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2] 더불어 사는 지혜, 바위가 고마운 느티나무...계룡시 두마면 입암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2] 더불어 사는 지혜, 바위가 고마운 느티나무...계룡시 두마면 입암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5.11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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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바위가 서 있는 마을, 입암리.

계룡시 두마면 입암리의 느티나무 세 그루는 바위에 얹혀 있는 모양새다.

흙도 없고 물도 머금지 않는 바위에 인고의 세월을 어떻게 살았을까?

척박한 환경에도 느티나무는 자신들이 자리 잡을 곳을 움켜잡고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그러나 세 그루의 느티나무는 불만이 많다.

“왜 우리는 이곳에 태어났을까?”

“그래 500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 우리보다 어린 나무들이 저렇게 크고 잘 생긴 모양인데, 우리는 허리가 휘고 비틀한 채로 살려니 뿌리도 아프고...”

제일 높은 곳에 사는 느티나무는 “얘들아! 그래도 너희들은 흙바닥과 가까워서 뿌리내리기가 수월하지만, 난 꼭대기에서 뿌리를 내리려면 이 귀찮은 바위를 안고 살아야해! 귀찮아 죽겠어”

“얘들아!. 너희들은 내가 얼마나 힘든 줄 모르지?”

제일 아래에 사는 느티나무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난 이 커다란 바위가 내 뿌리를 짓누르고 있고, 내 허리에 기대어 살아서 온몸이 아파!”

중간 위치에 있던 느티나무도 불만을 털어놓았다.

“난 바위도 그렇고 너희들하고 뿌리가 얽혀서 뿌리내리기가 불편해!”

느티나무 세 그루는 저마다의 이유로 불평이 많아 자주 다투고 있었다.

어느 날, 세 나무는 똑같은 불만으로 싸우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아무 말 없던 바위도 나무들이 떠드는 얘기에 잠이 깨어 세 나무에 말을 걸었다.

“얘들아! 너희들은 내 생각을 하지 않는 구나”

“어휴! 너희들이 내 몸에 얹혀살면서 내 몸 구석구석에는 구멍과 금 갔어”

말을 하면서 한숨을 크게 내쉰 바위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너희들은 내 몸에 얹혀살기 전,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지?”

바위는 싸우던 느티나무에게 마을 이야기를 전해줬다.

“입암리는 바위가 많았던 곳이야. 이곳은 수천 년 전, 청동기를 사용하던 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지. 특히 백제인들이 정착하면서 집을 짓고, 돌담과 탑을 쌓기 위해 우리 바위들을 쪼개어 마을을 만드는데 사용했어”

바위는 자신의 친구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느티나무 세 그루가 입암리에 오게 됐는지도 설명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이곳에서 살게 된 것은 우리 바위들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에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살았지. 그런데 너희들도 사람들이 집을 짓기 위해 베어갔고, 조선시대에는 기와를 굽는 가마가 만들어지면서 너희들 나무들이 많이 사라졌지”

“오히려 너희들은 내 몸에서 자라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야!”

느티나무들은 바위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신들이 살 수 있었단 말에 깜짝 놀랐다.

“뭐야!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들이 바위 너 때문에 살 수 있었다는 말이?”
바위는 다시 설명해줬다.

“너희들 주변에 너희들보다 오래 산 나무들이 있니? 한번 돌아봐서 살펴봐”

나무들은 주위를 살펴보니 자신들보다 오래 산 나무가 없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 수 있었다.

“너희들이 흙바닥에 뿌리를 내고 곧게 자랐다면 사람들은 너희들을 반드시 베어 사용했을 거야”라고 바위가 말하자 느티나무는 믿을 수 없는 눈치였다.

“주변에 어린 나무는 이곳에 나무가 사라지자 수십 년 전에 심은 나무들이야. 너희들은 나 때문에 오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

그동안 바위가 귀찮다고 투정을 부리던 느티나무는 자신들이 오히려 바위 때문에 살 수 있었다는 얘기에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앞으로 바위 때문에 힘들다고 투정부리지 말고 나에게 고마운 마음으로 살아주면 돼”

그제야 느티나무들도 바위의 고마움을 알게 됐고, 이후에는 바위를 고마워했다.

계룡시 두마면 입암리 산32-3 느티나무 3본 467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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