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7시간 통화’ 중 일부가 MBC를 통해 공개됐으나, 기대 이상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별 것 아니네’ 하는 반응도 심심찮다.
하지만 김건희 씨가 내뱉은 발언의 행간을 들춰보면, 비판 받아 마땅한 매우 부적절한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님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착각과 지나친 선거 개입를 넘는 권력 사유화 의지를 곳곳에 내비치고 있다는 지적이 이구동성으로 나온다.
비록 법원 결정을 ‘순종’한 MBC와는 달리, 오리지널 음성파일의 소유자인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전격 공개한 파일에서 “내가 정권을 잡으면~”으로 시작되는 김씨의 워딩은 누가 대선 후보인지 분간이 안 되는 데다, 정치보복 의지마저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김씨 모친 최은순 씨의 비리의혹을 파헤쳐온 〈서울의소리〉를 겨냥해 “내가 정권 잡으면 거긴 무사하지 못할 거야”라고 했고, ‘쥴리’ 등 숱한 의혹을 들추고 비판해온 〈열린공감TV〉에 대해서는 “거기는 이제 권력이라는 게, 우리가 안 시켜도 경찰이 알아서 입건해요”라고 말하는 등 대놓고 보복을 벼르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을 정도다.
아무리 사적 통화라 하더라도, 제1야당의 대선 후보의 부인이 기자를 상대로 자신이 권력만 잡으면 권력을 사사로이 흔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은 국정농단과 피바람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MBC 〈스트레이트〉가 전날 공개한 발언만 보더라도, 김씨는 윤석열 후보 비선캠프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선거에 이미 초장부터 개입한 데다, 막후에서 좌지우지하거나 쥐락펴락하는 ‘언터처블 실세’임이 밝혀졌다.
심지어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에 대한 뒷얘기를 비롯, 경선 때 윤 후보의 라이벌이었던 홍준표 의원을 상대로 언론인을 통한 공작 의혹과, 현직 기자를 ‘정보원’으로 포섭하려고 하는 언행 등은 정치적 또는 선거법 상으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미투’에 대해서는 ‘돈을 주지 않아 미투가 터졌다’ ‘여자는 돈이면 다 된다’라는 식으로 '미투(Me Too)'에 대한 인식의 바닥을 드러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이 서둘러 장관직을 사퇴하지 않는 바람에 상황을 키웠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내뱉었다.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파일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1월 15일 통화에서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교수를 언급하며 “그냥 구속 안되고 넘어갈 수 있었거든”이라며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해도 충분히 할 걸 너무 키웠지. 김어준하고 유투버들이 너무 많이 키운 거야. 그때 장사가 제일 잘됐지. 이게 자본주의 논리”라고 말했다.
결국 “내가 정권을 잡으면~”이라는 워딩처럼 김씨는 자신이 주어가 돼 ‘자신이 정권을 잡을 경우’ 언론과 정치를 권력과 금력으로 휘두르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