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3] 백제부흥의 함성을 전하는 느티나무...예산군 광시면 동산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73] 백제부흥의 함성을 전하는 느티나무...예산군 광시면 동산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2.05.17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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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백인환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예산군 광시면 동산리의 느티나무 나이는 625살이다.

그러나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자리 잡은 대련사 때문에 이 느티나무는 연륜과 상관없이 백제 멸망 전후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했다.

대련사는 주불전인 극락전을 중심으로 요사채 2동과 산신각이 있는 작은 사찰이지만, 그 역사는 백제가 나당연합군에게 멸망하기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56년에 창건한 대련사는 백제부흥운동의 한 복판에서 흩어진 백제군을 모아 전투를 지휘한 복신과 흑치상지와 더불어 나당연합군에 항쟁했던 백제의 고승 도침이 창건하였다고 알려진 절이다.

대련사라는 사찰 이름도 백제부흥의 마지막 전쟁터였던 임존성 안에 연꽃이 자라는 연못에서 따왔을 정도로 백제 멸망의 현장을 지켰던 절이다.

백제의 멸망은 한반도와 대륙 사이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바꾼 엄청난 사건이었다.

고구려·백제·신라 중에 국력이 가장 약한 신라가 대륙 세력을 끌어들여 백제와 고구려를 협공하여 마침내 한반도의 통일왕국을 건설했으나 해양세력인 일본과 대륙세력인 당 제국까지 끼어들 정도로 동아시아 국가들이 참전한 국제 전쟁이었다.

당제국도 그동안 북방 경로로 고구려를 점령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던 차에 신라와 연합하여 백제를 먼저 복속시키고 이어 고구려를 점령하면서 그동안 숙원이었던 당제국의 영속적인 번영과 안전을 도모하기에 이르렀다.

백제의 멸망은 전광석화였다.

금강(백마강)을 통해 진격한 소정방, 내륙 경로로 밀고 들어왔던 김유신 장군은 신속한 전투로 당시 60살 전후의 의자왕을 인질로 붙잡아 백제를 멸망시켰다.

임금과 백제 유민들이 당에 붙잡혀 간 이후, 흩어져 있던 백제군은 왕족인 복신과 거구였던 흑치상지, 대련사를 창건한 도침과 함께 나당연합군의 중요 지역을 치고 빠지는 전투로 빼앗겼던 백제의 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일본에 갔던 부여풍 왕자가 왜군과 함께 돌아왔고, 수백척의 왜선들은 당군과 전쟁을 일으킬 정도로 대규모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의자왕이 사비성을 버리고 공산성에서 마지막 일전을 치루려던 계획이 내부 반란자에 의해 당군에 항복하였듯이 3년간의 백제부흥운동도 내부의 의견 차이로 복신이 도침을 죽이고, 복신도 의자왕의 아들인 부여풍에게 살해되면서 백제부흥운동은 더 이상 활활 타오를 수 없었다.

더욱이 흑치상지라는 장군도 당에 항복하고 나당연합군과 함께 백제유민의 마지막 항거지였던 임존성을 공격하기에 이르렀고, 지수신 장군과 함께 수많은 백제 유민들은 산화하였다.

그 역사의 현장이 바로 대련사인 것이다.

대련사와 백제부흥운동의 내막을 찾아보면 그동안 향락과 여자에 빠져 있던 의자왕이 아닌 해동증자라 불렸던 임금을 사랑하고 백제를 재건하려 했던 민중의 간절한 소망을 엿볼 수 있다.

왕조가 무너지고 새로운 나라가 만들어 지는 것은 임금과 귀족들이 국고를 독점하여 백성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 때이다.

그러나 백제부흥운동은 정반대로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임금을 향한 충성이 보인다.

역사가 승자의 기억으로 재편된다고 하지만, 백제의 마지막 순간은 너무나 안타깝고 숭고하다.

그 현장에 대련사가 있고, 대련사 입구의 느티나무는 당시 나당연합군의 공격을 저지하려는 수문장처럼 우뚝 솟아 있다.

그동안 백제의 화려함은 박물관의 유적과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나, 백제부흥의 역사는 이렇듯 초라하지만, 의미 있는 장소를 방문하여 그때를 상상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예산군 광시면 동산리 397-1 느티나무 2본 625년(2022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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