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에 스스로를 가둔 설동호 대전교육감
스펙트럼에 스스로를 가둔 설동호 대전교육감
[노트북을 열며]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5.03.26 15:1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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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희사회팀장

[굿모닝충청 한남희 기자] 진보의 반대는 보수가 아니라 퇴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을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칭하는 이들도 많다. 합리적 보수는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일부 역사를 거스르려하는 보수, 일명 ‘꼴통보수’와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로 쓰이기도 한다. 자칫 합리적 보수가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는 회색 보수를 포장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전통적 보수진영인 대구, 경북, 울산교육감을 제외한 전국 13개 시·도교육감이 전교조 출신이거나 진보성향이다. 지난해 말 전교조 대전지부는 취임 반년이 지난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에 대해 중도 성향의 ‘합리적 보수’, ‘제3지대 리더십’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최근 대전시교육청은 새 학기 시작과 함께 일선 학교에 ‘행복등교’ 자율시행 지침을 내려 보냈다. 어른들이 부추기는 과도한 경쟁 교육 현장에서 ‘행복 등교’는 잠에 취해 아침밥도 못 먹고 가는 아이들에게 등교 시간을 늦춰 밥 한술 떠먹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설동호식 대전 행복등교는 학교장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위임한다는 미명하에 제대로 된 기준조차 제시해주지 않았다. 사실상 교육청은 빠질 테니 학교장들이 알아서 결정하라는 식으로 흘렀다. 취임 직후 지금까지 진행해 온 행복등교 시행과정을 보면 설 교육감의 지금까지 교육정책과 앞으로 펼칠 노선도 대략적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행복등교 시행을 위해 지난해 10월 자체 전화설문을 통해 교장, 교감, 교사, 학부모 등 겨우 69명에 대한 찬반 여부를 조사했다. 논란이 일자 시교육청은 지난 2월초 학생과 학부모, 교원 26만여 명을 대상으로 다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교육청은 ‘현재 등교 시간에 대한 인식’ 설문조사지와 함께 등교시간을 늦출 경우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 내려 보냈다. 이를 기초로 한 조사를 통해 교육청은 전체적으로는 두 가지가 서로 비등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등교시간이 빠르지도 늦지도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결국 다른 학교와 일부 학부형의 눈치를 살핀 학교장은 대부분 등교시간을 늦추지 않거나 기껏 20분 늦추는 데 그쳤다. 뜨거운 감자를 쳐다보기만 하다 결국 식어 먹지도 못한 꼴이 돼버렸다. 

설교육감의 이러한 지나친 심사숙고에 이은 미적지근한 의사결정은 대전 국제중·고 설립 추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국제학교 설립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고, 특수목적고 신설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과감하게 정책을 철회해야 했다.

취임 초 전교조 미복직 전임자에 대한 교육부의 직권면직 직무이행 명령이 떨어지자 설 교육감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지역교육지원청에 징계위원회를 열라는 공문을 내려 보내기도 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이달 초 개학과 함께 초교 3학년 이상과 중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이른바 일제고사로 불리는 진단평가를 실시했다. 전교조는 학교 서열화와 사교육 팽창 등 부작용이 큰 현행 일제고사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올해 진단평가를 실시하는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 중 대전과 대구, 경북, 울산 제주 등 5개 시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전교조는 교육감의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일제형 진단평가 실시 유무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그가 야심차게 추진하겠다고 한 혁신학교 역시 일각에서는 진위를 의심하기까지 한다. 최근 일련의 대전시교육정책을 보면 또 다시 ‘학력신장 지상주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다.

설 교육감이 온건 진보이든, 합리적 보수이든, 정통 보수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어정쩡하다는 의미의 중도보수는 곤란하다. 또 그 스스로 자신을 억압된 스펙트럼에 가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진정 학생들을 위한 교육정책을 펼치는, 따듯하고 당찬 교육감의 이미지로 변신해보는 것을 고민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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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교육 2015-03-27 13:22:38
올으신 말씀 입니다^^

이효정 2015-03-26 16:25:30
미복직 전임자임에도 불구하고 초등돌봄교실에 그보다 힘들고 어려움에 직면한 한 근로자이자 한사람으로서 원직 복직에 기회를 좀 마련코자 적습니다. 정말로 말할수없이 괴롭고 외롭고 쓸쓸한 나에 뒷모습을 보고있을때 원래자리에서 잠시물러남이 이렇게 큰 타격으로 충격으로 올줄은 생각치도 못한 부분입니다. 빨리 초등돌봄교실 원직 복직 되기만을 고대 하고 있습니다.010-6766-3398로 전화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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