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의 평범한 전업주부가 전문 산악인도 힘들다는 백두대간을 종주한 것도 모자라 도전하며 느낀 마음의 소리를 책으로 묶어 내 화제다.
주인공은 대전 출신인 민경희(58)씨. 민 씨는 최근 백두대간 종주 산문집 ‘걸어가야 내 길이다’를 펴냈다. 이 책에는 민 씨가 지난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두 40구간 총 735.6km에 달하는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느낀 마음의 소리가 담겨있다.
아들과 함께 첫 산행에 나선 얘기로부터 시작해 무박 2일로 감행한 지리산 종주, 폭우 속에서 암벽을 타야 했던 일, 힘들었지만 언제나 유익했던 야간 산행, 쪽빛 동해바다가 보이는 해동삼봉의 정취, 백두대간의 사계와 자연, 그리고 역사의 숨결, 남편과 함께 한 산행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민 씨는 백두대간 종주가 오롯이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젊은 시절 간호사로 병원에서 환우들을 간호했고, 중년에는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 봉사와 다문화 가정 돌보기 등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 대전시로부터 표창을 받기도 했지만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그를 산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민 씨는 “어느 날 문득 나를 바라보게 되었는데 나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먼저 잃어버린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렇게 해서 마음을 먹게 된 것이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가’ 종주였다”고 백두대간 종주 도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산행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다보니 일천칠백 리에 달하는 백두대간 산행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하루에도 산봉우리를 몇 개씩 타고 넘어야 했고, 전체 산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무박 야간 산행은 특히 많은 체력이 요구됐습니다.”
발톱이 빠지고 상처가 생기고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어떠한 것도 민 씨를 산 아래로 밀어내지는 못했다. 감기에 걸리면 해열제를 먹었고, 진통제 주사를 맞으면서 백두대간 산길을 뚜벅이처럼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2014년 9월 28일 백두대간 40구간의 마지막 관문인 설악산 진부령에 골인하게 된다. 지리산 노치마을에서 시작한 백주대간 종주를 1년 6개월여 만에 마무리한 셈이다. 그 사이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고 또 다시 봄, 여름, 가을이 왔다.
“백두대간 종주 성공은 대전바위산장 김성묵 대장님과 후미에서 힘들 때 격려와 길동무가 돼 준 콩세알치과 김호상 원장님, 송인숙 총무, 대전바위산장 백두대간 12차 대원 등 도움을 주신 분들이 뒤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민경희 씨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이번엔 국토대장정이다. 조금 있으면 태어나는 미래의 손주에게도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포부다.
민 씨는 “백두대간 종주는 내 인생에서 아주 작은 목표였다”라며 “사람 몸으로 치면 척추에 해당하는 백두대간을 걸은 만큼 이제는 사람의 내장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 국토 구석구석을 걸으면서 느낀 마음의 소리를 손주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는 민 씨. 꺼지지 않는 그의 열정이 박수를 받는 이유다.
한편 민 씨는 4월 21일 오후 7시 대전유성관광호텔 3층 킹룸에서 지인들을 초청해 백두대간 종주 산문집 ‘걸어가야 내 길이다’ 출판기념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