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경기도지사 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김은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짜 경기맘’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가 잠잠해지나 싶었더니 이번엔 취업 청탁 의혹이 불거졌다. 이전 그 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김성태가 이 KT 취업 청탁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었는데 또 이런 논란이 불거진 걸 보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다.
김은혜의 취업 청탁 논란은 10년 전인 2012년에 발생했던 사건이다. 그녀는 당시 KT 전무로 있었는데 지원자 A씨의 추천인에 그녀의 이름이 들어가 있었다.
이 A씨는 1차 면접에서 불합격했는데 석연찮게 합격으로 바뀌어 있었다. 2차 면접에서 탈락하긴 했다지만 왜 불합격자가 갑자기 합격자로 바뀌었는지가 해명되지 않았다.
김은혜의 말에 따르면 이 A씨란 사람은 남편의 친척인데, 시댁 쪽에서 챙겨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다고 했다. 이건 그녀가 검찰 조사 당시에 했던 말이었다. KT의 누구에게 추천을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도, “회사 내부 기준에 부합하는 인재라면 뽑아주고, 아니라면 탈락시키라.”는 식으로 설명한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검찰 조사에서는 이렇게 말해놓고 최근엔 이 사실을 뒤집었다.
오히려 그녀의 선대위는 “김 후보가 KT 전무 재직 시설 신입사원 공채에 부정청탁한 사실이 없는데도 3명의 의원은 페이스북 논평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부정청탁했다고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허위사실 적시로 김 후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20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백혜련·김승원 의원을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본인이 직접 검찰 조사에서 시댁의 부탁을 받고 남편의 친척인 A씨를 추천했다고 하지 않는가? 이게 취업 청탁이 아니면 뭔가? 당사자인 A씨가 결국 면접에서 탈락했으니 청탁이 아니란 말인가? 그 사람이 탈락하고 말고가 문제가 아니라 친척을 잘 봐달라고 회사에 사정한 그 사실 자체가 청탁이다. 궤변을 늘어놓는 건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김은혜와 국민의힘이다.
윤석열이 대선 때 내세운 캐치프레이즈였던 ‘공정과 상식’을 전도했던 사람은 대변인 김은혜였다. 그런데 정작 그녀가 한 행동이 과연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것인지 한 번 묻고 싶다. 이렇게 시댁 친척 사람을 공기업에 꽂아넣으려고 시도한 게 공정한 태도인가?
사실 해방 이후 80여 년 간 이 땅의 보수 정당이 해온 짓들을 보면 자신들이 입으로 떠드는 말과 실제 행동이 늘 괴리되어 있었다. 오랫동안 ‘자유민주주의’를 입으로 떠들어왔지만 실제 행동은 ‘자유민주주의’와는 한 1만 광년 떨어진 ‘독재국가주의’였다. 또 입으로는 늘 ‘국가 안보 강화’를 외쳤지만 정작 그 안보를 숭숭 구멍내는 방산비리는 보수 정권 시절에 훨씬 더 많이 발생했다.
김은혜가 정 경기도지사가 되고 싶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먼저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이다. 그 때는 자신이 불초해서 이런 실수를 했지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검찰 조사 당시에 했던 말도 싹 뒤집고 거짓말을 하며 그것도 모자라 의혹을 제기한 상대 당 의원들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더 가관인 것은 20일 KSOI 여론조사에서 김은혜의 지지율이 46%를 기록해 38.5%에 그친 더불어민주당 김동연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는 것이다. 불과 두 달 전 대선에서 경기도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을 상대로 50.94% : 45.62%로 득표율 5.32%, 득표 수 46만2,810표 차로 비교적 여유 있게 이겼던 지역이었다. 그런데 겨우 두 달 사이에 이렇게 된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는 결국 후보보다는 더불어민주당이란 정당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당 내부에 문제가 많으니 후보 인물론 경쟁이 안 먹히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불과 열흘밖에 안 지나 컨벤션 효과가 붙은 것도 있고 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일부가 무당층으로 숨거나 응답을 거부한 경우도 있다.
거기에 박완주가 대형 사고를 쳐서 안 그래도 불리한 선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백면서생 박지현의 비대위가 좌충우돌하며 표류하고 있는 게 더 커보인다.
선거는 정당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이고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대표와 맞먹는 위상을 가진 자리이다. 그러므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은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자리이다. 그러나 지금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는 선거를 앞두고 그 중심을 제대로 잡고 있느냐고 묻고 싶다. 배가 항해하는데 선장이 어리바리하다면 그 배는 결국 이리저리 표류하다 암초에 부딪혀 침몰할 수밖에 없다.
김은혜가 지금 취업에 민감한 취준생들의 역린을 건드린 행동을 했는데도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면 이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지지자들이 이리저리 흩어져버리면 결국 선거는 질 수밖에 없다.
물론 지난 대선 때 보았듯이 여론조사 기관들 대다수는 신뢰하기 어려운 집단이 되었다. 크게는 10% 차 윤석열 승리를 예측했지만 실제 득표율 차는 단 1%도 안 나지 않았던가? 경마장 중계하듯이 남발해댄 여론조사 결과는 결국 유권자들을 가스라이팅하는 도구로 악용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더불어민주당에 처한 상황이 안 좋은 건 사실이다. 정권 교체 직후에 치러진 선거이다 보니 더더욱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기는 건 무리라면 최소한 비기기라도 해야 한다. 이렇게 대형 호재가 떴는데도 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는 중심을 못 잡고 표류하고 있는가?
그리고 경기도에 거주하는 청년층 취준생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은 김은혜에게 화가 나지도 않는가? 왜 당신들의 분노는 사람 가려가면서 일어나느냐는 말이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이런 선택적 분노는 그야말로 ‘비열한 분노’이다. 정말 불의를 보면 못 참는 피끓는 청춘이라면 조국 장관에게 분노했던 감정을 한동훈에도 정호영에도 김은혜에도 표출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