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전쟁과 평화 (War and Peace)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2.01.26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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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평화
전쟁과 평화
레프톨스토이
레프톨스토이

[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의 《전쟁과 평화(Война и мир)》는 3,000 페이지가 넘는 아주 긴 소설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전쟁과 평화》를 모르는 자는 없지만, 끝까지 읽은 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읽지도 안 했는데 읽은 것처럼 느껴지는 소설입니다. 

등장인물이 무려 599명에 달하고, 하나하나의 이름조차도 한 줄 정도나 되는 긴 이름이고, 프랑스식 애칭도 있어서 이름을 옆에다 써놓고 읽어야 될 정도의 고충이 있습니다. 

 

 

대륙봉쇄령
대륙봉쇄령

역사소설이면서 인생소설

《전쟁과 평화》는 역사소설입니다.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 후 혼란한 시기에 쿠데타로 위기에 빠진 프랑스를 구해 영웅이 되었지만, 스스로 황제가 되어 유럽 국가들을 정복하고 프랑스 혁명의 이념을 전파시키려 했습니다. 

영국은 막강한 해군력으로 나폴레옹에게 저항하였고, 나폴레옹은 영국을 고립시키기 위하여 1806년 대륙 봉쇄령을 내렸습니다. 러시아 또한 밀을 영국에 팔 수가 없어 경제가 파탄에 직면하게 되자 황제 알렉산드르 Ⅰ세는 1812년에 대륙 봉쇄령을 무시하고 영국과의 교역을 계속합니다. 

보나파르트나폴레옹
보나파르트나폴레옹

나폴레옹은 그의 영광을 위해 러시아 원정을 시도합니다. 1812년 6월에 침공하여 9월 모스크바를 점령하였으나 겨울이 오기 전에 빠져나오려다 수많은 희생을 당하고, 1814년 봄 연합군이 파리를 점령하고, 나폴레옹은 유배되었습니다.

당시 1800년대 러시아는 로마노프 왕조로 농노와 영주, 백작·공작·자작 등의 귀족사회였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중요한 귀족은 볼콘스키 가문과 로스토프 가문, 쿠라긴 가문입니다. 볼콘스키 가문은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부호이며 명예로운 가문입니다.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불콘스키공작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불콘스키공작

가문을 대표하는 볼콘스키 노(老) 공작은 한때 육군대장까지 오른 사람으로 완고하지만 사리사욕이 없는 데다 애국심에 불타는 사람으로 두려움과 존경심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에게 아들 안드레이와 딸 마리아가 있습니다. 노공작은 마리아와 함께 모스크바에서 150km 떨어진 영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않고 지내고 있습니다.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로스토프백작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로스토프백작

로스토프 가문의 로스토프 백작은 천하태평으로 사람만 좋고, 먹고 놀기 좋아하는 천성으로 가세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지만 우아하고 품위를 추구합니다. 그에게는 아들 니콜라이와 딸 나타샤, 막내아들 페트루샤, 함께 사는 양녀 4촌 조카 소냐가 있습니다. 로스토프 백작 부인은 오로지 가세를 만회해 보려고 페테르부르크의 상류사회에서 아들과 딸들의 돈많고 훌륭한 배우자를 찾느냐에 관심이 있습니다.

그 외에 아버지의 재산을 물려받아 거부가 된 베주호프 백작의 서자 피에르가 있고, 쿠라긴 가문의 고관 출신 바실리 공작과 아들 아나톨리, 딸 엘렌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상당 부분은 안드레이와 피에르의 전쟁 참여, 안드레이와 아나톨리, 피에르에 이르는 아리따운 나타샤와의 사랑이 소설 내용입니다.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바실리 쿠라긴공작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바실리 쿠라긴공작

제목이 《전쟁과 평화》이지만 정확하게 기술하면 전쟁 속에서의 인간들의 삶입니다. 전쟁이란 굵직한 사건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개별 인간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죽음, 종교, 사랑과 배신, 선과 악의 인간관계를 그렸습니다. 대문호답게 큰 줄기를 형성하여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인생인가를 묻고, 전쟁이란 큰 사건 속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합니다.

 

전운이 감도는 러시아와 안드레이

시작은 1805년 수도 페테르부르크에서 내놓으라는 귀족들이 모인 한 파티장입니다. 그 파티장에서 러시아가 오스트리아와 연합하여 나폴레옹에 선전포고하자,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설에 대한 소문으로 공포와 불안으로 떠들석 합니다. 이미 나폴레옹은 전 유럽을 제패하고 모든 병력을 러시아 국경에 집결하고 있을 때입니다. 

이 파티장에는 안드레이와 임신한 그의 부인 리즈도 있었습니다. 생김새가 번듯하고 교양이 있고 의지도 강하지만, 삶이 심심하고 따분한 듯한 젊은 볼콘스키 공작 안드레이는 결혼생활에 흥미를 잃고 명예심에 불타 전쟁터에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안드레이불콘스키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안드레이불콘스키

임신한 아내는 위험한 전쟁터에 나가는 것을 극구 반대하지만 궁벽한 시골 영지에 사는 아버지와 동생 마리아에게 그녀를 맡기고 쿠투조프 장군의 부관으로 전쟁터에 나갑니다. 

나폴레옹과 연합군인 러시아, 오스트리아 세 황제가 참여하여 격돌한 오스트리아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연합군은 패배하였습니다. 안드레이는 군기 깃대를 꽉 쥔 채로 중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쓰러집니다. 그때 그의 얼빠진 눈에 옆을 지나가던 나폴레옹과 드높은 영원한 하늘이 보였습니다.

자기 마음속에 일어나는 자연의 영원함과 아름다움에 비하여 평소에 숭배해온 나폴레옹 자태도 작고 하찮게 느껴지고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부질없음을 생각합니다. 

아우스터리츠 전투
아우스터리츠 전투

어째서 지금까지 저 높은 하늘이 눈에 띄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제라도 이것을 알게 되었으니 나는 정말 행복하다. 그렇다! 저 끝없는 하늘 외에는 모든 것이 공허하고 기만이다. 저 하늘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정적과 평화뿐이로구나.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안드레이의 전사통지서가 가족들에게 전해지고 가족들은 죽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1주일 뒤 쿠투조프 사령관은 노 공작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선두에서 용감하게 싸웠으며 그의 시체를 찾지 못하고 포로 명단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알렸습니다. 

안드레이는 아내 리즈가 해산 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갑자기 나타나 가족들을 깜짝 놀라도록 기쁘게 했으나 리즈는 아들을 낳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는 아내에게 냉정하게 굴었던 지난날을 후회했습니다. 그동안 명예를 위해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 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비록 나폴레옹이 자기 영지까지 쳐들어온다 해도 절대로 현역으로 복무 하지 않기로 맹세합니다. 그는 아버지 밑에서 민병대 일을 보면서 군 복무 의무를 피합니다.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나타샤 로스토프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나타샤 로스토프

나타샤의 굴곡 있는 인생

삶의 의미를 잃은 안드레이는 칩거하다시피 하다가 로스토프 가를 방문하는데 그곳에서 순수하고 귀엽게 느낀 생기발랄한 로스토프 백작의 둘째 딸 16살의 나타샤를 만납니다. 그는 “인생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생각합니다. 나타샤가 있는 세상은 마치 거대한 고목 떡갈나무에 물기를 머금은 싱싱한 잎을 연상하듯 새로운 젊음과 정렬이 넘치는 세상이었습니다. 

무도회에서 재회한 그들은 견딜 수 없는 매력으로 서로 사랑을 맹세하고 약혼하지만 꼴통 영감 볼콘스키 노 공작은 냉각기 1년을 갖는 결혼 연기를 제안하고 여행을 권합니다. 노 공작은 가문으로 보나 재산으로 보나 명예로운 결혼은 아니고, 나타샤는 한창 젊으나 안드레이는 나이도 많으면서 전상을 입었고, 새엄마인 그녀에게 엄마 없는 안드레이의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없다며 사실상 반대합니다.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나타샤와 안드레이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나타샤와 안드레이

나타샤는 약혼은 했지만 1년간의 유예기간이 불만이었습니다. 약혼식을 올리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약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습니다. 안드레이는 자신은 영원히 결혼 약속을 지키겠지만 나타샤에게 그런 의무가 없다고 말하고, 마음이 변한다면 얼마든지 이 혼담을 깰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젊음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는 나타샤는 약혼자를 기다리는 도중에 아내와 별거하면서 독신자 행세를 하는 미남 아나톨리의 유혹에 빠집니다. 그는 자신의 삶 자체를 일종의 오락처럼 여기는 난봉꾼으로 교활한 자입니다. 

나타샤는 귀에 입김을 불어 넣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아나톨리의 꾀임에 빠져 안드레리와의 약혼을 파기 시킵니다. 아나톨리는 솔직하고 순박한 나타샤를 데리고 외국으로 도망갈 계획을 세웠으나 나타샤가 불행해지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는소냐가 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받아 나타샤를 방에 가두고 자물쇠를 채워 그 계획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안드레이는 모욕감으로 아나톨리를 찾아 결투를 하려고 페테르부르크로 갔으나 피에르가 그의 부인 엘렌의 동생 아나톨리에게 안드레이가 그를 뒤쫓고 있다고 알려주었고, 그는 터키에 있는 몰다비아 러시아군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안드레이는 쿠투조프 장군 참모의 일원으로 터키로 갔으나 아나톨리는 러시아로 금세 돌아갔습니다. 

 

크투조프
크투조프

진정한 영웅 쿠투조프

1812년 6월 나폴레옹이 60만 대군을 이끌고 모스크바를 침공합니다. 수백만 명의 기독교도가 서로 사살하고 괴롭히는 대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안드레이는 본국 전선으로 배속을 희망했고 그해 8월 쿠투조프는 전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애국심 가득한 소박하고 겸손한 인물인 쿠투조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큰 안목에서 전쟁을 보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필연적인 흐름이 있고, 개인적 의지를 초월하여 역사는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는 확실한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쿠투조프는 인내와 시기를 중시하는 지휘 스타일로 아무것도 새롭게 구상하지 않고 그 어떤 기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가능한 적군과 충돌을 피하면서 국민과 군대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사람을 죽이거나 파멸시키는데 힘을 쓰지 않고 프랑스군을 러시아 밖으로 쫓아내는데 힘썼습니다. 

8월 26일 러시아와 프랑스의 가장 치열한 전투인 보로디노 전투는 승자가 없는 전투였습니다. 나폴레옹은 2000km 적진 깊숙한 곳에서 전 병력의 4분 1을 잃었고, 러시아는 프랑스군의 2분 1의 전력으로 전 병력의 반을 잃었습니다.

프랑스군은 이전 전투와 달리 개전 초기와 같이 완강히 버티는 러시아군에 공포를 느꼈고, 쿠투조프은 물리적 계산과 상관없이 필승 의지가 달아오른 러시아가 사실상 승리한 전투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보로디노 전투
보로디노 전투

나폴레옹은 모스크바를 점령하면 러시아와의 전쟁도 끝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월동 준비 없이 여름을 거쳐 의기양양하게 러시아 깊숙이 쳐들어와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에 자 리잡았지만 15년 동안 승전 기억만 간직하고 있는 프랑스군은 이미 정신력은 소진되었습니다. 

쿠투조프는 모스크바에서 일전을 할까 아니면 철수할까 고심하다가 모스크바를 우회하여 퇴각하기로 하였습니다. 러시아군도 보로디노 전투에서 사상 유례없는 피해로 전투할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국민들 사이에 나폴레옹 영웅에 대한 동경은 사라지고 치열한 적개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의 지배를 받으면서 살 수 없다는 시민들은 모두 피난했고, 텅 빈 모스크바는 더욱더 깊숙이 프랑스 병사들을 빨아드렸습니다. 목조건물로 즐비한 모스크바는 그곳을 떠난 모스크바 시민에 의해 불탔습니다. 

쿠투조프는 모스크바를 잃었을 때도 러시아를 잃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생각입니다. 그는 프랑스군이 이미 패배했다는 것, 전투가 아니라 오로지 상황에 의해 패배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이 강화를 제의해 왔을 때 강화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모스크바에 들어와 5주 동안 아무것도 하지않고 있던 프랑스군은 굶주림과 추위, 뭔가 보이지 않은 불안에 마치 겁을 잔뜩 먹은 상처 입은 짐승이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물러나 새로운 전투 없이 서쪽으로 후퇴해 가며 서서히 무너져 갑니다. 이때부터 가장 활동을 많이 한 것은 소위 빨치산이라는 유격대입니다. 러시아군은 11월 중순 집단적으로 퇴각하는 프랑스군을 추격하여 크라스노예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은 마침내 비참한 종지부를 찍습니다.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안드레이와 피에르
사진출처=BBC드라마 전쟁과 평화(War and Peace, 2016) / 안드레이와 피에르

빠르게 내적 성장하는 피에르

안드레이 절친 피에르는 조금 어벙하지만 욕심이 없고 삶의 참다운 의미를 찾는 구도자적인 선한 마음의 소유자입니다. 스무 살 때까지 파리에서 공부하다가 최근에 아버지의 중병으로 말미임아 돌아옵니다. 거부 베즈호프 백작으로부터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은 그는 돈만 보는 바실리 공작에 이끌려 고혹적인 아름다움과 사교 솜씨를 가진 그의 딸 엘렌과 결혼을 합니다. 피에르는 남들에게 그것을 자랑거리로 생각했습니다. 

엘렌과 수백만 루블의 재산 소유자 피에르의 사랑하지 않는 결혼생활은 불행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피에르는 사치스럽고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엘렌이 친구인 돌로호프 사이에 좋지 않은 추문이 돌자 괴로워하고, 돌로호프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실행했으나 어리석은 짓이라고 나중에 후회합니다

피에르는 아내의 정조 문제는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재산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영지 관리권을 엘렌에게 넘기고 혼자 페테르부르크를 떠납니다. 얼마 후 별거 중인 엘렌 쪽에서 정식으로 이혼을 요구해 왔으며 그 편지는 피에르가 아직 보로디노 전장에 있는 동안 그의 저택에 배달되었습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피에르는 모스크바 사교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나 사교계의 생활에 즐거움을 갖지 못합니다. 그는 은인 이오시프가 그에게 계시한 형제애를 신조로 삼는 종교적  비밀 결사체 프리메이슨(Freemason)의 회원으로 영적 수행하는 도덕적인 삶에 기쁨을 느끼고, 내면적인 완성에 힘쓰면서 사회사업에 자신의 돈을 아낌없이 내놓았습니다. 

피에르는 과거에는 나폴레옹을 동경하고, 영국과 오스트리아를 돕기 위해 이 세상 최고의 위인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았으나 이제는 위대한 러시아 공화국 건설을 마음속으로 염원하고 있습니다. 

피에르는 전장에 참가하고 싶은 의지를 간직하고 포탄이 날아드는 전쟁터를 돌아봅니다. 보로디노 대격전에 참가했다가 병사들의 소박하고 진지함, 강한 정신력에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명예도 재산도 없는 그들이야말로 참으로 위대한 인간이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도 한 사람의 병사가 되어 모스크바 방위를 위해 몸을 바쳐 싸우기로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대신 나폴레옹을 암살하겠다는 터무니없는 망상을 꿈 꿉니다. 반쯤 실성한 상태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모스크바 화재 현장에서 한 아이를 구출할 때 가지고 있던 단검으로 인하여 단속 중인 방화범으로 몰립니다. 나중에 그 오해가 풀렸으나 프랑스 군의 포로가 되어 그들과 함께 퇴각했고, 도중에 니콜라이의 동생 페챠와 전사한 아나톨리가 속한 러시아 민병대원들의 맹렬한 야습으로 구출되여 모스크바로 돌아옵니다. 

피에르는 포로수용소에서 어리석게 보이는 일자무식의 농민 병사 플라톤 카라타프를 만나 운명에 순종하는 철학 앞에서 자기가 추구하는 진리를 찾게 됩니다. 신은 존재하고, 신의 의지 없이는 머리카락 한올도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신앙으로 살아가는 인간이 되었고 그 가운데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안드레이는 보로디노 전투에 참여하여 중상을 입고 후송 도중 피난 길의 나타샤를 만납니다. 그녀는 참회하는 마음으로 안드레이를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면서 행복했으나 끝내 안드레이는 나타샤의 사랑 속에서 죽어갔습니다.

사랑은 죽음을 방해한다. 사랑은 생명이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모든 것은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사랑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나타샤는 약혼자 안드레이를 배신하고 그것이 자신의 치명적인 상처가 되었지만 인간적인 성숙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가 죽은 후 나타샤는 거의 삶을 포기합니다. 

피에르의 진심 어린 동정과 사랑은 긴 시간 동안 고통을 겪고 있는 나타샤에게 큰 위로가 되었고 결국 나타샤를 오랫동안 연모한 피에르와 결혼합니다. 그녀는 결혼 후 사교계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모유로 키운 세 명의 아들과 한 명의 딸을 둔 억척스러운 러시아 중년 부인이 됩니다. 철없던 시절, 깔깔거리고 말괄량이처럼 노래 부르던 그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남편과 자식들만 바라보는 여인으로 그녀는 행복해합니다.

 

니콜라이와 마리아의 결혼

로스토프 백작의 아들 니콜라이도 대학을 다니고 있었지만 대학을 중퇴하고 군대에 지원하여 기병대에 장교로 근무합니다. 동료들로부터는 신뢰와 부하들로부터는 존경을 받는 그는 부모님으로부터 군대에서 빨리 전역하여 망해가는 집안을 일으키기를 원했으나 번잡하고 시끄러운 세속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리아는 아름다운 미모를 가지지는 못했지만 따뜻한 성품을 가졌고, 아버지의 시중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순례자들과 영적인 대화를 즐기는 신앙심 깊은 착한 아가씨입니다. 그녀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공작의 영애(令愛) 지만 사교계의 여자들처럼 유행과 사치품을 좋아하지 않는 검소함 가지고 있습니다. 

바실리 공작이 난봉꾼 아나톨리와 결혼시키려 했으나 마리아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고, 안드레이의 죽음으로 처음에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타샤와 묘한 연대감을 형성하게 됩니다. 친구의 불행을 모른 척하고 떠날 수 없어서 로스토프 백작의 집에 머물면서 몹시 쇠약해진 나타샤를 돌봐주기 시작하고, 니콜라이와 더욱 가까워집니다. 

니콜라이는 군 제대 후 사촌 누이동생 소냐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하였으나 어머니가 집안이 어려운 마당에 지참금도 없는 그녀와 결혼한다고 심하게 반대하였고, 집안 식구들을 모두 은인으로 생각하는 소냐는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있었습니다. 그는 먼저 니콜라이에게 편지로 그와의 결혼을 단념하겠다고 선언하여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니콜라이는 마리아와 결혼합니다. 마리아는 스몰렌스크에서 모스크바로 피난 가려고 할 때, 마침 지나던 경기병 중대장이었던 니콜라이가 집안의 농민들이 피난 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을 막고 도와준 이후로 호감을 가졌지만 자존심 강한 니콜라이는 처음에 마리아에게 냉담합니다.

가난한 귀족인 자신과 러시아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마리아의 사랑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목적으로 한 사랑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1813년 가을, 그들은 결혼하고 아내의 영지인 민둥산으로 거처를 옮기고, 몰락한 로스토프 가의 부흥에 최선을 다합니다. 

그는 영지 관리와 경영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존경을 받으며 재산을 급속히 불려 나갔습니다. 4년 만에 아내의 재산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물려받은 재산보다 2배 많은 부채를 다 정리했습니다.

깊은 신앙심으로 착한 행동만을 생각하는 마리아는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오빠 안드레이가 남겨놓은 아들 니콜렌카를 니콜라이의 양해를 받아 양육합니다.

 

역사와 철학, 성장소설

《전쟁과 평화》는 역사소설입니다. 
1856년 톨스토이는 유형지에서 러시아로 돌아오고 있던 한 데카브리스트의 1825년 12월 러시아 개혁 운동을 다룬 중편소설 《데카브리스트(Dekabrist)》를 쓰려고 했습니다. 이 소설을 구상하기 위하여 자료를 수집하다가 그 혁명운동이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전쟁과 평화》를 쓰고 애초 쓸려고 한 《데카브리스트》는 미완으로 남겼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러시아군은 패퇴하는 프랑스 군을 따라 파리까지 진격하여 점령합니다. 이때 러시아 청년 장교들은 프랑스 혁명 결과인 자유주의 사상에 충격을 받고, 러시아의 낡은 정치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목표로 의기투합하여 비밀 결사단을 조직하고,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서 신임 황제 즉위식에서 대대적으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사건은 출세가 보장된 당시 귀족 청년들이 애국심으로 감행한 큰 사건으로 러시아에서는 의미 있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이 소설 말미에 피에르가 러시아 개혁에 관련된 자기 생각을 말하자 15살이 된 안드레이의 아들 니콜렌카가 말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서 데카브리스트 반란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서 데카브리스트 반란

“오! 피에르 아저씨는 정말 훌륭한 분이야! (······)
나는 아버지께서 만족하실 그 뭔가를 이루고 말 거야”

데카브리스트의 시발점을 피에르로 보고 있으며, 안드레이의 아들 리콜렌카가 미래의 데카브리스트가 되는 셈입니다.

이 소설은 성장소설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에 스스로 깊이를 더하고 폭을 넓혀줍니다.
권태로움과 허무함이 느껴지는 안드레이, 목적 없이 살아가는 방탕한 재산 상속자 피에르, 생기 넘치나 치명적인 유혹에 빠지는 나타샤, 화려한 것만 좇는 철없는 젊은이 니콜라이가 저마다의 시련과 수치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자아를 발견하고 커다란 잠재력을 키워갑니다. 

삶은 정답이 없습니다. 
나만의 삶입니다. 
우리는 이 사람들을 통하여 또 하나의 삶을 살아봅니다.

톨스토이는 이 소설에서 위대한 영웅은 없다고 말합니다.
나폴레옹도 하찮은 인간이다는 역사관입니다. 대부분의 큰 사건들은 한 영웅들의 의지에 이끌렸다고 생각합니다. 톨스토이는 민중의 의지가 영웅을 출현시킨다는 생각입니다. 한 영웅이 그 사건에 직접 참여하여 다수를 이끈 것이 아니라 다수에 의해 그가 이끌렸다고 봅니다. 무한히 작은 동질의 요소들이 갖춰져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일어나고 만 것뿐입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이 소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입니다.
우리 시대의 최고의 작품입니다.
어느 문학 평론가는 수많은 책을 읽기보다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레 미제라블》,  《파우스트》,  《안나 카레리나》, 《전쟁과 평화》, 이런 정도를 몇 번씩 읽으면 그것이 오히려 삶에 큰 자양분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전쟁과 평화》는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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