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일 육군사관학교(육사) 경북 안동 이전을 공약해 파문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양승조 충남지사와 황명선 전 논산시장 간 미묘한 시각차가 감지돼 눈길을 끌고 있다.
양 지사는 사실상 이 후보와 각을 세운 반면, 황 전 시장은 선대위 정책본부에 그 책임을 돌린 것.
양 지사는 설 연휴 직후인 3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후보의 육사 안동 이전 공약에 대해 “도지사로서 먼저 당혹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육사 충남 논산 유치는 저의 공약으로, 민선7기 충남도정은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랫동안 고심을 들여 노력해 왔다”며 “(때문에 이번 공약 발표는) 충격에 빠지는 소식일 수밖에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양 지사는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제시된 지역 선심성 공약은 반드시 재고되어야만 할 것”이라며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육사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놓고 더 많은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승조 “선심성 공약 반드시 재고”…황명선 “선대위 정책본부 책임”
“급하게 제시된 지역 선심성 공약”이나 “선거의 유·불리” 등 표현은 이 후보를 에둘러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반면 황 전 시장은 이번 공약 발표의 책임이 당 선대위 정책본부에 있음을 분명히 하며 이 후보를 두둔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다음 날인 4일 갖은 장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황 전 시장은 “이 후보의 경우 굉장히 실용적인 분으로, 필요하다면 상대 후보의 공약까지 수용하는 분”이라며 “충남을 비롯해 6, 7개 지역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정책본부에서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어야 했다”고 책임을 돌렸다.
황 전 시장에 따르면 지난 1일 고향인 안동을 방문하기 전 이 후보에게 육사 이전 대선공약 채택에 대한 요청이 접수됐다는 것. 이에 이 후보는 당 선대위 정책본부에 검토를 요청했지만 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시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민주당 김영진 사무총장과 정성호 총괄특보단장 등에 문제를 제기해 놓은 상황”이라며 “당에서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도지사 경선 앞두고 노선 경쟁 불가피…육사 유치 불발 시 공동 책임
주지하다시피 양 지사는 민주당 대선 예비 경선에 출마, 기본소득을 비롯한 주요 정책을 놓고 이 후보 등과 경쟁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컷오프 이후에는 정세균 후보를 지지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해 8월 1일 예산 충의사에 방문해 “양 지사가 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굿모닝충청> 질문에 “우선 자치단체장은 경선에서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지방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것을 존중해 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에둘러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황 전 시장은 일찌감치 이 후보와 친분을 유지해 왔고, 지난 17일에는 이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시장직을 사퇴하기까지 했다. 현재는 이 후보 자치분권 특보단장과 충남선대위 상임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양 지사와 황 전 시장이 대선 직후 치러지는 도지사 경선에 맞붙을 거란 점에서 이 같은 노선 경쟁(?)은 갈수록 뜨거워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육사 논산 유치의 경우 양 지사와 황 전 시장 모두에게 매우 중차대한 과제인 만큼 만에 하나 무산된다면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