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국회의장의 사회권을 무기로 개별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무력화시킨 끝에, 70여년만에 찾아온 검찰 정상화 기회를 보란 듯 박차버린 박병석 의장.
법조인 출신의 국회 법사위원들이 애써 공들인 원안을 마구잡이 칼질로 갈기갈기 누더기로 만들어버린 박 의장에게 2022년 4월 30일은 결코 잊을 없는 ‘수모와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 같다.
박 의장은 소속 정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배려는 뒤로 한 채, 국민의힘과 검찰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법안을 칼질해줬으면서도 정작 고맙다는 감사나 칭찬 한 마디 듣지 못하고 오히려 거친 삿대질과 모욕에 가까운 인신공격성 험한 쓴소리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압권은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초선, 40)의 의사진행 발언. 박 의장(6선, 71)은 이날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에 앞서 배 의원에게 특별히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주었고, 배 의원은 단상에 올라서자마자 목에 핏대가 설 정도의 격정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오늘 무소속이어야 할 국회의장이 노골적인 민주당의 일원으로서 국회 자살행위를 방조한 것에 대해 저는 국민의 뜻을 담아 항의의 뜻과 함께 인사를 거부함을 먼저 알려드린다. 국회가 청와대의 출장소 흥신소가 된 게 몇 년째냐. 오늘 국회의장은 아주 옹졸한 모습으로 국회부의장의 방문을 거절하고, 의장실 앞에 면담을 요구하며 늘어서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의장실 당직자와 경호인들을 앞세워 무차별하게 밀어붙였다.”
인트로를 끝낸 배 의원이 데시벨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저희가 제발 멈추시라고 얘기했음에도, 당신의 그 앙증맞은 몸으로 앞줄에 앉아 있는 저희 국민의힘 여성의원들 위로 밟고 지나가기 위해서 카메라 밑으로 보이지 않는 그 장면들을 짐작하고 구둣발로 저희 여성들을 걷어차며 용맹하게 이 국회의장석으로 올라왔다. 당신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
순간 배 의원은 단상 뒤쪽으로 돌아서더니, 박 의장을 정면으로 째려보며 삿대질로 의심되는 손짓을 서너 차례 쏘아붙였다.
그리고는 "역대 최다급 해외순방을 다니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소문 속에, 의전차 타고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위로서 2년 동안 누리는 것이 국민을 대표하는 민주주의 수장이 할 일이냐"며 사퇴를 요구했다.
의장석에 앉아 배 의원의 말을 듣고 있던 박 의장은 발언이 끝나자 "배현진 의원, 수고하셨다"고 말을 짧게 끝냈다
하지만 아무리 분기탱천이라고는 해도 국회의원 선수로 보나 나이로 보나, 배 의원이 도를 지나쳐 무례를 범했다는 눈총이 쏟아졌다. 동시에 박 의장에게는 자업자득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특히 박 의장을 ‘앙증맞은 몸’이라고 표현한 배 의원의 발언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국어대사전에 ‘앙증맞다’는 표현은 ‘작으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추어 아주 깜찍하다’는 뜻으로 영어로는 'Cute'에 해당되는 말이다. 박 의장의 키가 작은 편임을 꼬집는 저급한 신체 비하적 폭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배 의원은 “누가 제가 삿대질했다 하시냐. 저희를 사뿐히 즈려밟고 지나간 국회의장께 펼쳐 든 다섯 손가락 참하게 모아서 당신이 외면한 민주주의 본질을 물었다”며 “의장석이 멀어서 안 보이셨던 분들을 위해 사진을 첨부해서 안내해드린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