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의 지역주의는 부활했나? (2)
영남의 지역주의는 부활했나? (2)
15대 대선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점점 심화되는 PK-TK 표심 이질화 현상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2.03.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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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앞선 글에서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그리고 동부 경상남도 지역에선 더 이상 전통적인 지역주의 구도에 입각한 표심 대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살펴보았다.

다시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면 부산광역시의 경우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 간 득표율 비는 38.15% : 58.25%로 전국 평균 득표율과 10% 정도 차밖에 나지 않았다. 울산광역시 역시 이재명과 윤석열 두 후보 간 득표율 비는 40.79% : 54.41%로 전국 평균 득표율과 7% 정도 차밖에 나지 않았다.

또 낙동강 벨트 지역에 해당하는 부산광역시 북구, 사상구, 사하구, 강서구와 경상남도 김해시, 양산시 일대 평균 득표율은 그보다 더 높아서 42.43% : 53.5%로 전국 평균 득표율과 5% 정도 차밖에 나지 않았다.

남동 임해 공업단지에 속하는 울산광역시 북구, 동구와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 거제시 일대 평균 득표율은 낙동강 벨트보다도 더 높아서 44.02% : 50.57%로 사실상 서울특별시, 충청남도, 충청북도 지역과 비슷한 득표율을 보였다. 그러므로 이 지역에선 더 이상 전통적인 지역주의 구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영남 기타 지역에선 이야기가 다르다. 먼저 경상남도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지리적으로 동부 경남과 서부 경남을 가르는 선은 대략 창원시와 함안군의 경계 지점이라고 보면 된다.

즉, 함안군부터 서부 경남으로 들어가고 그 동쪽은 동부 경남인 셈이다. 실제로 창원시까지는 도시들이 밀집해 있지만 그 서쪽인 함안군부터는 대부분 농촌 지역이다.

그러나 선거 표심으로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약간 다르다. 지리적인 구분법보다 약간 동쪽으로 이동해서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합포구 이서 지역과 그 동쪽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에 게시된 선거 데이터들을 쭉 살펴보면 누구나 쉽게 그 경계선을 찾을 수 있다.

필자가 말한 경계선 동쪽에 해당하는 곳은 김해시, 양산시, 거제시, 창원시 의창구, 성산구, 진해구 등이다. 이 6곳은 지난 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홍준표를 상대로 승리했던 곳이었고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35% 이상의 득표율을 올리며 선전했다.

특히 김해시에선 3.1% 차, 거제시에선 5.15% 차로 10% 차 미만의 접전을 펼쳤다. 이 6곳에서 윤석열은 어느 곳에서도 득표율 60%를 넘지 못했다.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곳이 창원시 의창구인데 그곳의 득표율도 58.55%였다. 김해시와 거제시에선 아예 50%를 넘지도 못했다.

반면에 필자가 말한 경계선 서쪽에 해당하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합포구와 밀양시, 함안군, 창녕군, 의령군, 통영시, 고성군, 진주시, 사천시, 하동군, 남해군, 산청군, 함양군, 거창군, 합천군까지 16곳에선 하동군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35%를 넘지 못했으며 반대로 윤석열의 득표율은 모두 60%를 넘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전두환의 고향이었던 합천군에선 윤석열의 득표율이 무려 73.76%를 기록했다.

지난 19대 대선 때도 이 지역은 홍준표가 승리했던 지역이며 역시 합천군에서 홍준표의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 결국 이 지역들에선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동부 경상남도 지역과 달리 아직도 지역주의 구도가 살아 있다고 봐야 한다. 예전 선거 양상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완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첫 대선이라는 2002년 16대 대선 때에도 이번의 이재명 후보가 35% 이상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던 동부 경남 지역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두 25% 이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에 윤석열이 60% 이상 득표했던 서부 경남 지역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율이 대체로 25%를 넘지 못했다.

특히 합천군의 경우 그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21.42%를 득표했는데 18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도 21.58%, 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득표율 역시 21.83%였으며 이번 대선 때 이재명의 득표율 역시 22.41%에 불과했다. 즉, 2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율과 이번 대선 때 이재명의 득표율은 고작 1%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났다.

산청군 또한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21.09%를 득표했는데 18, 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도 각각 25.69%, 27%였으며 이번 대선 때 이재명의 득표율 역시 28.9%에 불과했다. 2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율과 이번 대선 때 이재명의 득표율은 모두 30%를 넘지 못했다.

거창군 역시 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23.72%를 득표했는데 18대, 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도 각각 26.43%, 27.48%였으며 이번 대선 때 이재명의 득표율 역시 29.21%에 불과했다. 2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율과 이번 대선 때 이재명의 득표율은 5.5% 정도 차이에 불과하다.

그 외에도 의령군, 창녕군도 2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나 이번 대선의 이재명이나 모두 득표율 30%를 넘지 못했다. 심지어 창녕군은 노무현 대통령이 27.42%를 득표했는데 이번의 이재명은 26.69%에 그쳐 오히려 그 때보다 소폭이지만 더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나마 서부 경남 지역에서 도시라고 할 수 있는 진주시와 사천시, 전 경상남도지사였던 김두관의 영향력이 크고 전라남도와 교류가 많은 남해군과 하동군 마지막으로 창원시와 교류가 많은 함안군 정도만 그나마 어느 정도 표심 변화가 체감이 될 뿐이다. 그 외 나머지 대부분의 지역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득표율을 보였다. 이건 지역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동부 경남 지역이 신도시 개발 등으로 외지 출신 인구들이 유입되어 갈수록 보수 성향이 희석되고 지역주의 구도도 무너져갔지만 서부 경남은 대부분이 농어촌 지역이라 노령화가 심하고 외지 인구 유입도 적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

또 경상남도에서도 특히 보수 성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 합천군, 거창군, 산청군, 창녕군 등은 행정구역은 경상남도지만 생활권은 부산광역시나 창원시보다는 대구광역시 생활권에 가깝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광역시의 경우도 서부 경남 지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16대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은 대구에서 18.67%를 득표했는데 18대, 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역시 각각 19.53%, 21.76%를 득표했다. 이번 대선 때 이재명 역시 21.6% 득표에 그쳤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작 3%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났다.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 때 김대중 대통령은 부산에서 15.28%, 울산에서 15.41%, 경남에서 11.04%를 득표했다. 그 때 대구에서 12.53%, 경북에서는 13.66%를 득표했다.

즉, 이 때는 오히려 대구, 경북의 득표율이 경남보다 더 높았던 셈이다. 하지만 그 때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부울경 지역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득표율이 40% 안팎까지 크게 올라갔다. 반면에 대구는 단 10%도 오르지 못했다.

경상북도도 마찬가지다. 16대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은 경상북도에서 21.65%를 득표했는데 18대, 19대 때 문재인 대통령은 경상북도에서 각각 18.61%, 21.73%를 득표했다. 그리고 이번 대선 때 이재명 역시 본인 고향이 경상북도 안동시임에도 불구하고 23.8% 득표에 그쳤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작 2%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났다. 대구와 마찬가지로 25년 전 김대중 대통령의 득표율과 비교하면 역시 10%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

지난 19대 대선 때 홍준표가 전국을 통틀어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곳이자 2년 전 21대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측 득표율 1위를 기록한 김희국의 지역구 군위군, 의성군, 영덕군은 이번에도 윤석열이 8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3곳은 18대 대선 때도 박근혜가 득표율 85%를 넘기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던 곳이었다.

부울경 지역이 민주당 대선 후보 득표율이 40%까지 올라갈 정도로 크게 성장하는 동안 대구, 경북은 여전히 25%도 못 넘고 있으며 뚜렷한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공단 지대라 외지 출신 인구 유입도 많고 청년층 인구가 많은 곳이라 할 수 있는 포항시와 구미시조차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민주당 대선 후보의 득표율이 고작 3% 정도 차이로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이건 뿌리깊게 박힌 지역주의 외에는 달리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안동시에서 이재명이 29.13%를 득표하긴 했지만 이건 그냥 고향 프리미엄이지 지역주의 완화라고 보긴 어렵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본래 같은 영남이라도 부산과 울산, 동부 경남 지역과 서부 경남 및 대구, 경북이 본래 정치사가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전자는 과거 PK 정가의 대부였던 김영삼의 영향이 큰 곳이었고 후자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의 영향이 큰 곳이었다.

비록 1990년 3당 합당으로 인해 김영삼이 보수 정당 소속으로 탈바꿈했지만 그 전까지 부산, 울산 및 동부 경남 지역은 본래 민주당의 텃밭이었던 곳이다.

이후 3당 합당으로 인해 보수 정당 텃밭이 되었지만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 이후로 다시 민주당의 지지세를 회복 중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지역주의 구도를 깨는 것도 쉬운 편이었다. 아직도 여전히 보수가 우세를 점하곤 있지만 그래도 이 지역에선 민주 정당도 꾸준히 국회 의석을 배출해 오고 있지 않았는가?

반면에 서부 경남 및 대구, 경북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의 영향으로 인해 지역주의 구도가 확고하게 자리잡혀 있었다. 애초에 영남 패권주의가 바로 박정희 정권 때 이효상이 주창한 것이 아니던가? 이 지역에선 아직도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강하고 그를 위해 제사까지 지낼 정도로 아주 신성시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울경 지역에서 괄목상대할 정도로 민주 정당 지지세가 많이 올라간 반면에 이 지역에선 별 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박정희에 향수를 지닌 세대가 사라지고 이 지역에서도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한 한동안 민주 정당이 대구, 경북을 공략하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혹자는 필자에게 왜 호남의 지역주의 구도에 대해선 비판하지 않느냐고 반론할 것이다. 실제 인터넷 상에서도 영남의 지역주의 현상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에 대해 왜 호남은 뭐라고 안 하냐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건 엄연히 본질 호도이자 물타기에 불과하다. 호남의 민주당 몰표 현상은 아픈 역사 때문에 그런 것이지 영남처럼 지역 패권주의의 소산이 아니다.

본래는 호남도 지금처럼 민주당 몰표 지역이 아니었다. 5대 대선 때는 박정희가 호남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6〜7대 대선 때도 박정희가 호남에서 40% 이상의 득표를 했다.

특히 7대 대선 때 민주 정당 대선 후보는 다른 사람도 아닌 김대중이었다. 그런데도 박정희가 호남에서 40% 이상 득표를 하며 선전한 것이다. 그러므로 1970년대까지만 해도 호남은 민주당이 지금처럼 80〜90% 몰표를 받던 지역이 아니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부터 민주당 몰표 지역으로 변모했다. 그 사이에 있었던 것이 바로 1980년의 5.18 민주화항쟁이다.

광주 시민과 전남 도민들은 군사 정권에 맞서 싸우다 억울한 죽음을 맞았고 그 후신인 보수 정당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죄와 반성도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 당시 희생자들을 모욕하는 짓거리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보수 정당에 표를 주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이상한 게 아닌가? 이런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선거 결과만 보고 “호남은 영남보다 더 지역주의가 심하다.” 하는 것은 본질 호도이자 물타기에 불과하다.

만일 보수 정당이 그 당시 과오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도 여전히 호남에서 민주 정당 몰표 현상이 나온다면 그 때 호남의 지역주의를 논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진정으로 5.18 민주화항쟁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이번 대선에서도 윤석열 선대본에 있었던 신광조 등이 또 호남 비하 발언을 해댔다.

아울러 민주당이 영남 지역에 진출하고자 공을 들이는 것만큼 보수 정당은 호남 공략에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표를 달라는 건 속되게 말해 도둑놈 심보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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