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인간이란 흐르는 강물과 같다.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인간이란 흐르는 강물과 같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2.02.22 09:4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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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부활
톨스토이의 부활
레프 톨스토이
레프 톨스토이

[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예수님은 《부활》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그들은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아름다운 명작 《부활(復活)》은 1889년 사상가이며 대문호인 네프 톨스토이(1828~1910)가 61세일 때 코니라는 법률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소설로 1899년 71세 되던 해 완성하였습니다. 

톨스토이는 네흘류도프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모순덩어리 한 인간이 새로운 인간이 되기까지, 《부활》에 이르는 여정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아마 톨스토이는 이 세상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부활》을 통하여 내비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톨스토이는 인생의 의미에 위기를 맞아 찾아낸 것이 기독교적인 해법이었습니다. 그의 《참회록》이 1882년에 발표한 이후 여생을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살게 됩니다.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로마노프 왕조가 저물어가고 새로운 체제를 꿈꾸는 혁명의 여명 속에서 불합리한 사회 구조와 종교적 모순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이 얼마나 진실하게 의미 있게 살 수 있는지 끊임없이 비판적인 눈으로 저자인 톨스토이 자신에게 던지는 이야기입니다. 

“마슬로바, 나와. 재판소로 간다. 빨리 나오지 않고 뭐 하는 거냐.”

어느 봄날 미풍이 부는 날 아침, 감옥의 간수장은 오전 9시까지 현재 구속 중인 남성 2명과 중범인 여성을 재판정에 출두 시키라는 명령을 집행합니다. 

“이름은? 류보프라고 합니다”
“여기서는 본명을 말해야 돼.”

“직업은?”
“아실텐데요.”

카튜사 마슬로바
카튜사 마슬로바

여죄수는 사생아로 어머니의 성을 따서 지은 본명은 카튜샤 마슬로바입니다. 어머니는 농장의 하녀였고, 그 하녀는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해마다 아이를 낳았으며, 아이들은 일에 방해만 되기 때문에 젖을 제대로 주지 않아 굶어 죽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다섯 아이가 죽었고, 떠돌이 집시와 하녀 사이에 태어난 여섯 번째 아이가 카튜샤 마슬로바였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세 살 때 죽고, 여자 지주는 사팔뜨기이지만 까만 눈을 가진 예쁘게 생긴 아이인 그녀를 양녀로 삼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녀는 반은 하녀, 반은 양녀인 어중간한 존재입니다.

“그럼 오늘 밤에 너한테 갈게. 너 혼자이지?”
“안돼요. 안돼요.”

그녀가 열여섯 되던 날, 여지주의 조카이며 대학생인 부유한 공작이 이곳에 잠시 머물게 되었습니다. 첫눈에 반한 순정파인 그의 이름은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네흘류도프입니다. 카튜샤 마슬로바는 신분의 차이로 감히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그만 그 대학생을 사랑하게 됩니다. 

네흘류도프
네흘류도프

2년 후, 네흘류도프은 군대에 들어가서 승진하여 다른 부대로 전출가는 도중에 다시 고모집에 사흘간 머물게 되었고, 출발 전 부활절 전야에 동물적인 욕정으로 카투샤 마슬로바와 관계하고 100루블을 쥐여준 뒤 떠나버렸습니다. 

대체로 군대는 인간을 타락시키는 장소입니다. 3년 전의 그는 성실하고 헌신적으로 남을 위해 자기 생명을 바쳐도 좋다고 생각한 청년이었으나 지금의 그는 타락해서 오직 자기의 쾌락만 좇는 무례한 이기주의자가 되었습니다. 

그가 떠난 지 다섯 달이 지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았습니다. 그녀는 매사 짜증스러웠고, 시중도 소홀히 하여 여주인은 그녀를 내보냈습니다. 그녀는 이집 저집 이 남자 저 남자를 거쳐서 키타예바라는 유명한 사창가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최악의 삶은 7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술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그녀는 사창가 생활을 7년째 하던 해에 벌어진 모종의 사건 때문에 살인 혐의를 받아 교도소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3개월이 지난 후에 비로소 법정에 출두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스물여섯이었습니다.

“당신은 기소 사실을 시인하는가?”
“저는 조금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절대로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습니다. 반지와 돈 모두 그 사람이 준것예요.”

그렇다면, 상인 스멜리코프에게 가루약을 술에 타서 마시게한 죄는 인정하는가?” “네, 인정해요. 하지만, 저는 그게 수면제인 줄 알았어요. 그분을 잠들게 하려고 술에 탄 거예요.”

숙박 중인 한 호텔에서 시베리아에서 온 상인 스멜리코프가 급사합니다. 조사 결과 금전을 목적으로 한 독살 혐의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상인은 죽기 전 사창가에서 카튜샤 마슬로바와 같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객실 하녀, 복도 청소부와 짜고 돈과 반지를 훔쳐서 세 사람이 나누어 가졌고, 그 뒤에 그녀가 상인에게 독약을 먹여 죽였다는 혐의로 세명 전부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나 세 사람은 다 독살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객실 하녀와 복도 청소부 두 사람의 계책에 따라 카튜샤 마슬로바는 당한 일입니다. 진실은 이렇습니다. 그녀의 반지는 그 상인이 자신을 때려서 울며 돌아가려고 했을 때 자진해서 준 것이고, 돈이 떨어진 상인의 심부름으로 호텔로 가서 그가 시킨 대로 그의 지갑 속에서 든 40불을 꺼냈고, 두 번째 호텔로 갔을 때 그 상인이 잠들면 자기를 빨리 해방시켜줄 것으로 생각하고 청소부가 강권하는 가루약을 수면제로 생각해서 꼰약에 넣어 마시게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유죄로 되어야 한다는 공명심 강한 검사는 이 사건은 세기말적 특징을 가진 사건으로서 여기에는 현대사회의 일부가 빠져있는 부패상이 가장 잘 드러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러분 벌써 4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합시다. 유죄는 인정하되, 훔칠 의사가 없었고, 또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다 하는 겁니다. 어떻습니까?”

네흘류도프는 이 재판의 배심원 10명 중 한 사람으로 참여합니다. 카튜샤 마슬로바는 고인의 돈을 노려 그 상인을 독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심원들은 그녀가 절도에 대하여는 훔칠 의도가 없었다는 평결을 내리면서 모두가 몹시 지치고 토론하느라 머리가 혼란해졌는지 ‘독약을 준것은 유죄이나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카투샤 마슬로바는 훔치지도 않았고, 약탈하지도 않았으나  동시에 아무 목적도 없이 한 사람을 독살하고 만 것입니다. 

“법정은 당신네의 답신에 따라서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그 답신은 우리가 보기에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카튜샤 마슬로바에게는 4년의 징역형이 선고되었습니다. 변호사는 재판장이 배심원들의 평결에 오류가 있으면 마땅히 지적하고 새롭게 평결문을 작성하게 하는 것이 그의 의무임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하였습니다. 

변호사는 원로원에 상소 이유서를 썼으나 성공하리라는 희망은 갖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부결되면 황제께 직접 청원하는 방법이 있으나 그것은 오직 네흘류도프의 영향력에 달려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하느님 앞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나 자신의 죄를 속죄 받고 싶을 뿐이야. 말로써가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속죄하고 싶어.  카튜샤 마슬로바, 나와 결혼해 주겠소?”

카튜샤 마슬로바를 본 네흘류도프의 마음에는 복잡하고 사나운  갈등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진술을 하면서 서럽게 울던 모습과 부활절 날 흰옷에 빨간 리본을 단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인격이 고결하다고 느꼈던 그는 이제 고결하기는커녕 비열하기까지 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의 생활을 얽어매고 있는 허위의식을 몰아내고, 모든 것을 시인하여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고, 옳다고 여기는 것을 실행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형무소에 가서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용서해 달라고 빌고, 결혼하자고 제의하였습니다. 사실 당시 네흘류도프에게는  아름다운 어느 공작의 딸과 혼담이 오고 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매춘부고 당신은 신사에다 공작님이지요. 나같은 여자랑 가까이해서 몸을 더럽힐 것없어요. 죄책감을 느낀다고요? 그때 100루불을 던지고 가버리면서는 안 느꼈나 봐요. 그게 내 몸값이었나요? (······) 이 세상에서는 나를 농락하고, 저세상에서는 나를 통해 구원받으려고. 당신은 보기만 해도 역겨워요.”

오늘 법정에서 그녀는 배심원인 네흘류도프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네흘류도프는 없었습니다. 특히 특권층이며 금수저인 그와의 첫사랑에 대하여는 심한 모욕감으로 한 번도 회상한 적이 없었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플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녀는 그 남자가 전장에 돌아오면서 고모네 집에 들르지 않고 그냥 기차를 타고 지나쳐 버린 일들과 함께했던 지난날의 추억들을 역에 갔던 그날 밤의 어둠 속에 그와 함께 모두 묻어 버렸습니다. 

그는 정해진 기일 안에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해야 하기에 고모네 집에 들를 수 없다고 전보를 쳤습니다. 이를 안 카튜샤 마슬로바는 지나는 길이라도 그를 한번 꼭 보리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때는 아이가 뱃속에서 꼼지락거리며 요동을 칠 때였습니다. 

비바람이 치는 어두운 가을밤, 막상 역에 도착했을 때 3분 밖에 정차하지 않는 기차가 막 출발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카튜샤 마슬로바는 일등칸에 앉아있는 네흘류도프를 보았습니다. 

그녀는 시린 손으로 기차 창문을 급히 두드렸으나 기차는 서서히 움직여 조금씩 더 속력을 내고, 계속 기차를 따라 힘껏 달렸으나 일등칸의 차량은 이미 멀리 가고 말았습니다. 이 무서운 밤 이후 그녀의 모든 것이 변해 버렸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신(神)도, 선(善)도 믿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자유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자신을 거부하는 그녀의 마음속에 자신을 향한 증오심,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깊은 원한이 들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진지하게 다시 말했습니다. 그녀가 허락한다면 결혼  해주고, 그걸 원치 않는다면 어디든지 따라가겠고, 그 사건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카튜샤 바슬로바의 영혼 속에도 괴로운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나쁜 소식을 가져왔어. 카튜샤 마슬로바. 원로원에서ᆢ 기각되어 버렸어.”

원로원의 법정은 네흘류도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귀족인 그가 도덕적인 이유로 한낱 매춘부와 결혼하려 한다는 데 대해 재판관들이 반감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항소가 기각당하자 네흘류도프는 한동안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카튜샤 마슬로바가 이 판결로 인해 계속하여 고통을 받게 되었고, 자신이 그녀와 같이 하는게 더 힘들게 되었으며, 그녀를 따라 시베리아까지 가겠다는 결심 등이 머릿속에 계속 떠올랐습니다.

이제 카튜샤 마슬로바는 다른 죄수들과 함께 6월 초순경에 시베리아로 떠나게 됩니다. 네흘류도프는 자기 주변을 어떤 식이든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는 것은 노예와 같은 지위인 농노를 소유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끼고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1만 헥타르나 되는 토지를 정리 못하다가 시베리아로 가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실상 농노들에게 무상분배와 같은 싼 임대료로 분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톨스토이는 귀족으로 대지주이지만 기득권을 혐오하고 민중을 사랑한 그의 영혼이 이 소설에 녹아있습니다.
 
“인간은 어떤 권리가 있어서 타인을 처벌할 수 있는 것일까?”

네흘류도프는 카튜샤 마슬로바와 같은 감방에 있는 죄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도 힘써 주었습니다. 다만 그는 존경은커녕 분노와 경멸을 느끼게 되는 상류층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 싫었습니다. 

교도소는 말 그대로 사람들을 교도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을 오히려 탈선하게 만드는 곳이었습니다. 무고한 삶들이 어떤 고생을 하고 있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고, 인간이 인간을 벌할 수 있다는 근본적인 잘못된 생각으로 오로지 자신의 안위에 위험이 될 사람들을 제거하는 데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상부에서 전달한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고, 스스로 중요한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에 인간에 대한 사랑에는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더구나 그들은 감옥에 수감된 자들에 대하여 극도의 불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투옥된 이들이 사회정의를 어지럽힌다든가 범법자라서가 아니라 관리들이나 부자들이 착취한 재산을 향유하는데 거추장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정치 철학자 한나 아렌트(1906~1975)의 ‘악의 평범성’에 관한 결코 평범하지 않은 보고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유대인 수백만 명을 죽음의 학살 수용소로 이송시킨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고, 아이히만은 한 번도 법을 어긴 적이 없는 근면 성실한 사람으로 본인에게 주어진 명령을 충실히 따르며 일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한나 아렌트
한나 아렌트

한나 아렌트는 타인에 대한 사고의 무능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합니다. 사고의 무능이 말하기의 무능과 행동의 무능을 야기합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할 줄 알아야 부당함에 입을 열어 말할 수 있고, 그래야만 정의로운 일에 자신의 행동이 따르게 됩니다.

“그럼 당신은 정말로 유형지 시베리아로 따라 오시는 거예요.?”
“다음 기차로 가요.”

한동안 교도소 감방에서 교도소 부속병원으로 옮겨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다 벌레처럼 달려드는 남자들과의 추문으로 쫓겨난 카튜샤 마슬로바를 잠시 오해한 적도 있지만, 그의 진심이 통했는지 그녀는 함께하는 죄수들을 위하여 희생하는 가운데 경건하고 순진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이 변화는 자신과도, 하느님과도 연관된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고 있었고, 그가 원하는 대로 했습니다. 술도 담배도 끊었고, 교태도 부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결혼 이야기할 때마다 거절한 것은 실은 자기와 결혼하면 그가 불행해질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그의 희생을 받아드리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카튜샤 마슬로바는 네흘류도프가 정말로 따라갈 줄 몰랐다는 듯이 놀라면서 기뻐하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녀의 죄수 일행은 모스크바에서 5000km 떨어진 작은 도시 페르미에 도착했습니다. 기차나 기선 속에서는 언제나 형사범과 같이 있었으나 이 도시에 와서는 네흘류도프가 노력하여 그녀를 정치범들 속으로 옮겼습니다. 

그녀는 판결이 내려졌을 때 울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하느님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카튜샤 마슬로바는 7년간의 도시생활이나 2개월 동안 형사범들과의 형무소 생활에 비하여 정치범들과 함께 시베리아로 가면서 걷고 쉬고 하는 것이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그녀에게 훌륭한 생활인 듯한 느낌입니다. 

그녀와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은 민중을 위해 귀족계급과 싸우는 과거에 자신이 상상도 못한 훌륭한 분들이었습니다. 마슬로바는 평생을 두고도 알 수가 없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로부터 감동을 받고, 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그중에는 돈 많은 장군 집의 딸 출신으로 언제나 타인을 위하여 살고있는 어린 양과 같은 눈을 가진 마리야 파블로브나, 사회악은 민중의 무지에 있다고 보고 농촌 계몽운동을 한 행동하는 지식인 혁명가 시몬손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싶었던 것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의 행복을 원하고 있는 당신이 저와 그녀와의 결혼을 좋게 생각하시는가 어떤가 하는 것입니다.”

카튜샤 마슬로바는 시몬손이 여자 직감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시몬손은 네흘류도프와 카투샤와의 관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과 그녀의 관계를 말하고 싶었고, 한 사람의 여자로서 그녀를 지금 그대로를 사랑하며, 그녀와 운명을 같이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습니다. 

네흘류도프는 분명하게 이 문제는 그녀에게 달려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그녀를 위하여, 또한 하느님을 위하여 그녀를 사랑한 것입니다. 시몬손은 그 말을 그녀에게 전하겠다고 부끄러운 듯이 말했습니다.

“저에게 생각해 볼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어요. 저는 시몬손이 가는 곳으로 따라갈 따름이에요.”

네흘류도프는 징역을 취소하고 시베리아가 아닌 지역으로 이주를 변경한다는 특사 감형 영장이 나왔다는 것을 카튜샤 마슬로바에게 말하고 함께 좋아하는 곳에서 살 수 있으니 잘 생각해 달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시몬손이 가는 곳으로 가겠다고 말합니다. 네흘류도프는 사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고, 카튜샤 마슬로바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운명에 대하여 아무런 관계도 없고 책임도 없는 시몬손에게 가는 것으로 자신의 희생은 이제 그 의미를 잃는 것입니다. 

그동안 너무 애를 쓰셨다며 고마웠다는 카튜샤 마슬로바의 말에 그는 그렇게 말할 필요가 없고, 그녀와의 대차(貸借) 계산은 저 세상에서 하느님이 해주실 거라고 말합니다. 

카튜샤 마슬로바는 어설픈 시선으로 들릴까 말까 작고 서글픈 목소리로 “용서하세요”라는 말을 합니다. 그 여자는 네흘류도프를 정말로 사랑하기에 그가 불행해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이고 그를 이제 해방시켜 주려는 진심 어린 몸짓 같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내 생애 최대의 과업이다. 한 가지 일이 끝났는가 싶자 또 새로운 일이 생겼다.”

카튜샤 마슬로바의 문제는 슬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끝났고, 이제는 열악한 감옥에서 억울하게 죽은 사랑스러운 청년 아나톨리에 관한 생각이 네흘류도프를 괴롭혔습니다. 

톨스토이는 이 소설에서 무수한 악행이 벌어지고 있는 교도소의 교정(矯正) 제도를 비판합니다. 형사재판이라는 놀라운 제도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존재하고, 그것이 어째서 생겨났는가 하는 의문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는 ‘모든 해결은 성경에 있다’ 누군가 말한 것을 기억하고 아무렇게나 성경을 펴서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마태복음 18장입니다. 

그 속에는 어린이와 같은 겸손함, 길 잃은 한 마리 양에게도 사랑을 아끼지 않는 목자(牧者)의 거룩한 사랑, 다른 사람들의 죄에 대한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습니다. 네흘류도프는 대단한 진리라고 느꼈습니다. 

또한 형무소나 구치소에서 악을 행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악인이면서 악을 바로 잡으려고 한데서 생겨난 것이라고 보고, 성서에서처럼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 정의를 구하면 이 세상의 악은 없어질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해악만 끼치는 교도소 행정에 대한 톨스토이 나름의 철학입니다. 결국 하느님 앞에 타인을 벌하고 교정할 자격이 있는 죄 없는 사람은 없다. 이세상에 하느님 외에는 모두 불완전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용서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계속해서 마태복음 5장에서 감동적인 예수님의 산상설교(山上說敎)를 읽고 이 계율을 지키면 지상에서도 천국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톨스토이가 자신의 삶 속에서 고뇌 끝에 찾아낸 평안과 자유가 깃든 영적인 삶을 말합니다. 톨스토이가 인생의 의미에 위기를 맞아 찾아낸 것이 바로 기독교적인 해법입니다. 세속적인 것보다는 영적인 삶을, 화려한 겉치레보다는 진실과 사랑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책을 덮으면서 톨스토이의 인간관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사람은 환경에 따라 다르다. 너무 단정적으로 보지 마라. 좋은 사람으로 얼마든지 변화될 수 있으니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아름답게 보고, 우리가 괴롭고 힘든 순간들을 버티며 살아가기에 서로 험담하고 깍아내리는 말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간은 강물과 같습니다. 강물은 언제고 변함없이 흐르지만 어느 곳에서는 폭이 좁고 물살이 빠르기도 하다가 다른 곳에서는 넓어지면서 물살이 느려지기도 합니다. 맑은 곳이 있는가 하면 탁한 곳도 있고, 차가운 곳이 있는가 하면 따뜻한 곳도 있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인간이건 인간의 모든 특별히 싹을 안에 지내고 있어 어느 때는 이런 특징이 나타나고 어느 때는 저런 특질이 나타나기도 하여 여전히 똑같은 사람이면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 변화가 아주 쉽고 빠르게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단정적으로 인간을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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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덕 2022-02-23 10:08:10
좋은글 감동입니다. 역시 멋진 조합장님! 홧팅입니다.

곱배기 2022-02-23 08:04:14
표현력이 참 좋으십니다! 나이는 역시 숫자에 불과합니다.인간묘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주십니다! 고맙습니다!~^^

김귀중 2022-02-23 07:08:18
놀라울 정도로 긴 글 잘 읽었습니다
한 번 빗나간 인생 길은 돌아올 수 없는 세월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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