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북스] '눈 먼 자들의 도시'... 볼 수 있지만 보지 않는 사람들
[굿모닝북스] '눈 먼 자들의 도시'... 볼 수 있지만 보지 않는 사람들
  • 박수빈 기자
  • 승인 2022.05.25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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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살라미구 저, 정영목 번, 해냄, 2002.
'눈 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살라미구 저, 정영목 번, 해냄, 2002.

[굿모닝충청 박수빈 기자] 코로나19로 이른바, ‘집콕’ 생활이 계속되면서 재미있게 읽거나 볼 수 있는 책, 영화 등을 추천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 중에서도 전염병 관련 줄거리를 담아낸 작품이 유행했다.

A. 카뮈의 '페스트', 정유정의 '28'과 함께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 또한 전염병 대유행 팬데믹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팬데믹은 무엇인가? 이는 전염병의 세계적인 대유행을 뜻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도시와 정부의 붕괴, 대공황 같은 비극적인 상황을 마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는 얼마든지 맞이해볼 수 있다. '눈 먼 자들의 도시' 속으로 들어가 보자.

소설은 아무런 감염의 예고나 전후 증상이 없어 경로조차 추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연달아 눈이 멀어버리는 충격적 사태를 그리고 있다.

‘눈이 먼다’고 하면 깜깜한 어둠을 떠올리기 쉽지만, 소설 속에는 끝없는 하얀 빛 속에 있는 것 같은 증상을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백색 실명’이라는 병명을 붙인다. 백색 실명은 내 주변 사람에서 다른 주변 사람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도시 전체를 감염시킨다.

도시는 점점 백색 실명자들의 아비규환으로 채워진다.

소설은 인간의 추악한 본능을 보여준다. 살인·폭력·강도·성폭력 등의 범죄는 혼란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눈이 먼 가운데 오직 한 여성만이 눈이 멀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다. 눈이 먼 사람들이 먹을 것을 위해 드러내는 치부와 비열하고 더러운 행동, 끔찍한 오물로 가득찬 도시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 절망감 속에서 자신의 남편을 포함한 동료들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감까지.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었는데 혼자서 눈이 멀지 않은 것은 축복일까, 비극일까.

우리는 아직까지는 코로나 19를 겪고 있다. 흑사병, 페스트와 더불어 훗날 역사가들에 의해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을 재난으로 언급될 것이다.

'눈 먼 자들의 도시'는 미성숙한 시민의식이 만들어내는 끔찍한 상황,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는 행동 등을 잘 보여준다.

현실 속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일들이라는 점에서 끔찍하다.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자는 말한다.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볼 수 있지만 보지 않는 눈 먼 사람들이란 거죠.”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백색 실명의 상태로 우리 사회의 약자들, 우리의 이기심을 보고도 보지 않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소중한 줄 모르고,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생각할 줄도 모르고, 봐야할 것을 모르고 말이다.

다른 재앙이 또 닥치지 않게, 예기치 않게 찾아왔던 세계적인 대위기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행동에 달려 있다.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지 않게끔 지금이라도 우리들의 이기적인 행동들을 지금이라도 되돌아보자.

약자를 배제하고, 비난하고, 배려하지 않는 행동들 말이다.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만 한다.

결국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타인까지도 깊이 품는 이타심, 도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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