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만인지상 尹, ‘일인’지하 尹
[노트북을 열며] 만인지상 尹, ‘일인’지하 尹
  • 황해동 기자
  • 승인 2022.04.28 22:3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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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대전 중앙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공/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28일 대전 중앙시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공/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1인자’이면서 ‘2인자’다.

피 말리는 초박빙의 대선을 통해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자리에 올랐으니, 그 감회가 남다르고 당당함이 앞서겠지만, 그 자리는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는 일인지하(一人之下)의 자리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국민을 우선하는 덕장(德將)의 겸손함 역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나라를 대신하고, 국민을 대표한다. 선거 과정에서 다소 과장되고 치열한 모습을 보였다 하더라도, 이제는 달라야 한다. 국민 앞에 떳떳해야 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떳떳하면 당당할 수 있고, 떳떳함은 약속을 잘 지키는 데에서 비롯된다. 떳떳한 당당함은 자신감을 배가시키지만, 의롭지 못한 당당함은 오만과 독선으로 비쳐질 수 있다.

28일 대전 중앙시장 방문, 친서민 행보?

윤 당선자는 28일 대전 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대전과 충남에서 보여준 응원을 잊지 않겠다고 고마움을 전했고, ‘혈연적 고향’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애써 친근함을 드러냈다.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어퍼컷 세레모니도 등장했다.

상인, 시민들과 주먹인사를 나누는 윤 당선자. 사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공/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상인, 시민들과 주먹인사를 나누는 윤 당선자. 사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공/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하지만 이날 그의 행보에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전통시장을 방문지로 택한 이유는, 모르긴 몰라도, 후보시절부터 줄곧 외쳐온 ‘민생’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함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날 그가 보인 모습을 ‘친서민’ 행보라고 보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일이야, 워낙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당선자가 도착 이후 한 일이라고는 고작 중앙시장을 걸어 관통하고, 은행교에서 연단에 올라 “잊지 않겠다”, “고맙다”는 말만 반복한 것뿐이다.

당선 이후 첫 방문이라 기대가 컸던 탓일까. 흔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덕담을 나누는 모습이나, 어묵 한 조각, 국수 한 그릇 먹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당선자가 지나는 동선에는 경호 목적으로 보이는 차단막(펜스)까지 등장했다. 주먹인사와 인사말을 나누기는 했지만,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시장을 지나고서도 당선자는 불과 3분 남짓 자신의 말만 쏟아내고 자리를 떴다.

당선자의 등장을 고대하던 지지자들과 시민들은 허탈함에 맥이 빠져 보이기까지 했다. 굳이 전통시장을 방문지로 택한 이유도 알 수 없었다.

하필 이날은 당선자의 1호 공약인 소상공인 등 코로나 손실 보상금 지원이 피해지원금으로 성격을 달리한다는 인수위원회 발표로 공약 파기 논란이 인 날이다.

가뜩이나 불편한 대전 민심… 정치적 의도만 남았나

대전 민심은 가뜩이나 당선자에게 불편하다. 항공우주청 문제다. 당선자는 선거 기간 중 항공우주청을 경남 사천에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항공우주청 설립은 대전이 처음으로 중앙정부에 제안한 것이다. 대전이 기득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부부처는 세종에, 청 단위는 대전에 소재하도록 하겠다는 게 중앙정부의 기본 원칙이다.

국민적 합의도 없이 항공우주청을 경남에 설치한다는 당선자의 약속은, 대전과 충청을 기만하는 떳떳지 못한 약속이다.

어퍼컷 세레모니를 보이고 있는 윤 당선자. 사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공/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어퍼컷 세레모니를 보이고 있는 윤 당선자. 사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공/굿모닝충청 황해동 기자

‘항공우주청 경남 설치’에 대한 대전의 민심은 이날 인수위원회의 대전·세종지역 공약 대국민보고회가 진행된 대전컨벤션센터에서의 집회로 표출됐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등은 집회에서 항공우주청은 반드시 대전에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은 “현재로선 항공우주청 대전 설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차기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지방 권한 대폭 이양, 지역 주도 균형발전’과도 엇박자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 당선자의 진정성 부족한 전통시장 행보가 더욱 ‘의례적인 정치 행사’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 후보들과 동행하는 모습은,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미 11일 대구·경북지역 방문, 20일 호남 방문, 21-22일 부산·울산·경남, 25일 경기 성남, 26일 인천 방문에서도 ‘선거개입 행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공교로운 일이다.

당선자는 ‘당선 후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은 지켰다.

그러나 대전시민들은 약속을 지키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을 찾지 못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무턱대로 서운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아직은 실망보다 기대와 희망이 더 많이 남아 있다.

‘만인지상 尹’과 ‘일인지하 尹’ 어느 쪽의 모습이 더 커 보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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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스트레스 2022-10-24 11:41:49
나라 말아먹고 쌈싸먹고 벗겨먹고 짜고 또 짜내서 세금 물쓰듯 털어 처먹는 돈귀신. 사기 비리 가득한 범죄자 부부 주제에 죄를 조작해 무고한 이들에게 덮어씌우고 언론, 야당, 정적 탄압하는 저승 사자. 일본엔 무릎으로 기어 지소미아 회복, 징용자 사과도 배상도 못받고 우리 기업더러 지불하게 하겠다는 굴종 외교 친일파 ! 한마디로 허접하고 천박하며 잔머리만 굴리는 싹수 노란 그지같은 XX !

피순대원픽 2022-04-29 08:18:48
기자님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나라 앞날이 참 걱정입니다

ㅇㅇ 2022-04-29 08:15:22
암담합니다

2022-04-29 08:12:54
동의합니다. 요즘 보기 힘든 기사다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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