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서민 코스프레’ 이미지 메이킹이 붕괴된 것인가?
틈만 나면 건건이 김건희 여사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 등 패션 감각을 추켜세우면서, 절대 고가 명품이 아닌 소상공인의 값싼 중저가 제품을 선호한다며 소탈한 이미지 만들기에 게거품 물었던 수구언론.
이들 언론이 이번에는 김 여사가 고가의 명품 옷을 입었다는데도 여전히 ‘건비어천가’를 불러 젖히느라 분주하다.
〈조선일보〉는 전날 「김건희, 사전투표 때 입은 ‘꿀벌 셔츠’…175만원짜리 명품?」이라는 기사에서 “검소한 패션으로 화제를 모은 영부인 김 여사가 27일 사전투표 때는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디올(Dior)의 것으로 추정되는 블라우스를 입어 눈길을 끈다”고 보도했다.
이후 숱한 언론이 의미 없는 가십성 기사를 베끼고 포장하느라 떼지어 달려들었고, 175만원이 아니라 150만원대 명품이라느니 가격경쟁까지 벌이는 어처구니 없는 모습을 보였다.
안타깝게도 여태 수구언론이 집중해온 김 여사의 ‘서민 코스프레’ 이미지 메이킹이 붕괴되는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보도의 컨셉을 놓치는 자기모순에 빠진 언론은 하던 대로 ‘서민 코스프레’에 맞춰야 할 지, ‘명품 패셔니스트’로 새롭게 포지셔닝 해야 할지 뒤죽박죽 혼돈 그 자체다.
“지난 3일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입은 치마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5만4000원 주고 직접 구매했고,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신었던 흰색 슬리퍼는 3만4000원짜리다. 김 여사가 착용한 패션 아이템들은 큰 인기를 끌며 품절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조선일보)
불과 5만원 안팎에 머물던 가격이 그보다 무려 35배가 껑충 뛰어넘는 175만원대로 치솟는 기사를 만들어낸 가운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대략난감이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검소한 패션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해왔던 기자들로서는 보도의 맥락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멘붕’이나 다름 없는 일대 사건을 맞은 셈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지, 역시 〈조선일보〉가 그 해답을 찾아냈다. 이른바 '컨셉 리뉴얼'이다.
그렇다고 김 여사가 명품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작년 6월 200만원대 명품 브랜드 고야드 가방을 든 모습이 공개된 적도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당선된 후엔 명품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20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는 “꼭 명품을 입어야 할 일이 있다면 제 사비로 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중견 언론인이 들입다 내던진 한 마디가 귀청을 때린다.
“애잔하다”