 챠강호수에서 GPS를 부착한 큰고니(s694). 제공=전병선/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국내도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다. 무엇보다 큰고니의 먹이 자원인 수생식물이 부족하고 잠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산 낙동강 하구는 최대 3~4천마리의 큰고니가 도래할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의 월동지였으나 최근의 낙동강 하구 교량 건설이 연이어 진행되고 있고, 예전부터 하구 주변 지형 변화로 하구 식생 군락지가 점차 소실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 부산 낙동강 하구는 연안갯벌을 좋아하는 흑기러기가 수생식물인 거머리말(잘피) 군락지가 사라지면서 찾지 않게 되었고, 낙동강 하구 퇴적지에서 수천마리의 쇠제비갈매기가 번식했던 모습도 최근 사라졌다.

경남 갈사만에서 정기적으로 도래했던 흑기러기. 2006년에는 거머리말(잘피) 수생식물 군락지가 넓게 분포하여 정기적으로 도래했으나, 현재는 도래하지 않고 있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경남 갈사만에서 정기적으로 도래했던 흑기러기. 2006년에는 거머리말(잘피) 수생식물 군락지가 넓게 분포하여 정기적으로 도래했으나, 현재는 도래하지 않고 있다. 사진=굿모닝충청 백인환 기자

“현재 동아시아 전체적으로는 큰고니가 멸종위기 단계는 아니지만, 주요 서식지인 몽골이나 한국 상황이 기후변화나 도시화에 따라 서식지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면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멸종위기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지역 단위의 시민과학 데이터 수집과 데이터 공유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박사는 강조했다.

“올해 서천갯벌은 조류다양성이 우수하여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갯벌과 내륙습지를 모두 이용하는 큰고니도 기여한 셈이다. 동북아시아를 잇는 대형 조류이기에 이야기도 풍부하다. 탐조관광이나 생태관광 상품으로도 우수하다는 것에 이견이 없을 만큼 큰고니는 서천군에 소중한 생태자산이다”라며 강박사는 이번 봉선저수지를 방문한 큰고니가 올 겨울 서천에서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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